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LGBT 상담 컨퍼런스가 11월 15일에 열립니다.

2012년부터 시작한 LGBT상담컨퍼런스가 올 열립니다. 올해 주제는 포비아라고 합니다. 많은 것을 시사하는 주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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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합니다
LGBT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의 약자입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2002년 창립 이후 전국의 여러 상담가 양성과정과 보수 교육에 참여하면서 상담가들이 성적소수자를 이해하고 또한 섹슈얼리티와 젠더의 다양성에 기반한 상담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예상치못한 여러 고민거리에 부딪치는데 이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지식이나 정보, 상담 사례 등을 듣거나 보고 배우며 느낄 기회가 거의 없었기 떄문입니다.
이에 국내 유일의 LGBT 전문 상담소인 <별의별상담연구소>와 함께 2012년부터 LGBT상담컨퍼런스를 매년 개최해왔습니다. 3회를 맞이하는 올해의 주제는 ‘포비아’입니다. 상담가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이해하려고 해도 우리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여러 가지 성적 혐오가 이미 들어와 있고, 이에 대한 심리적인 방어 기제가 작동하는 까닭에 내담자를 파악하고, 상담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호모포비아, 에이즈포비아, 트랜스포비아 등은 상담가뿐만 아니라 내담자에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혐오’ 자체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혐오를 넘어선 상담의 깊이를 더 하기 위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런 욕구를 가지신 상담 전문가 및 심리상담 분야 종사자, 대학원생, 학부생 그리고 상담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서 알찬 컨퍼런스를 준비하였습니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공부해온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담가들의 고민과 궁금증을 풀어드리고 열정에 응답할 것입니다. 1시간 강의, 30분 질의응답으로 구성해 궁금하신 것들을 보다 충족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였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4 LGBT 상담 컨퍼런스
– 상담의 과정에서 부딪치는 여러 성적 편견과 포비아를 뛰어넘도록 돕기 위한 컨퍼런스
일시: 2014년 11월 15일 (토) 10:30 ~ 18:30
장소: 한양대학교 사회과학관 523호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에서 5분 거리)
대상: 상담 관련 실무자 또는 심리학 관련 전공생 및 상담에 관심있는 일반인
주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 별의별상담소 / 한양대학교성적소수자인권위원회
강사소개
루인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연구활동가)
‘날 혐오하덩가 말덩가’라는 심뽀로, 하지만 마음 한켠에선 폭력 피해를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이런 두려움을 밑절미 삼아, 포비아와 폭력이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퀴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또한 포비아와 혐오폭력이 이성애 구조, 이성애 범주를 직조함에 있어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트랜스젠더를 사유의 중심축으로 삼아 세상을 재해석하려고 노력하며,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 <남성성과 젠더>, <성의 정치 성의 권리>를 함께 썼고, 그외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호림 (동성애자 인권연대 HIV/AIDS 인권팀장)
2011년 봄, 에이즈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났다. 2011년 여름, 부산에서 열린 세계 에이즈 대회에서 에이즈 인권 운동을 만났다. 우연한 연결고리들이 이어져, 지금까지 에이즈 운동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성소수자 운동과 에이즈 운동, 사회복지학을 하며,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 중이다. 사회적 낙인이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1997년 하이텔 동성애자인권모임 <또하나의사랑> 대표시삽을 맡으면서 인권운동을 시작했다. 1998년 한국 최초의 동성애잡지 를 창간했고 2002년에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를 설립해 지금까지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채윤의 섹스말하기’(2000) 공저로 ‘섹슈얼리티 강의 두 번째’(2006), ‘10대의 섹스, 유쾌한 섹슈얼리티’(2010), 남성성과 젠더 (2011) 무지개성상담소(2014) 모두를위한마을은없다 (2014) 등이 있다.
별의별상담연구소
LGBT를 위한 전문 심리상담소.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때문에 상담을 받기 어려웠던 분들이 편안하게 상담 받을 수 있는 곳이 되고자 한다.  LGBT 당사자는 물론 그들의 가족, 지인 모두를 환영하며, 개개인이 보다 자유로운 삶, 편안한 일상을 꾸리도록 지지하고, 나아가 이성애 중심의 상담 및 사회적 관점이 변화하는 데에 힘을 보태는 것이 별의별상담연구소의 목적이다.
일정표  
10:30  ~1 1:00    접수 및 등록
11:00~12:20  여는강의 1. 변태와 이상성욕에 관한 것처럼 보이는 상담에서 헤매지 않기  (한채윤)
– 성적 다양성은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 소위 변태와 이상성욕으로 분류되는 상담에서 당황하지 않고 핵심을 찾아내기 위하여.
   
12:20~13:20   점심시간
13:20~14:50  특강1.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 그리고 궁금함 (호림)
– 동성애가 에이즈를 퍼트린다는 주장들의 오류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왜 에이즈에 대한 혐오가 생기는지, 에이즈에 대해 정확하게 알기위하여
14:50~15:10   휴식 시간
15:10 ~16: 40   특강2.  트랜스젠더를 만나는 두려움, 거부감 그리고 궁금함 (루인)
– 트랜스포비아는 왜 생기는 것일까. 현실에서 트랜스젠더 내담자가 느끼는 두려움을 파악하고, 상담에서 트랜스젠더에게 느끼는 상담가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하여  
16:40~ 17:00   휴식 시간
17:00~18:30  워크샵:  LGBT 상담과 포비아  (별의별상담연구소)
  – LGBT 전문상담소인 별의별상담연구소에서 사례를 중심으로 상담가와 내담자가 서로 직면하는 포비아를 분석하는 시간
등록안내
1. 참가비
  사전등록(11월 14일 17시까지)  25,000원                  
  당일등록(11월 15일)  30,000원              
  단체등록(7명 이상 / 11월 14일 17시까지)  20,000원
  * 자료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 등록방법
1)사전 등록 : 11월 14일 오후 5시 전까지 이메일 ( kscrcqueer@naver.com )로 신청하시고 참가비를 입금해주시면 됩니다.
               이메일 신청시 이름과 연락처, 입금자명을 꼭 적어주세요.
               소속 단체나 학교명 또는 참가 이유나 요청 사항 등을 더 적어주시면 저희가 참고하여 더 잘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2)단체 등록 : 7인 이상이 함께 등록하시면 단체 할인을 적용받으실 수 있습니다. (단, 사전 등록시에만)
               7인의 이름과 연락처는 반드시 기입해주시고 있으시다면 소속 단체나 학교명까지 쓰셔서 kscrcqueer@naver.com 으로 보내주시고 계좌로 입금해주시면 됩니다. (입금자명을 꼭 메일로 알려주세요)  
               
3)당일 등록(현장 등록)  :  당일 행사장 앞에 설치된 접수대에서 등록하시면 됩니다
  등록비 입금계좌  
우리은행 1006-301-221561           예금주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3. 안내사항
   메일 : kscrcqueer@naver.com  전화: 02- 743-8081 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붉은 꽃 피고 지는 시간

은색으로 눈부신 밤, 붉은 꽃 피고 지는 시간에 나는 달콤한 꿈을 꾼다. 이 꽃은 어디에서 피어났을까. 이 꽃의 달콤하고 비릿한 향기는 어째서일까. 이 꽃의 황홀함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쌀쌀한 이 계절, 붉은 꽃 피고 지는 시간, 나는 내 마음이 끓어오르고 또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을 느낀다. 내 마음은 붉은 꽃과 함께 그 형상을 갖추고 조금씩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 흔적은 기억이고, 기억은 흔적이다. 기억에 오래오래 남기 위해, 붉은 꽃 피고 지는 시간에 끓어오르고 또 사그라들기를 반복하는 내 마음은 흔적을 갖고 몸을 갖는다.

하지만 붉은 꽃 피고 진 자리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살아가기 위해 피어난 붉은 꽃은 그것이 피고 진 자리를 통해 살아갈 힘을 발산한다. 피고 진 자리에 남아 있는 그 어여쁜 흔적, 도톰하게 남아 있는 붉은 꽃 피고 진 흔적, 이 흔적이 내가 삶을 견디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이다. 그러니 붉은 꽃을 피운 것도, 피고 진 붉은 꽃을 먹어버리는 것도 결국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다.

생존주의, 사라지기

수상한 시절이라 그런지 만약 전쟁이 나거나 큰 재난이 닥쳤을 경우를 대비하여 얼마나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글이 이런저런 게시판에 올라오곤 한다. 어떤 사람은 깡통이 몇 백 개 준비되어 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2리터 물이 50여 통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방독면이 있다는 집도 있다. 그래서 곰곰 생각하니, 만약 전쟁이 나고 내가 사는 집은 다행히 부서지지 않고 남아 있다고 가정할 때 나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물론 집이 서울 외곽이고 경기도 북부에 해당하니 멀쩡하진 않을 것 같다. 알바를 하는 곳은 행정기관이 밀집한 곳에 속하니 그리 안전하진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어쨌거나 전쟁이 났고 나는 마침 집에 있었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그나마 멀쩡하다고 가정할 때 나는 며칠을 버틸 수 있을까?

엔하위키의 ‘생존주의’ 항목에 따르면 물 없이 사흘 정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집에 물은 2리터 병으로 40여 개가 있다.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온 다음, 나름 가장 기뻐한 일이 이것이다. 간혹 다른 사람 집에 갔다가 6병 묶은 생수 여러 팩을 쟁여둔 모습을 보면 부러웠다. 그땐 이태원에 살 때인데 그 시절 나는 한 팩씩 사먹곤 했다. (그 전엔 한두 병씩 사먹었다.) 집 근처 가게는 배달을 하지 않는 곳이었고 한 번에 여러 팩을 사서 들고갈 상황도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사는 집 근처 슈퍼마켓이 생수는 배달해준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항상 6팩을 쟁여두고 지냈다. ‘생존주의’ 항목에 따르면 마실 물은 하루에 2리터, 위생에 2리터 정도 필요하다지만, 적당히 조절하면 일주일 이상은 버티겠다.

그런데 식량은? 어떤 사람은 일상에서 소비하는 캔이 200개 가량 상비되어 있다고 한다. 나는? 쌀은 있지만 그런 건 없다. 채식을 하며 깨닫지만 콩이나 옥수수 정도가 아니면 캔으로 파는 채식 음식이 사실상 없다. ‘사실상 없다’는 표현은 콩단백 통조림을 제외했기 때문인데, 그것은 식사 대용품이 아니다. 예를 들어 참치캔은 식사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콩단백 제품은 철저하게 반찬용이다. 무엇보다 콩단백 통조림은 매우 비싸다. 그러니 생쌀만 씹어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이것저것 합치면 15kg 정도의 쌀이 있으니 또 어떻게 버티겠지(모 잡지에 글을 쓰고 고료로 쌀 10kg을 받았다! 와아!). ‘생쌀’을 씹어먹어야한다고 표현한 것은 집에 휴대용 조리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뭐, 이런저런 구체적 상상을 하다가 깨닫기를, 만약 호르몬 투여를 시작한 트랜스젠더라면 호르몬을 구하는 게 가장 큰 일이겠구나 싶었다. 만약 지니고 있는 호르몬을 다 먹기 전에 전쟁이 끝나고 호르몬을 다시 처방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호르몬을 투여하던 트랜스젠더는 강제로 호르몬 투여가 중단된다. 그럼? 가장 안 좋은 효과가 발생하는 거지. 보통 호르몬 투여를 중간에 중단하면 mtf는 남성화, ftm은 여성화 효과가 상당히 강하게 일어난다고 한다(이른바 반작용). 수술을 한 다음에도 호르몬을 적절히 투여해야 효과가 좋다고 한다. 그래서 호르몬 투여를 시작하면, 중간에 중단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전쟁 나면 약국부터 털어야 하나? (농담 같은 진담일까, 진담 같은 농담일까?)

그런데 전쟁이 나면 내가 바라는 건 따로 있다. 나는 전쟁으로 사망 혹은 실종 처리되길 바란다. 이 문장은 ‘나는 전쟁 때 죽길 바란다’를 뜻하지 않는다. ‘전쟁에서 살아남지만, 공식적으로는 사망 혹은 실종으로 처리되길 바란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어떤 사람은 나의 생존을 알고 있지만 어떤 사람은 나의 생존을 전혀 알 수 없길 바란다. 만약 이 바람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지금 집에 있는 많은 기록물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바람을 있다. 그냥 공식 기록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 내게 익숙한 공간에 살고 있지만 공적 기록에선 사라지는 삶을 사는 것.

어쨌거나 다들 무사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