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 부스 행사 전시회, 고맙습니다.

오늘로 2015 제16회 퀴어문화축제 부스행사 및 퍼레이드가 끝났습니다.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이 조각보와 함께 진행한 ‘한국 트랜스젠더 인권운동 20년’ 전시회도 무사히 끝났고요.

한국 트랜스젠더 인권 운동 관련 중요한 문서와 각종 자료를 기증해준 승현 님과 캔디 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루 통으로 시간을 내서 판넬 제작을 도와준 진오 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전시회 기획에 여러 아이디어를 주고 행사 당일 함께 준비하고 자리를 지켜준 퀴어락 운영위원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전시회에 구경와서 열심히 구경해주신 분들!
그리고 퀴어락에 여러 가지 전시물품을 기증해주신 부스 행사 참가자분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트랜스젠더를 추방하며 동성결혼을 축하하는 오바마의 태도

“백악관 성소수자 행사서 대통령 연설 방해한 트랜스젠더 쫓겨나”
출처 : SBS 뉴스
영어 판본의 기사를 대충 확인해도 아주 틀린 번역은 아닌 듯하여…
매우 역설적인 기사였다. 황당하고 화가 났다.
미국 LGBT의 달을 맞아 백악관에 LGBT를 초청해서 오바마 미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열렸다. 오바마가 연설하는 중에 한 트랜스젠더 활동가가 오바마의 연설을 방해하며 LGBT의 국외 추방 이슈를 제기했다. 오바마는 이곳에 내 집이라며(“당신은 내 집에 있다”) 연설 방해를 비난했고, 결국 그 활동가(Jennicet Gutiérrez http://goo.gl/SNYR92)는 쫓겨났다고 했다. 위에 링크를 남긴 한국어판 기사에 따르면 그날 오바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인용] 이날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 결혼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단과 상관 없이 그의 6년 반의 임기 동안 “미국 전역에서는 부인할 수 없는 변화가 있었다”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은 좀 더 개선되야 한다고 말했다. [/인용 끝]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트랜스젠더의 언어를 듣지 않으려 했고 그 트랜스젠더를 쫓아냈다. 물론 누군가의 연설에 방해하는 행위 자체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 적절하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그런 행위를 통해 전달하고 하는 언어가 있다면 그것은 그런 행위를 통하지 않고선 결코 전달할 수 없는 내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Gutiérrez가 했던 말은 정말 중요한 이슈였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미등록 LGBT/퀴어,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LGBT/퀴어가 추방당하고 있거나 추방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브리가 날카롭게 분석했듯, 어떤 LGBT/퀴어는 추방 판결을 유예 당하며 생존 자체를 위협 받고 있다. 그런데 그런 언설을 오바마는 듣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기사를 읽다가 내가 더 분노한 지점은 다음 구절이다.
[인용] 다른 참석자들도 이 참석자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그의 말이 들리지 않도록 ‘오바마’의 이름을 연호했다. [/인용 끝]
이것이 말하는 바는 정확하다. 현재 정치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와 할 수 있는 이야기, LGBT/퀴어의 삶을 둘러싼 이슈에서 말해도 괜찮은 이슈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동성 결혼 같은 이슈는 말해도 괜찮고 매우 중요한 이슈다. 트랜스젠더 이슈는? 잘 모르겠다.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국정연설인가 연두연설인가 어딘가에서 트랜스젠더를 언급했다고 올 초에 난리였지만 트랜스젠더 이슈, LGBT/퀴어 이슈를 제기한 트랜스젠더는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제도화된다는 것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나? 의제는 선별된다. 가치 있는 의제와 의사 방해로 추방당할 수 있는 의제가 규정된다. 그리고 동성결혼 같이 “매우 이기적” 의제(케이트 본스타인의 표현이기도 하다)가 아니라 LGBT/퀴어의 생존이나 삶 자체를 위협하는 의제는 말할 수 없는 것, 혹은 정부 정책에서 말해선 안 되는 것으로 배제된다.
어제 밤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다고 난리다. 한국의 여러 LGBT/퀴어도 이를 긍정하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반응을 보인다. 진심을 말하자면 웃기는 일이다. 나의 첫 반응은 ‘그래서 어쩌라고?’ 심지어 미국이 전세계 최초도 아닌데 왜 미국의 동성결혼 합법화에 이렇게 난리를 치는가? 정말로 묻고 싶다. 미국이, 특히 미국의 스톤월 항쟁이 한국 LGBT/퀴어 운동의 기원이라도 된단 말인가? 일전엔 6월 28일은 스톤월 항쟁이 발생한 날이라며, 스톤월 항쟁과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행사날을 연결하는 글을 보고 뒷목을 잡았다. 뭐지? 정말로 한국 LGBT/퀴어 운동의 신화적 기원, 망상적 기원은 스톤월 항쟁이라고 여긴다는 뜻이다. 한국이라는 지역이 아니라 아니라 미국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을 사유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바마는 미국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결정을 두고 큰 진전이라고 말하며 재판 당사자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웃기는 쇼다. LGBT/퀴어를 추방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언설은 무시하고 그 말을 한 사람은 쫓아냈으면서(추방했으면서) 동성결혼 합법화는 축하하는 태도. 끔찍한 모습이다. 의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LGBT/퀴어의 삶이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알려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동성애자의 동성결혼은 축복할 사건이다. 그렇지 않은 의제는? 잘 모르겠다.

한국 트랜스젠더 인권운동 20년 전시회, 퀴어락, 노잼 보장

“노잼 보장!”
오는 일요일에 진행하는 퀴어문화축제 부스 행사의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전시회 홍보를 하며 “노잼 보장!”이란 문구를 덧붙일까 했다. “축제 속의 고요”란 구절은 적었으니 “노잼 보장”을 적으면 화룡점정이구나 싶었다. 재미 없음은 확실히 보장한다는 말이 컨셉이라고 주장하면서.
전시회를 준비하며 전시를 전문으로 하는 기획자의 입장과 트랜스젠더퀴어 역사연구자이자 아키비스트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겠구나 깨달았다. 전시에 집중하는 전문 기획자라면 방문자에게 좀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작품을 선정할 것이다. 역사연구자인 나는 재미보다는 역사적 의미, 사건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작품을 선정했다. 그러다보니 전시회는 깨알 같은 글씨가 가득한 기록물로 점철되었다. 물론 이것이 퀴어락 단독 전시회라면 재미있을 수도 있다. 의미가 클 수도 있고. 하지만 이건 퀴어문화축제 부스행사 및 퍼레이드 때 진행하는 전시회다. 사방이 북적북적한데 재미를 보장하지 않는 전시회라니… 괜찮을까?
나는 이것이 정말로 나의 성격 혹은 강의 스타일을 닮았다는 걸 깨달았다. 강의가 끝날 때까지 농담을 거의 안 하고 재밌는 이야기도 별로 안 하고 시종일관 진지…가 아니라 딱딱하기만 한 스타일이 전시회에도 반영되었다. 요즘 시대에 재미없는 강의는 인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내용 전달에도 실패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스타일을 선호하니… 아니, 이런 스타일에서 벗어날 의지가 별로 없으니…
아무려나 트랜스젠더의 역사가 궁금하신 분, 한국 퀴어 운동의 역사가 궁금하신 분, LGBT/퀴어 운동에서 법제화 운동사가 궁금하신 분은 꼭 놀러오셔요~ 노잼은 보장하지만 자료를 구경하는 재미도 보장합니다. 무엇보다 각 자료마다 꼼꼼하게 설명을 단 자료집이 따로 있어서 전시회를 둘러보는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거예요. 하하.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