보리 고양이, 움짤

오랜 만에 보리 고양이 사진!
바닥에 드러누워선 움찔 움찔거립니다.
뭔가 바뀐 소식 하나 알려드리면, 며칠 전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바람이 보리의 머리를 혀로 핥아주며 그루밍을 은근 해줬습니다. 은근은근한 그루밍! 어쩐지 며칠 집을 비우고 나면 둘이 더 친해지는 것 같기도 하니 이상합니다.. 이상해요… 집사는 집을 비워야 하나… 호호

골고루 잘 먹는다는 것

한국에서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다는 말의 의미는,

– 각종 육류와 어류를 골고루 잘 먹는다. 곰탕, 순대국, 곱창 등 육류와 어류를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 야채나 나물반찬을 먹긴 먹는데, 고기 열 점을 먹는 동안 야채를 한 점 먹는다.
– 각종 패스트푸드 중심의 식단을 잘 먹는다.

어린 아이나 십대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의사의 방송용 발언 역시 다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수준의 의미에서 ‘골고루 잘 먹는다’는 말의 의미는 야채나 과일을 골고루 잘 챙겨 먹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단순한 사실을 마치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깨달았다. 부끄럽구나… 하지만 혈압약과 당뇨약을 먹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나는 골고루 잘 먹으니 건강하다’고 큰소리 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제야 뭔가를 이해한다.

건강 정치는 역시 채식 정치고 트랜스젠더퀴어 정치구나.

건강 기준이 나를 배신한다면

건강을 파는 사회에서, 건강 공포를 파는 사회에서 트랜스젠더퀴어의 건강은 어떤 상태를 지칭하는지 궁금하다. 흔히 말하는 건강의 기준이 트랜스젠더퀴어에겐 어떤 식으로 적용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인바디 검사 결과는 어떤 젠더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적절할까? 태어날 때 남성으로 지정받은 트랜스젠더퀴어의 인바디 검사 결과는, 특히 의료적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엔 어떤 젠더의 평균값으로 평가해야 할까? 건강검진의 해석이 트랜스젠더퀴어를 배신한다면 이것은 트랜스젠더퀴어를 사유하지 않는 의료 사회가 문제란 뜻이다.
두 갈래 고민. 트랜스젠더퀴어는 의료에 종속된 존재라는 비난이 있는데 왜 인바디 검사 같은 건강 검진은 트랜스젠더퀴어를 배신할까? 건강 검진의 결과 해석 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트랜스젠더퀴어의 건강 중 어떤 부분은 해석 불능의 영역으로 남는다. 물론 해석하려면 어떻게든 하겠지만, 트랜스젠더퀴어를 존중한다면서 건강의 개념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것은 모순이고 언어도단이다.
그리하여 다시 질문. 건강해야 하는 것일까? 왜 건강해야 하는가? 의료비용이 많이 든다는 말을 하지만 그냥 병원에 안 가면 되는 것 아닌가? 물론 쇼닥터의 목적은 시청자가 건강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만들어서 병원에 가도록 하는 것이겠지만… 그냥 건강 자체를 포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텐데… 미뤄둔 ‘건강에 반대한다’란 책을 읽을 때가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