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논문을 공유하고 싶지만

글을 읽다보면, 특히 영어논문을 읽다보면 이 논문을 ㄱ에게 건네준다면 참 재밌게 읽을 텐데라는 고민을 한다. 하지만 ㄱ은 영어로 된 글을 못 읽기 때문에 권할 수가 없다. 아쉬운 일인데 ㄱ의 영어실력이 아니라 그 논문이 하필 영어란 점이다. 무척 아쉽다. 그렇다고 그 논문을 번역하기엔 관심 있을 사람 자체가 별로 없어서 애매한 작업이다. 아쉽고 또 아쉽다.

아마도 한국어 자막이 없는 영상을 권하고 싶은 이들이 이런 마음이겠지. 나는 영어 읽기만 간신히 할 수 있을 뿐 듣기나 쓰기 말하기를 전혀 못 하는 수준이다. 아무리 좋은 동영상이 있어도 영어 듣기가 안 되니 아쉽기만 하다.

자동 번역 기술이 더 빨리, 뛰어나게 발전되었으면 하는 문제는 아니다. 언어가 만드는 지식과 정보의 장벽, 혹은 제약, 권력행위 같은 걸 질문하고 샆다. 그런데 영어를 못 하는 것이 정보나 고민의 깊이와는 아무 상관없더라. 공부의 양과 깊이지 영어의 문제는 아니더라. 그래서 늘 어정쩡한 내가 부끄럽다. 흑…

이론과 음식의 효능

이론과 이론을 직조하는 작업보다 구체적 경험과 이론을 직조하는 작업이 더 큰 인식론적 전회를 야기한다. 당연하지. 이론은 경험의 언어고 특정 맥락에서 등장한 해석이니까. 그러니 이론-경험-이론으로 연결될 때 그 힘은 정말 강력하다. 뻔한 이야기.

비가 내렸더니 좀 지낼만 하다. 지난 주까지는 정말 힘들었다. 체력이 쭉-쭈욱 떨어지는 걸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대로 쓰러지겠구나… 그러며 깨달았는데 기본 보양보다도 내게 중요한 건 몸을 차게 식히는 것. 더위를 식히니 살만하더라. 정말 더위에 취약하다. 올 여름은 어떻게 버틸까나.

더위에 좋다는 음료로 오미자차와 매실차가 있다. 매실차는 얼추 10년 가까이 장복하고 있는데 만약 매실로 버티는 게 지금 이 수준이라면 … 덜덜덜. 정말 무서운 일이다. ㅠㅠㅠ

체력, 그러니까 글을 쓰는 힘을 관리한답시고 이런저런 곡류나 야채를 찾은 적 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은 잡곡을 먹으며 이전보단 몸이 좋은 상태다. 그런데 이것저것 찾으면서 깨닫기를… 만병통치약이 아닌 음식이 없더라. 콩나물을 찾아도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콩나물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어떤 곡류나 채소의 효능이란 게 이런 식이란 뜻이다. 그냥 먹을 수 있는 건 챙겨 먹는 게 좋다는 말.

다른 한편 몸에 좋다는 음식의 상당수가 몸을 보혈한다, 몸을 따뜻하게 한다는 설명을 포함한다. 몸에 열이 많은 나 같은 사람에겐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심지어 더위를 식힌다는 오미자도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을 뚫으며… 운운한다. 뭐지…

곡류나 야채, 채소, 과일 등의 효능은 결국 이론과 같다. 내 몸에 맞는 곡류 등이 있듯 모든 이론이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특정 몸이라는 맥락에서 작용한다. 이것을 놓치면 역효과 혹은 부작용이라고 하는 것만 발생할 뿐이다. 이론을 곡류 고르듯, 과일 고르듯 꼼꼼하게. 건강에 좋다는 말에 우르르 따를 것이 아니 듯 이론 역시 마찬가지다.

뻔한 이야기를 웃기게 썼다. 후후후.

부산 갔다 옴..

때론 내게 두 분의 어머니가 계시는 것 같다. 어릴 때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 그리고 지금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어머니.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아버지와 관련한 첫 번째 기억이 주먹으로 얼굴을 맞은 것이듯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 언제나 불편한 관계. 몇 달만에 만나면 딱 5초 반갑고 그 다음부터는 싸우거나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로 가득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대략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유지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뭔가 다른 모습을 만나고 있다. 어머니와 나, 둘이 모두 나이가 들어서일 수도 있다. 혹은 언니에게로 어머니의 관심이 많이 옮겨가서 그럴 수도 있다. 어쨌거나 예전처럼 그렇게 날이 잔뜩 선 관계를 맺지는 않고 있다. 물론 박사학위 논문이 끝나면 결혼전쟁이 기다리고 있어 나중에 다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다.
부산에 갔다 왔다.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특별히 주제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이런 저런 잡담이었지만 음식을 하며, 그냥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물론 나는 여전히 긴장을 한 상태다. 결혼과 같은 이슈, 박사 과정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까봐 계속 긴장하고 걱정한다. 그럼에도 예전과 같은 그런 초긴장상태, 신경이 한없이 날카로워서 작은 말에도 상처가 날 것 같은 그런 상태는 이제 아니다. 확언할 순 없지만 그런 느낌이다.
나이가 더 들고, 포기하거나 체념하는 일이 더 많이 생기면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좀 더 편해질까…
그나저나 부산에 좀 더 자주 가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