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봇…

이런저런 자료를 검색하다보면 트위터의 트윗이 나올 때가 있다. 그렇게 해서 트랜스젠더봇과 같이 어떤 정보를 돌려막기 식으로 올리는 트위터가 있다는 걸 알았다. 정말 대단하지. 어떻게 그렇게 꾸준하게 특정 정보를 올릴 수가 있을까. 물론 어떤 봇은 최신 업데이트 없이 계정을 만들 당시의 정보를 계속해서 올리기도 하고, 어떤 봇은 몇 안 되는 내용을 반복하고, 어떤 봇은 상당히 많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리고 있다. 이런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정말 대단해. 그런 열정, 꾸준함, 그리고 (비록 트위터로 제한되지만) 관련 정보를 알리려고 하는 노력이 참 멋지다.

검색을 하다 봇을 확인할 때마다 나도 트랜스젠더봇이나 퀴어봇을 한 번 운영해보면 어떨까라는 고민을 잠깐 잠깐 한다. 하지만 이내 이런 고민을 접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갱신하고 새로운 트윗을 올리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 이슈나 퀴어 이슈를 끊임없이 공부하려고 하지만, 어떤 시기엔 트랜스젠더 이슈나 퀴어 이슈에 직접 관련 없는 주제를 공부할 때도 많다. 또 어떤 시기엔 공부 자체를 안 하고 빈둥거리며 노닥거릴 때도 많고. 더군다나 나처럼 게으른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성실하게 봇을 운영할 수 있겠는가. 아마 며칠은 운영하겠지만 몇 주 정도 허덕이며 운영하다가 포기하겠지.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다시 트위터를 사용할 의지가 별로 없다. 블로그를 트위터처럼 사용하면 사용했지(포스트 하나에 140자!) 트위터 같은 서비스를 다시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어쩐지 피곤하다. 그러니 다시 한 번, 봇을 운영하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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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한땐 믿을 게 체력 뿐이었다. 근 10년 간 병원 한 번 안 갔다느니 하며 체력을 믿었다. 두통을 제외하면 특별히 어디 아픈 일도 없었고 병원에 갈 일도 없었다. 아울러 늦게까지 많은 일을 처리해도 체력이 어떻게 버텨주었다. 그러니 그런 몸에 맞춰 늘 살았다. 가끔 일주일 정도 빈둥거리는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 푹 쉬곤 했는데, 그렇게 쉬고 나면 또 곧잘 움직였다.

몸살
믿을 게 체력 뿐이었는데, 올해 들어 나는 쿠크다스 몸, 순부두 몸이다. 계속 어디 아프거나 체력 부족으로 헥헥 거리거나, 피로에 쩔어 헤롱거리며 지내고 있다. 어제는 종일 멍하고 정신이 없고 어질어질해서 왜 이렇게 컨디션이 안 좋지 했는데, 저녁에 몸살로 판정이 났다. 갈수록 바쁠 이 시기에 몸살이라니… 덧붙여 오랜 만에 헤르페스도 피었다. 아, 싫다. 피로가 쌓이고 쌓여서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지면 입술 주위에 헤르페스가 피곤 했는데 몸살과 헤르페스가 같이 왔다.

일정
체력이 예전 같지 않으면 일정을 좀 더 수월하게 조절해야 하는데 아직 이걸 잘 못 한다. 몸 한 곳에선 예전처럼 일해야 한다는 감각으로 살고 있고, 또 다른 한 곳에선 일을 줄여야 한다는 감각으로 살고 있다. 둘이 충돌하니 엉망진창이다. 어지럽다. 그래도 나름 일을 좀 줄였지만 여전히 해결 못 하고 허우적 거리는 상황.

내년
나중에 더 자세하게 적겠지만, 내년 일정은 올해와 다를 듯하다. 생계형 일 자체가 달라질 예정이다. 또 어떻게 살아가려나… 한 가지 확실한 건 향후 몇 년은 다른 모든 일, 아마도 다른 거의 모든 일은 중단하거나 포기하고 논문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어쨌거나 나도 살아야지. 살아 남아야지.

견딤
어쨌거나 아직은 살아 있다. 이건 중요하다. 아직은 살아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비록 현재의 삶이 보잘 것 없다고 해도, 비루하다고 해도 이것은 중요하다.

[f] 목이 아프다

목을 약간 다쳐서 병원에 갔다 왔다.

지금 사는 곳은 일요일 저녁이 쓰레기를 버리는 날로 정해져 있다. 일요일이었던 어제 밤에도 이런저런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정리를 했고 집을 나섰다. 복도식 아파트라 잠깐 복도의 창밖을 바라봤다. 어째서인지 내 집 앞 창문만 열려 있기도 하고, 평소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에 아래를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개를 쭈욱 내밀고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깐 사이였다. 뭔가 섬뜩하다고 느꼈을 때 무언가가 내 목을 잡았다. 묵직하고 날카롭지만 또한 가벼운 것 같기도 했다. 위층에서 누군가 뛰어내리다가 내 목을 붙잡았다. 스스로 뛰어내린 것 같았지만, 그 짧은 순간, 내 목을 붙잡고 어떻게든 살고 싶어하는 눈과 마주쳤다. 두려움과 체념 사이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바라보는 표정 같기도 했다.

서로의 눈을 길게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지만, 귀엔 바닥에서 올라오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어두웠지만 검붉은 색의 액체가 흐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 했지만 복도 난간에 기대어 간신히 서 있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경비실에 연락했다. 얼마 후 경찰차와 앰뷸런스가 왔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던 사람들이 주변을 서성였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내가 무엇을 증언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경찰 조사를 받는 것도 번거로울 듯해서 그냥 우연히 발견했다고만 답했다. 따지고 보면 내겐 알리바이가 없지만 혐의도 없기에 일단은 연락처를 넘기고 넘어갔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한숨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목이 아팠다. 그 짧은 순간에 목을 다친 것인지, 뛰어내리던 사람의 손이 내 목에 남긴 어떤 잔상이 강하게 남은 것인지 모호했다. 왜 뛰어내렸고 그 짧은 순간의 눈빛으로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다행스럽게도 병원에선 목에 별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목에 뭐가 묻은 듯, 무언가 혹은 누군가가 목을 잡고 있는 듯 거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