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별로 없지만 한땐, 고기 먹는 모습을 보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 그럴 때면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든다고 답하곤 했다. 이건 채식인이 하는 관용어구는 아니었다. 단체로 고기를 먹는 자리에 가도 다른 사람들이 먹는 고기를 나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없다. 몇 년 전부터 러빙헛에서 밥을 먹곤 하면서, 콩단백을 반찬으로 먹기 시작한 이후 ‘저게 육고기인가, 콩단백인가’가 가끔 헷갈릴 때는 있지만 특별히 먹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다. 내가 의지가 강하다거나 강성 채식인이어서는 아닌데도 그랬다.
지난 여름, E와 강릉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한 번은 E가 생선구이정식을 먹었다. 아마도 채식을 시작한 이후, 혹은 내가 어느 정도 기억을 검토할 수 있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생선이 참 맛나겠다고, 먹고 싶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먹지는 않았지만 E에게 말하길 ‘내가 채식의 수위를 바꾼다면 생선 때문일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 이후로도 생선찌개나 생선찜 냄새가 나면 문득 어릴 때 맛나게 먹은 그 음식(생태찌개, 고등어조림, 갈치를 비롯한 생선구이 등)을 떠오르곤 했다. 그때 그 음식 참 맛있었지. 후후.
그러면서 깨달았는데 내 기억에 육고기를 먹은 기억은 거의 없다. 일년에 몇 번, 특별한 날에나 먹는 것이 육고기였다. 육고기를 반찬으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본가의 형편이 바뀌었을 때, 육고기를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경로가 생기기도 했을 때 나는 채식을 시작했고 육고기는 내 기억이 거의 없는 음식이다. 그나마 육고기를 먹을 기회가 있을 때도 잘 안 먹었다. 그냥 몇 점 먹고나면 더는 안 먹었다.
대신 생선은 참 자주 먹었다. 부산이라서 생선을 싸게 구매할 수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아버지가 낚시광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 생선을 자주 먹었고 그래서 생선을 먹은 기억, 그 중 유난히 맛나게 먹은 기억은 내 몸 깊이 남아 있다. 그때의 맛 역시 아련하게 혀가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때 그 음식과 비슷한 냄새가 뇌를 자극하면 나도 모르게 예전에 맛나게 먹은 생선요리를 떠올리곤 한다. 이제 와서 생선이 먹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때 그 생선 요리는 참 맛있었지’ 정도의 기억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러니 질문이 달라야 했다. 육고기를 보며 먹고 싶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내가 살아온 지역 배경, 육류 소비가 어쩐지 유난히 늘어난 요즘의 분위기, 그리고 내가 어릴 땐 닭고기나 치킨이 흔한 음식이 아니라 매우 특별한 음식이었다는 점을 간과한 질문이다. 육고기를 보면 먹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엔 전혀라고 답하는 것은 어쩐지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약 생선 요리를 보면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드냐고 묻는다면 그땐 답변이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 먹고 싶다기보다는 맛나게 먹은 기억이 아련하게 남아 있다는 답을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