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내년엔 트랜스젠더 관련 번역서를 여러 권 접할 수 있을까? 현재 기획하고 있는 것, 이미 계약이 끝나서 출판이 확실시 된 것만 2~3권이다. 트랜스젠더 이슈에 집중하거나 트랜스/젠더/퀴어 이슈를 논하는 책이 한 해에 이렇게 많이 나온 적이 있을까 싶다. 단행본 출판이란 맥락에서, 내년은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시기겠지..
벨 훅스의 <올 어바웃 러브>를 읽었는데.. (수업 시간을 계기로 다시 읽은 것) 돌이켜 고민하자면, 내가 소위 ‘이 바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 지금까지 그럭저럭 지내고 있는 것은 단지 이론의 쾌락이 아니다. 내가 받은 과분하지만 충만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단순히 이론만의 쾌락이라면, 이렇게 지내진 못 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사랑이 혁명이다. 많은 사람이 벨 훅스의 <올 어바웃 러브>를 읽으면 좋겠다.
오늘 강의가 있는데…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다.. 퀴어 동아리에서 기획한 강연(?)인데 퀴어 이슈를 잘 모르는 분들도 들을 수 있는 내용을 해야 한달까.. 흠… 어느 지점을 접점으로 만들지가 관건인데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나는 과연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흠..

행복하냐구요?

트랜스젠더나 바이나 동성애자나 장애인 등 소위 사회적 타자, 비규범적 존재로 불리는 이들이 강의를 하고 난 뒤 질의응답시간이 생기면 나오는 질문이 있다.
“행복하세요?”
이 질문에 “네, 행복해요.”라고 답할 수도 있고, 좀 노련하다면 “질문하신 선생님은 행복하신가요?”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이 질문은 ‘그런 범주(몸)인데도 행복하냐?’란 의미를 내재한다. 다른 말로 “그런 범주”는 행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행복하세요?”란 질문은 행복의 자격요건을 확인하는 언설이다. 이것은 질문의 형식을 갖추긴 했지만 질문이 아니라 이 사회의 규범적 질서를 환기시키는 명령에 더 가깝다. 그러니 “질문하신 선생님은 행복하신가요?”란 되묻기가 매우 중요한 되묻기임에도 조금 다른 반응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잠시 했다.
그리고 이런 고민과 별도로.. 누군가가 내게 “행복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난 “대체로 언제나 행복해요”라고 답할 수 있다. 이 블로그에 종종 분노에 찬 글, 짜증이 가득한 글을 올리기도 하지만, 분노와 짜증으로 가득한 글을 쓴다고 해서 대체로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난 대체로 행복하고 대체로 잘 지낸다. 어떤 분노와 짜증으로 인해 내 삶을 뒤흔들어버리거나 내 삶을 부정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게 분노와 짜증을 야기하는 사람들로 인해 내 삶을 흔들리긴 싫다. 이런 감정을 야기하는 사람에게 내 삶이 흔들릴 정도의 감정과 에너지를 내어주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에도 부족한데…
그러니 행복하냐고요? 네, 그럼요. 이런 질문을 하는 분은 행복하지 않아서 질투나고 분하겠지만, 저는 행복하답니다. 그러니 걱정마셔요. 다만… 행복의 자격요건을 규정하려는 이상, 영원히 행복하긴 힘들 거예요.

잡담 이것저것

축구선수 박은선 씨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차분하게 글을 쓸 시간이 없네요..는 핑계. 이번 주 중으로 써야 하는데… 이번 주를 넘기면 아예 안 쓸 것 같은데.. 흠..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니, 정말 좋아요! 코끝이 쨍한 이 느낌에 기운이 살아나네요. 우흐흐. 하지만 전 지금 기온보다 평균 0도를 가장 좋아해요. 이땐 그냥 움직이기 좋은 날이랄까요.
이틀 전 가벼운 가을잠바 하나 걸치고 밖에 나갔습니다. 별로 안 추웠거든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한겨울 잠바를 입고 있더라고요.. 아.. 네.. 추위를 안 타는 트랜스젠더는 이렇게 자신을 드러냅니다. 이것은 걸어다니는 커밍아웃일까요? 후후후. 근데 그날은 정말 별로 안 추웠어요. 따뜻하다는 말은 못하겠지만(사실 비슷한 말을 했..;; ) 시원한 날씨였다는 말은 할 수 있어요.
전기장판이 있어 10월에 미리 꺼냈는데.. 온도 조절기가 고장. 그래서 업체를 검색했는데 안 나와…;;; 직접 산 건 아니고 중고를 물려받은 거라 좀 되긴 했지만.. 흠.. 업체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건 고장난 것 고쳐준다는 개인의 전화번호 뿐.. 흠.. 뭐지.. 추위를 별로 안 타는 것과는 별개로 따뜻한 전기장판에서 뒹구는 건 한겨울에 누리는 최고의 기쁨 중 하난데… 당황하여 아직 전화를 안 했는데 이제 슬슬 할 때가 되었구나..
겨울이 오면서 기력이 살아나는 것과는 별도로.. 피곤을 좀 많이 느끼고 있다. 아니, 한번 피로하면 그게 쉽게 안 풀린다. 흠.. 얼른 방학이면 좋겠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