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치매가 유전이란 말이 있고, 실제 부모나 외/조부모 쪽에 치매가 있음 후손의 치매 발생율이 2배라고 한다. 그래서 나의 노후 혹은 중년 이후의 삶엔 언제나 치매가 함께 하고 있다. 나는 늘 치매를 염두에 두고, 상당히 불안해 하며 나중의 삶을 상상하고 있다.

오늘 갑자기 E와 치매를 이야기하다가 E가 이것저것을 찾아 알려줬다. 그 중 하나는 책을 많이 읽으면 두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사의 조언이었다.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스도쿠가 치매예방에 좋다지만 수학자 중에서도 치매에 걸린 경우가 있지 않았나? 또한 책을 많이 읽는 사람 중에서도 치매 걸린 사람이 많지 않나? 하지만 문득 납득했는데 나는 책을 별로 안 읽고 게을러서 공부도 많이 안 하니까 치매에 걸려도 그럴 수 있는 일이겠구나 싶었다. 아항! 우후후.

어차피 어떤 병에 걸리는 건 언제나 우발적 상황이지. 5살 때부터 담배를 피워도 폐암에 안 걸리는 사람은 안 걸리듯.

암튼 오늘 점심 때 사무실 사람들과 식사를 하다가 다섯 명 중 어쩐지 내가 가장 뇌 퇴화(?) 현상이 심하다는 걸 확인했다. 우후후. 결코 읽은 적 없다고 기억하는 책을 펼쳤는데 밑줄에 깨알같은 메모까지 가득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지. 어떤 땐 새 논문 읽는 기분으로 같은 논문을 두 번 읽었지… 그것도 새로 인쇄해서. 뉴후후.

오메가3이 많이 든 곡류를 좀 먹어야 할까 보다. 모 님은 강의 자리에서 꾸준히 먹어도 별 효과가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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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블로깅을 하려면 트래픽 초과가 떠서 답글을 못 달고 있습니다. 블로깅은 모바일로만 간신히… ㅠㅠㅠ 답글이 없다고 서운해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ㅠㅠㅠ

좋은 논문을 공유하고 싶지만

글을 읽다보면, 특히 영어논문을 읽다보면 이 논문을 ㄱ에게 건네준다면 참 재밌게 읽을 텐데라는 고민을 한다. 하지만 ㄱ은 영어로 된 글을 못 읽기 때문에 권할 수가 없다. 아쉬운 일인데 ㄱ의 영어실력이 아니라 그 논문이 하필 영어란 점이다. 무척 아쉽다. 그렇다고 그 논문을 번역하기엔 관심 있을 사람 자체가 별로 없어서 애매한 작업이다. 아쉽고 또 아쉽다.

아마도 한국어 자막이 없는 영상을 권하고 싶은 이들이 이런 마음이겠지. 나는 영어 읽기만 간신히 할 수 있을 뿐 듣기나 쓰기 말하기를 전혀 못 하는 수준이다. 아무리 좋은 동영상이 있어도 영어 듣기가 안 되니 아쉽기만 하다.

자동 번역 기술이 더 빨리, 뛰어나게 발전되었으면 하는 문제는 아니다. 언어가 만드는 지식과 정보의 장벽, 혹은 제약, 권력행위 같은 걸 질문하고 샆다. 그런데 영어를 못 하는 것이 정보나 고민의 깊이와는 아무 상관없더라. 공부의 양과 깊이지 영어의 문제는 아니더라. 그래서 늘 어정쩡한 내가 부끄럽다. 흑…

이론과 음식의 효능

이론과 이론을 직조하는 작업보다 구체적 경험과 이론을 직조하는 작업이 더 큰 인식론적 전회를 야기한다. 당연하지. 이론은 경험의 언어고 특정 맥락에서 등장한 해석이니까. 그러니 이론-경험-이론으로 연결될 때 그 힘은 정말 강력하다. 뻔한 이야기.

비가 내렸더니 좀 지낼만 하다. 지난 주까지는 정말 힘들었다. 체력이 쭉-쭈욱 떨어지는 걸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대로 쓰러지겠구나… 그러며 깨달았는데 기본 보양보다도 내게 중요한 건 몸을 차게 식히는 것. 더위를 식히니 살만하더라. 정말 더위에 취약하다. 올 여름은 어떻게 버틸까나.

더위에 좋다는 음료로 오미자차와 매실차가 있다. 매실차는 얼추 10년 가까이 장복하고 있는데 만약 매실로 버티는 게 지금 이 수준이라면 … 덜덜덜. 정말 무서운 일이다. ㅠㅠㅠ

체력, 그러니까 글을 쓰는 힘을 관리한답시고 이런저런 곡류나 야채를 찾은 적 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은 잡곡을 먹으며 이전보단 몸이 좋은 상태다. 그런데 이것저것 찾으면서 깨닫기를… 만병통치약이 아닌 음식이 없더라. 콩나물을 찾아도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콩나물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어떤 곡류나 채소의 효능이란 게 이런 식이란 뜻이다. 그냥 먹을 수 있는 건 챙겨 먹는 게 좋다는 말.

다른 한편 몸에 좋다는 음식의 상당수가 몸을 보혈한다, 몸을 따뜻하게 한다는 설명을 포함한다. 몸에 열이 많은 나 같은 사람에겐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심지어 더위를 식힌다는 오미자도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을 뚫으며… 운운한다. 뭐지…

곡류나 야채, 채소, 과일 등의 효능은 결국 이론과 같다. 내 몸에 맞는 곡류 등이 있듯 모든 이론이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특정 몸이라는 맥락에서 작용한다. 이것을 놓치면 역효과 혹은 부작용이라고 하는 것만 발생할 뿐이다. 이론을 곡류 고르듯, 과일 고르듯 꼼꼼하게. 건강에 좋다는 말에 우르르 따를 것이 아니 듯 이론 역시 마찬가지다.

뻔한 이야기를 웃기게 썼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