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리카

우리가 함께 한 시간보다 너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더 길다. 고작 2주기인데 널 그리워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점도 애통하다. 고작 2주기인데…

햇살 뜨거운 날 오전 11시, 나는 네가 떠났다는 얘길 들었다. 먹먹했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렇게 너에게 최대한 늦게 돌아가려고 했다. 너에게 천천히 돌아가는 시간, 햇살이 너무도 뜨겁던 시간, 그 시간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생각을 언제 즈음 정리할 수 있을까?
안녕, 리카.
리카, 안녕.

뭔가 오랜만…

블로그에 글은 계속 올라왔지만 오랜 만이란 느낌입니다. 사실.. 요 며칠 공개된 포스트는 모두 예약발행으로 공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블로그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참 오랜 만에 들린 느낌이네요.. 그 사이 댓글에 답글도 달지 않았고요..(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에 답글 달게요!)

며칠 분주했습니다. 금요일엔 오송에 가서 니키 설리반Nikki Sullivan을 만났고 같이 얘기도 나눴습니다. 제 글을 발표하기도 했고요. 일요일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두 편의 영화 <2의 증명>과 <걸 혹은 보이, 나의 섹스는 나의 젠더가 아니야>와 관련한 발제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정신 없는 일정을 보내고 나니 이제 월요일이네요. 오늘 오후엔 또 니키 설리반을 만날 예정입니다. 며칠 전 니키 설리반 강연을 홍보했으니 관심 있는 분은 꼭 참석하셔요. 니키 설리반, 정말 최고예요! (자세한 건 나중에 다시…)
그럼 좋은 한 주 시작하세요. 저는 즐거운 한 주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

알러지, 호르몬, 몸 변화

알러지가 생기면서 약을 처방받았다고 적었습니다. 응급실에선 하루치 약만 처방해서 줬는데요. 저는 응급실 의사에게 사나흘 분의 약을 더 지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의사는 응급실이라서 그럴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약국에서 그냥 살 수는 없고 스테로이드제라서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스테로이드제라니.. 결국 알러지약은 호르몬이 포함된 약이란 뜻이겠지요?
꼭 그래서는 아닐 겁니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하루가 지났을 때 갑자기 목이 쉬기 시작했습니다. 허스키하면 매력이라도 있지만 허스키하지도 않았고 그냥 쉰 목소리. 갑작스런 변화라 당황했습니다. 감기는 아니기에 원인은 알러지약이 아닐까 추측했습니다.
목이 쉬는 현상을 깨달으며 복잡한 감정에 빠졌습니다. 만약 이 약이 남자청소년이 변성기를 겪듯 그렇게 목소리를 저음으로 만든다면, 그리하여 소위 ‘남성화’ 효과를 야기한다면 저는 이 약을 계속 먹어야 할까요? 현재로선 알러지약을 먹어야 하는 상태라 먹지 않으면 곤란한데, 그럼에도 ‘남성화’를 야기하는 약을 먹어야 할까요? 고민했습니다. 소위 ‘여성화’ 효과를 야기한다면 무척 반가워하며 만날 과다복용하겠죠? 흐흐.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단순히 알러지약만이 아니라,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데 그 약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형태의 몸 변형 효과를 야기한다면 그 약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약을 먹지 않고 온 몸에 돋아난 알러지를 참으며 살 수 있을까요? 아님, 알러지를 진정시키는 대신 원하지 않는 몸 변형/변화를 감내해야 할까요?
다행이라면 목이 쉬는 현상은 하루로 끝났습니다. 다시 평소의 목소리로 돌아왔고요. 그러면서 이런 고민은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계속 나타난다면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