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LGBT 인권포럼-트랜스젠더 방 후기

*원래 다른 글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어제 “이야기방-트랜스젠더”의 논의를 짧게라도 정리하고 싶어 정말 짧게 씁니다.

인권포럼에서 트랜스젠더 이슈를 논했던 어제 자리는 무척 즐거웠다. 물론 어제 나온 얘기 중 일부 혹은 많은 얘기는 LGBT에서 T의 자리가 어떤지를 다시 한 번 짐작할 수 있게 했다. 트랜스젠더는 LGBT 혹은 퀴어 공동체에서도 여전히 낯설다. 그럼에도 아니 바로 이런 이유로 더 즐거웠다. 낯설어서, 어색하거나 쉽게 말하기 힘든 주제면 그냥 지나치고 참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제 트랜스젠더 이야기방엔, 잘 모르기에 혹은 비트랜스인 나와 어떻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를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위해 참여했고 또 얘기를 나눈 분들이 가득했다. 트랜스젠더건 비트랜스젠더건 상관 없이 트랜스젠더 운동에 함께 하기 위해 참여하고 얘기를 나눈 분이 많다는 건 고무적이다. 정말 많은 분들이 적극 이야기를 나눴고 연대, 참여, 활동과 관련한 고민을 나눴다. 이건 트랜스젠더 운동을 하는데 있어 더 넓은 지평을 상상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렁이 활동을 할 때와는 정말 다른 분위기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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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 님은 역시나 트랜스젠더 공동체에서, 아니 LGBT/퀴어 공동체에서 스타다! 채윤 님의 제안으로 김비 님이 이야기를 했는데, 그 순간 ‘누구? 김비?’ ‘응, 김비!’ ‘김비 님 맞대, 맞대’라면서 술렁이고 설레는 표정을 짙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스타가, 셀러브리티가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심지어 그 스타가 지금 함께 하는 존재라면 더욱더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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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현재 시점에서 의료적 조치를 하지 않기로 선택하고 레즈비언이라고 자신을 설명하는 트랜스젠더인 나는, 방송에라도 나가야 할까… oTL…

잡담: 호감가는 대학, 흑역사 전시, 게이, 착각은 자유

오늘 아침은 떡만두국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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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원대학교는 좋은 학교입니다. 같은 제목에 판본 혹은 내용이 조금씩 다른 듯한 책 세 권을 각각 다른 대학교에 상호대차 신청했는데 목원대학교만 승인해줬습니다. 조만간에 책을 받을 수 있겠죠? 앞으로 목원대학교는 좋은 학교라고 기억하겠습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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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니는 학교도 한때 좋은 학교였습니다. 석사 때 다닌 학교에선 구독하지 않던 저널을 구독하고 있어서, 원하는 논문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었거든요. 물론 요즘은, 종이책으로 구매하면 좋을 법한 책을 전자도서로 구매하면서(심지어 모니터로 읽기에 매우 불편한 시스템!) 호감이 떨어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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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CRC 겨울 아카데미 파랑 님 강의 중간에, 인터뷰한 사람들이 옛날 글을 지운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 심정을 정말 이해한다. 나도 내 블로그의 옛 글을 지우고 싶으니까. 아카이브란 측면에서, 그리고 이곳이 더 이상 내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니란 점에서 지우진 못 한다만.. 그래도 지우고 싶은 글이 가득하다. 예전에 왜 저렇게 글을 썼나 싶기도 하고. 엉엉. 자신의 흑역사를 스스로 전시하고 있는 꼴이라니. 그래서 난 내가 예전에 쓴 글을 안 읽는다.
지옥이 있다면 그 중 최고의 지옥은 자기가 예전에 쓴 글을 다시 읽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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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자료를 검색하며 “게이”를 입력했더니, 게이트, 게이지 같은 단어가 빈번하다. 뭐, 그럴 수 있지.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 빌 게이트가 종종 등장하고 2000년대 들어서면 게이머가 등장한다. 시대별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근데… ‘가게이름’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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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나온 게이 관련 시와 1996년에 나온 게이 관련 시의 가장 큰 차이는, 1994년엔 트랜스젠더를 지칭하며 게이라고 썼고 1996년엔 남성동성애를 지칭하며 게이라고 썼다. 각각 다른 시인이 썼는데 시인의 지식 수준이 빚은 차이일까, LGBT 운동의 성과일까? 아니면 그냥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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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로 만나는 인간 관계의 폭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학과 사람, KSCRC의 활동가와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 세미나를 매개로 만나는 사람, 그리고 몇 분의 선생님 정도다. 학과 사람을 제외하면 최소 몇 년은 만난 사람이 다수고, 학과 사람을 포함하여 지금 주로 만나는 사람은 모두 참 좋은 이들이라 내게 좋은 얘기만 해주는 편이다. 호의적으로 대해주고. 그래서 종종 내가 온실 속 잡초는 아닐까, 걱정할 때가 많다. 뭐, 온실 속의 삶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나의 경쟁자는 어제 내가 쓴 글과 내가 사랑하고 또 질투하는 몇 명의 저자지만, 그래도 종종 불안하다. 낯가림이 심하고 주변 평에 흔들리는 편은 아니라고 해도(그렇다고 영향을 안 받는 건 아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쓴 글이 어떻게 읽을지를 떠올리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 그 부끄러운 글을 읽고 할 평을 상상하노라면 땅을 149,567,999.826km 정도 파고 들어가고 싶기도 하다. 내가 출판한 글의 유일한 효용이라면, ‘이딴 식으로 글을 써도 출판할 수 있다니 나도 출판하겠어!’라며 꿈과 희망, 용기를 주는 점이랄까. 이 효용은 확실히 나의 자부심이다. 후후.
이런 불안이 늘 내 곁에 있음에도 낯선 사람 사이에 내가 어떻게 유통되는지 굳이 확인하려 들지 않는다. 그 평을 듣는다고 이미 출판한 글을 회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환골탈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내가 정한 속도와 내가 정한 방식으로 움직일 뿐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불안은 낯선 사람 만나기를 기피토록 한다. 물론 내가 쓴 글을 기억하실 분이 몇이나 될까 싶지만 그래도 행여나 기억한다면 얼마나 부끄러울까.
그러고보면 내가 글을 쓸 기회를 얻고 강의를 할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미스테리다. 세계 8대까지는 아니어도 13대 정도는 될 듯.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할 때마다 나를 일갈하는 구절이 있다. 만화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에 나오는 구절로 “그러한 일에 니가 죄책감을 느끼는 건 자의식 과잉인 거야. 도대체 너란 놈이 역사적 흐름을 움직일 만큼 큰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냐?”라고 이죽거리는 시안의 말. 맞다. 난 이런 고민을 하기엔 그냥 변방의 듣보, 세상에 흔한 블로거일 뿐이지. 크크. 그리고 이게 가장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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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CRC 강의를 들으며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떠오르는 아쉬움 중 하나는…
지금 다니고 있는 학과에 먼저 입학해 공부하고 있는 ㅈㅇㅅ이 기말페이퍼로 쓴 글 중에 “‘탈반’의 계보”가 있다. 그 글을 읽고 무척 매력적이고 흥미로워 출판을 목적으로 다시 쓰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ㅈㅇㅅ은 극구 사양해서 현재 비공개 문서로 남아 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지만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10대의 탈반, 바이, 기혼 이반, 이 세 가지 논쟁에 나타나는 레즈비언 규범성을 논한 글이다. 레즈비언 규범성을 논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전개하는데 그건 내가 이곳에 공개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생략하고…;; 암튼 지금 센터 강의에서 함께 읽는다면 무척 좋을 법한 글인데… 아쉽다. 그나마 간접적으로 공개할 방법은 내가 강의할 때 인용하는 형식 뿐인가? 크. 아, 비공개 기록물은 인용할 때도 저자의 허락을 구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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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여성학과 30주년 기념 학술대회 세션 내용을 보며(http://goo.gl/Aybjb)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이슈가 없어 좋다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퀴어 세션 혹은 발표가 단 하나도 없어 놀랐다. 이대 여성학과에서 나온 그 많은 레즈비언 연구는 어째서 누락되었을까? 누구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을까…

퀴어락 운영위원으로 활동하실 분을 모십니다.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서 새로운 운영위원을 찾고 있습니다. 기록물을 정리하고 기록물에 파묻혀 있는 걸 좋아하시는 분도 좋지만, 그저 퀴어의 기록물에 관심 있는 분도 좋아요.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마시고, 부담 없이 지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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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의   새로운 운영위원을 찾습니다.
 
2009년에 설립 준비를 시작하여  2009년 12월에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아카이브 공간을 마련하였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지 벌써 4년째가 되었습니다.
 
특별한 경제적 보상도 없는, 오로지 보람을  긍지로 삼는  활동이지만
지난 5년동안 헌신적인 운영위원이 계셔서  퀴어락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현재 운영위원은  자문위원을 제외하고
총 8명이 활동하였습니다.
각 자문위원들은   논문단행본/ 문서a / 문서b/ 사진류/ 박물류/ 영상류  등으로 나누어
기록물의 등록과 관리를  맡아왔습니다.
 
2013년을 맞아  두 분의 운영위원께서
개인적 사정에 따라 아쉽게도   운영위원을 그만두시게 되어
퀴어락에서도 3년만에  새로운 운영위원의 충원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새로이 모시고 싶은 운영위원의 전담부분은  박물류와  영상류 담당입니다.
그래서 아카이빙에 관해 전반적인 관심과 더불어 여기에 좀 더 관심이 있으시다면  더욱 궁합이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운영위원에 지원하시는데 별다른 다른 조건은 없습니다.
 
오히려 편집증^^이 있는 분일수록 좋고.. 하하^^;;;
최소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3시간 정도의 시간을 내셔서  
자료 등록을 하실 수 있는 여유가 있으시면 됩니다.
전체 운영위원회 회의는 두 달에 1회 정도 열리며
상시적 의논은 게시판과 메일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외에 다른 질문이 있으시면  메일로 문의해주시면 됩니다.
 
운영위원 신청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운영위원에 지원하는 이유 등을 적으셔서
kscrcqueer@naver.com   으로
2월24일까지 보내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인연으로 퀴어락과 닿길 기원합니다.
 
– 퀴어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