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민주주의: 동성애를 인권의 항목에 넣어야 하는 이유
필자: 원영
인권에 반대하는 방법: “전 아무튼 반댑니다”
필자: 홍성수
“박원순 시장이 ‘인권헌장 뭐하러 하는가’ 압박했었다”
인권헌장 제정 참여자들 증언 “나를 곤경에 빠뜨리려 작정했냐” 질책도
한윤형 기자
‘우리 곁에 있다던 박 시장은 누구?’…서울인권헌장 폐기 반발 확산
배문규 기자
인권헌장, 이것이 팩트다: 서울시와 MBC는 오보를 바로잡아주십시오
필자: 홍성수
서울시민인권헌장 관련 몇 가지 기사다. 서울시가 거부하기 전에 나온 기사도 있고 이후에 나온 기사도 있다. 특정 언론사가 많은데, 구글플러스에 올라온 뉴스를 중심으로 수집해서 그럴 뿐 특별한 의도나 그런 건 없다. ;;;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전에 첨언을 먼저하면, 몇 개의 사이트와 게시판 등을 살펴보고 있는데 논의는 이미 게이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성적 지향=동성애=게이로 이야기하고 있고, 게이 남성이 모든 논의의 중심에 섰다. 그 많은 레즈비언 활동가, 바이 여성과 남성 활동가,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 활동가, 퀴어 활동가, HIV/AIDS 감염인 및 관련 활동가, 스스로를 LGBT/퀴어의 어느 범주는 아니라고 인식하지만 함께 하고 있는 여러 활동가 등이 묻히고 있다. 이른바 ‘반동성애’ 진영은 HIV/AIDS를 밑절미 삼아 혐오 발화를 하고 있지만 에이즈 역시 별로 언급이 안 되고 있다. 젠장. 누군가 한 명은 기록을 해야 하고, 사실 다른 많은 사람이 기록하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 또한 기록하기로 했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둘러싼 서울시의 행태는 ‘동성애=게이’만의 이슈가 아니라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그리고 HIV/AIDS로 논할 수 있는 매우 포괄적 이슈다. 그리고 HIV/AIDS와 관련한 무수한 사람, 비이성애 혹은 퀴어라고 포괄할 수밖에 없는 무수한 범주,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로 포괄할 수밖에 없는 무수한 범주의 사람들이 현재 논란의 중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뻔한’ 이야기를 왜 하냐고? 현재 ‘논란’에서 이 ‘뻔한’ 이야기가 자꾸 무시되거나 그냥 지나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
이른바 진보연하거나 중도좌파연 하는 사이트와 게시판 등을 살피면서 뻔한 몇 가지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이것은 꼼꼼하게 살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순한 인상에 가깝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자.)
ㄱ. 우리 박원순찡이 그럴리가 없어. 박원순찡을 공격하는 너님은 사실 새누리당 지지자거나 원순찡을 흠집내서 새누리당을 이롭게 하려는 자다!
: 그냥 말을 말자.
ㄴ. 현재까지 절차는 문제가 있지만 박원순이 입장을 표명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겠다.
: 눼에눼에.
이미 서울시 입장은 나왔다. 아울러 트위터 좋아하는 서울시장이 트위터에서도 아무런 대꾸를 안 하고 있다. 근데 궁금하다. 박원순의 입장이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궁금하다. 박근혜는 세월호 침몰 사건 등 여러 이슈에서 침묵하고 있는데 박근혜가 의견을 표명할 때까지 박근혜에 대한 입장을 유보한다는 것일까? 현 이슈의 책임자가 직접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아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박원순은 직책상으로 직무유기 같고, 그냥 말해서 무책임하다.
ㄷ. (일부는) 제대로 된 사실을 가져와라고 하면서, ‘뜬금없이 헌장을 제정하면 서울시와 박원순이 황당하지 않겠나’, ‘과반수가 투표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등.
: ‘팩트’는 조금만 검색해도 나온다. 하지만 검색하지 않고 있거나 그것은 ‘팩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ㄹ. 지금 시국이 어떤 상황인데 성소수자 인권을 다룰 여유가 있느냐란 반응도 봤다.
: 적잖은 이들이 비판하긴 했지만, 글 쓰신 분은 갑질만 할 수 있는 사장님이냐고 묻고 싶다. 권력자, 이른바 ‘갑’과 동일시하는 이런 언설이 지금의 한국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고 싶다.
이런저런 반응을 접하면서 떠오른 책이 있다. 박가분이 쓴 “일베의 사상”이다. 그 책에서 박가분은 일베가 팩트에 집착하고 객관적 사실에 집착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팩트를 취사 선택하고 객관 혹은 중립을 가장한 그들만의 논리를 전재한다고 지적했다. 그 분석은 진보연 혹은 중도좌파연 하며 일베를 극혐하는 게시판에서 나타나는 태도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러니까 일베나 진보연 하는 게시판이나 어떤 정책에 대한 입장은 분명 다르겠지만 정치적 삶과 태도에 있어선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내가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이런 게 아니다. 어떤 의미에선 좌절스러운 부분이기도 했고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것은 ‘동성애’가 취향도 아니고 그렇게 태어난 것인데 인정해줘야 하고 따라서 차별 발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언설이다. 반 LGBT/퀴어 진영을 비판하는 입장, LGBT/퀴어를 다소 싫어하는 입장, 차별은 해선 안 되지만 박원순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겠다는 입장, 박원순을 강하게 비판하는 입장 등을 가리지 않고 이 논리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타고 났기 때문에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화가 났다. 이런 입장은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의 권력 지형, 사회적 맥락 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모든 것은 동등하다는 인식을 밑절미 삼는다. 비트랜스젠더-이성애 질서를 조금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렇게 태어났으니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가장 위험하고 문제다. (그리고 이런 인식을 밑절미 삼을 때 정윤회 같은 이들의 인권을 지켜줘야 하기에 정쟁으로 가져가선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새누리당의 논리가 가능해진다.
http://goo.gl/q2JWqm) 으으으, 정말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