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 관련 몇 가지 발악 아닌 발악

좀 많이 무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비염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두 종류의 약을 구매했다. 엄밀하게는 의약외품, 의료보조제랄까. 사실 아직 검증이 안 되었지만, 이곳에 오는 분 중엔 비염인 분이 계셨고(과거형이다… 지금도 오시는지는 모르니까…) 혹여나 참조하실까 해서 일단 메모.
예전에 아토피로 고생하는 자식이 있는 분에게서 면역력이 약한 건 장이 약한 거라고 했고, 면역력을 강화하면 아토피에 도움이 되는데, 비염에도 도움이 될 거란 말을 해줬다. 물론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얼마 전 E를 통해 유산균의 일종인 프로바이오틱스가 장의 유산균 활성에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면역력 증가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어떻게든 비염을 완화시키려는 의지가 강해진 저는 일단 시도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당장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한동안 꾸준히 먹는 거죠. 비염만 완화되고 경우에 따라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면!
덧붙여 아이허브에서 파는 웰니스포뮬라(Wellness Formula)도 구매했습니다. 이것 역시 E가 알려줬지요. 이 약이 비염에 그렇게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리뷰를 보면 대체로 감기 초기 증상일 때 한두 알 먹고 자면 완전 좋아진다는 내용이 다수지만, 비염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 제품은 비염이나 감기에 특화된 제품인데 하루에 한두 알을 꾸준히 먹어도 되고 심할 땐 3시간에 한 번씩 먹으라는데 저는 일단 하루에 두세 알을 꾸준히 먹는 방향으로 시험해보려고요.
이렇게 조금 무리해서라도 의약외품, 보조제를 사용하겠노라고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올해 들어 슈도에페드린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는 상태기 때문입니다. 전에 없이 새벽마다 비염으로 잠에서 깨어나기 때문에 피곤하기도 피곤하고, 슈다페드를 계속해서 복용하고 있달까요. 의사는 슈다페드를 장기적으로 복용하지 말라고, 몸에 안 좋다고 했지만 가장 확실하게 효과를 발휘하는 약은 슈다페드(슈도에페드린) 뿐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일부러 안 먹고 잠들면 새벽엔 반드시 깨어나고, 잠들기 전에 먹으면 아침까지 계속 잠드는 일상. 이건 좀 아니지요. 그래서 프로바이오틱스와 웰니스포뮬라를 복용하며 테스트를 해보려고요. 물론 비용은, 만약 슈다페드와 다른 약을 중단할 수 있다면 이쪽이 훨씬 저렴한 편입니다. 슈다페드와 다른 약이 꽤나 비싸거든요. ㅠㅠㅠ
그리고 요즘 면역력 증가에 도움이 될까 해서 마늘도 매일 먹고 있지요. 마늘고추장을 만들어서 계속 먹고 있습니다. 언젠가 E가 말해주기를, 어떤 사람이 한의와 양의를 모두 포함해서 6곳 정도의 병원에 다니며 각종 치료를 했더니 어느 순간 비염이 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도대체 어느 병원의 처방이 결정적 효과를 일으켰는지는 결코 알 수 없지만 아무려나 뭔가 하나 혹은 여러 처방이 동시에 작용하며 비염이 사라졌다는 마술 같은 이야기. 저 역시 이런 마음입니다. 뭐라도 좋으니 비염이 없어질 수만 있다면 뭐라도 먹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낫또를 먹어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이미 두세 번 실패했지만 이번엔 약을 먹는다는 기분으로 어떻게 시도를 해볼까 싶기도 하달까요. ㅠㅠㅠ

당신의 삶이 퀴어락을 구축한다.

퀴어락에서 상근을 하며 분명하게 확인하는 사실 중 하나는 퀴어락은 상근자와 운영위원에 의해 조직되고 구성되는 ‘단체’가 아니란 점이다. 어떤 단체는 활동가의 조직력과 기획력으로 운영되고 단체의 역사가 축적될 수 있다. 그리고 조직력과 기획력은 단체의 지속에 있어 매우 중요한 측면이다. 그런데 퀴어락, 그러니까 퀴어아카이브는 상근자나 운영위원이 어떤 주제의 전시회를 개최하고 한해 중점 사업을 어떻게 설정하는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퀴어락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LGBT/퀴어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 활동, 그리고 LGBT/퀴어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의 삶, 활동으로 구축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절대적이다. 퀴어아카이브는 퀴어 ‘대중’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퀴어아카이브는 퀴어 ‘존재’가 살아온 흔적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오직 퀴어 범주에 속하는 개개인의 다양한 활동이 퀴어아카이브를 가능하게 한다.
자료를 수집할 때뿐만 아니라 자료를 기증받을 때 이 사실을 더 분명하게 확인한다. 기증받은 자료를 검토하고 있으면, 기증이 아니고선 도저히 수집할 수 없는 자료, 기증이 아니라면 존재했는지도 몰랐을 법한 자료와 만난다. 그리고 이들 자료는 모두 스스로를 LGBT/퀴어의 어느 범주로 설명하건 LGBT/퀴어 이슈에 관심이 있어서건 그들 개개인이 살아가고 활동하며 기록한 흔적이다. 퀴어락에 모이는 자료는 퀴어락이 기획하는 자료가 아니라 퀴어락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개개인의 흔적이 집적된 것이다. 정말로 개인의 역사, 개인의 활동, 단체의 활동이 축적된다. 그리고 이런 역사와 활동이 없다면 퀴어 아카이브는 존재할 수 없다.
사실 퀴어 아카이브는 LGBT/퀴어 개개인에게 가장 거리가 먼 공간이긴 하다. 사실 대다수에게 퀴어 아카이브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무방한 곳이다. 예를 들어 퀴어문화축제의 축제 관련 활동은 무척 중요한 관심사지만 퀴어아카이브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퀴어락의 필요성을 인지하건 하지 않건, 퀴어 아카이브에 관심이 있건 없건 그들 개개인의 삶이 퀴어락을 구축한다. 그리고 퀴어락이 더 성장하고 잘 된다면 LGBT/퀴어 개개인의 역사와 삶은 더욱 풍부해지고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는 삶이 된다. 물론 이것은 개개인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지점이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퀴어락이 없어도 퀴어의 삶은 지속되지만, 퀴어의 삶이 없다면 퀴어락은 없다는 점, 이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겸사겸사 퀴어락의 지속에도 관심이 있다면… 여기로! http://goo.gl/lJMZjc

애도하는 방법

애도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그 방법 중 하나로 제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음식 준비를 누가 하고 제사 의례에서 권력을 누가 행사하느냐에 있지 제사라는 방식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나는 기생충). 음식 좀 간소하게 하면서(떡 대신 피자를 올린다거나) 동시에 음식을 주변 친구와 함께 나눠먹을 수 있다면 이것도 애도하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일년에 몇 번 명절 차례나 제사에 참가해야 하는 나는, 한때 이것이 무조건 폭력적이라 폐지해야 하는 악습이라고 믿었다. 기본적으로 여성에게, 그리고 비규범적 삶을 사는 이들에게 명절 차례와 제사는 폭력적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민이 조금 바뀐 것은 ‘이 시기가 아니면 언제 모이겠느냐’고 ‘어른’들이 자주 말하는 그런 이유가 아니라 ‘이 형식이 아니면 언제 애도하고 기억하겠느냐’에 있다. 그러니까 어떤 하루를 기념일로 혹은 애도할 날로 약속하지 않는다면 애도의 대상은 그냥 스쳐지나가기 쉽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으며 오래오래 기억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 생각보다는 금방 잊힌다. 평생 기억할 것 같은 일도 몇 년, 십년 정도 흐르면 조금씩 그리고 계속 희미해진다. 물론 잊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년에 하루 정도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서 애도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살아 있는 삶을 위로하기 위해서, 그리고 애도하기 위해서, 정치적 삶/죽음을 마냥 정치적 의제로만 가져가지 않기 위해서 제사라는 형식도 나쁘지 않다. 애도의 형식을 제사로만, 차례로만 규정한다면 이때부턴 심각한 문제지만. 애도 형식의 독점권을 갖지 않는다면, 애도의 내용을 규정할 독점권을 갖지 않는다면 제사도 나쁘지 않지.

그러니까 슬퍼할 시간, 애도의 형식, 애도의 내용을 타인이 규정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는 말은 윤리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