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락 사진류 관련…
부끄러움
나에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이고 싶은데, 나 자신에게 가장 부끄럽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혼자 공부를 하는 것도, 사실은 내가 엄청 허접하고 늘 궁상떨며 살고 있다는 점도 부끄럽지 않다. 내가 무식한 점도, 내가 영어를 엄청 못 해서 이태원 살 때 물건을 사고 가게를 나오며 “Thank you”라는 말 한마디 못 했다는 점도 부끄럽지 않다. 라면을 정말 좋아해서 요즘 들어 채식 컵라면 정보를 끊임없이 찾고 있고, 비건 채식을 한다지만 사실은 편식을 하고 있을 뿐이란 점도 부끄럽지 않다. 채식을 윤리의 문제로 설명하는 이들에게 분기탱천하지만 그래봐야 속으로 꿍얼거릴 뿐이란 것도 부끄럽지 않다. 내가 윤리적이지 않은 사람이란 것도 별로 부끄럽지 않다. 이런 것 정도는 부끄럽지도 않고 내게 미안하지도 않다. 내가 허접하고 지지리 궁상떨며 살고 있는 것이야 얼마든지 떠들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게으르다는 점, 내가 보기에도 민망하고 한심할 정도로 공부를 안 하고 게으르다는 점은 부끄럽다. 부끄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근대적 성실함, 새마을운동이 요구하는 성실함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냥 공부를 안 하는 무식한 인간이고, 그런데도 공부한답시고 떠드는 인간이라 부끄럽다. 이 부끄러움이 강해질 땐 그냥 모든 공부를 중단해야 할까란 고민도 진지하게 한다. 나 같은 거 공부 안 한다고 티도 안 나는 걸. 그러니 그냥 모든 걸 중단할까, 그냥 일하고 고양이랑 뒹굴뒹굴하며 지낼까란 고민도 진지하게 한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도, 내 게으름이 정말 부끄러운데도 계속 공부를 하겠답시고 붙잡고 있는 내가 부끄러울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