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 저녁, 갑자기 속이 매스꺼워서 토했다. 지난 토요일 밤부터 속에서 불이 나는 느낌으로 안 좋아서 매실액으로 속을 달랬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부터 속이 매스껍고 두통이 심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한 다음 먹은 걸 다 토했다.
기억하는 분도 계실 것이고, 이곳에도 기록되어 있지만 작년 혹은 재작년까지 채식 관련 글을 쓸 때마다 했던 얘기가 있다. 최소한 2000년 이후로 병원에 간 적이 없다는 얘기다. 정말이었다. 체력이 내가 가진 유일한 자산이라고 할 정도로 어디 아프지 않았다. 물론 만성두통으로 진통제를 상비했고 비염으로 비염약을 상비했지만 그 외 아픈 곳은 딱히 없었다. 작년 초겨울 잠시 아팠는데 그게 거의 10년만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픈 곳이 없었다.
그리고 올해 내내 아프다. 어디 아프다가 괜찮아지는 것 같으면 또 다른 곳이 아프다. 혹은 괜찮아지는 것 같다가 다시 아프다. 피를 토하기도 해서 위내시경도 받았다(위내시경은 반드시 수면내시경을 추천합니다.. 우웨엑). 피검사를 받으면 어디 특별히 아픈 곳 없다는 데 계속 아프다.
아픈 몸을 조금이라도 다스려보려고 E의 큰 도움을 받아(E가 아니었다면 상태가 더 나빴을 것이다) 평소 그렇게도 안 하던 스트레칭도 하고 건강을 위해 음식을 적당히 가려먹기도 했다(라면은 못 끊는다). 건강에 좋다는 음식도 간혹 며칠 챙겨 먹기도 했다. 몸이 아프니 공부의 효율도 떨어지고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 때가 많으니 필요한 일이다.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보니 고민도 묘하게 변한다.
몸이 아플 때마다, 아픈 몸을 어떻게든 보듬으며 아픈 몸을 고민하며 떠오르는 또 다른 고민은 묘하게 변했지만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니다. 어떻게 하면 규범성과 끊임없이 갈등하면서, 불화를 일으키면서 삶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런 불화와 갈등을 대중강연 같은 곳에서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 나는 지금 이것이 고민이다. (그리 심각하지는 않지만 어쨌거나)아픈 몸으로 어떻게 규범성과 불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삶의 태도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 몸이 계속 안 좋으니 이런 고민이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