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선거, 고양이 융,

아래 글을 밀어내기 위한 잡담;;

01
이번 서울시 선거 단상.
박원순은 의외로 뭐가 없었고 나경원은 의외로 뭐가 많았다. 선거 초반엔 한나라당의 네거티브에 무척 짜증났지만, 나중엔 흥미진진했다. 오늘은 또 뭐가 터질까,라는 기대감이 생길 정도였다. ;;; 😛
암튼 이번 선거의 판세는 시사인이 좌우했다는 느낌.
그리고 저는 서울 시민이 아니라 서울 거주민이라 투표권이 없습니다. 케케.
이번 선거 기간 중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40여 곳에서 선거를 하는데 마치 서울시장 선거만 하는 것처럼 보도한 언론과 포털의 태도. 서울시장 외에 언급된 곳은 기껏해야 부산 동구청장 정도였다. 이번 서울시장선거가 가지는 의미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서 서울에 모든 관심을 쏟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서울이 곧 한국은 아니다. 이것은 서울 시민이 아니라 서울 거주민으로 살면서 갖는 불편함이기도 하다.
02
집 근처에 머무는 융과 나의 거리는 이제 70cm. 전엔 1m 거리도 가깝다고 융이 도망쳤다. 요즘은 좀 더 가깝다. 아침에 밥을 주려고 나가면 융은 날 기다리는데 70cm 정도 거리에 머문다. 그릇에 밥을 담고 나선 자리를 피해주지 않고 괜히 융을 바라보면 융은 나를 보며 “냐옹”하고 울기도 한다. 아웅 귀여워.
겨울이 다가와서 걱정이다. 보일러실을 개방하는 것이 좋을까? 하지만 내가 이 집에 언제까지 머물진 않을 거란 점에서 갈등이다. 물론 내가 이 집에서 떠난다면 얼마 안 지나 집을 허물겠지만, 그래서 이 동네에 고양이가 살 공간 자체가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갈등이다. 추운 겨울, 눈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작은 공간(따뜻하진 않으리라..)을 내주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그냥 지금처럼 밥과 물만 집 앞에 내놓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늦지 않게 결정해야 할텐데..
그럼 융이 보일러실에서 살겠다고 선택할까? 이건 또 모를 일. 나 혼자 착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흐. ;;
03
바쁜 와중에 오지랖 발동. 제안이 재밌어 일단 수락했는데 과연…
04
앞서 거주민을 얘기했는데, 전 시민권이 아니라 거주민권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에 등록한 시민 혹은 국민이 아니라 그저 그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 같은 것을요. 물론 깊이 같은 것은 없습니다.
05
4로 끝내면 안 될 것 같아 05를 적었는데 할 말이 없어..;;;

[고양이]바람의 경과: 밥을 먹지 않다가 다시 먹기까지

10월 17일 월.
저녁에 확인하니 밥을 거의 안 먹었다. 조금 깨작거리다가 말고 깨작거리다 말기를 반복했다. 그땐 그냥 하루 정도 입맛이 없나보다 했다. 고양이는 하루 정도 밥을 안 먹을 때가 있다고 어디선가 읽었다. 하루 정도 굶는다고 큰 일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별 일 없다고 믿었다.
10월 19일 수.
밥을 거의 안 먹었다. 계속해서 몇 알 먹고 마는 수준이었다. 하루에 열 알은 먹을까? 아침에 새로 밥을 주면 다음 날 아침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맛동산도 평소에 비해 현격하게 줄었다. 평소 1/3 수준? 혹은 그보다 더 적은지도 몰랐다.
뱃살과 볼살도 줄었다. 잡아 당기기 좋은 뱃살과 볼살이 줄어 잡아 당기는 맛이 사라질 지경이었다. 더럭, 겁이 났다. 그냥 하루 정도 밥을 안 먹는 수준이 아니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리카를 통해 배우지 않았나…
10월 20일 목.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밥을 먹은 흔적이 없었다. 아니, 몇 알 정도는 먹었는지도 모른다. 이 정도로 밥을 먹었다고 하기 힘들다. 아예 굶은 것인가? 캔사료라도 사먹일까,라는 고민을 했다.
리카가 비쩍 굶은 상태로 떠난 모습이 떠올랐다. 리카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렇게 좋아한 아미캣을 넉넉하게 줄 걸,하는 후회를 했다. 이렇게 일찍, 비쩍 마른 상태로 떠날 줄 알았다면 차라리 고기라도 한 번 정도 줄 걸,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몰라도 리카에겐 육식의 기억이 있었다. 출산 후 콩단백을 줬을 때 무척 잘 먹는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곡기를 끊기 시작할 때 뭐라도 억지로 먹일 걸,하는 아쉬움… 그래서 바람에게 캔사료라도 먹여야겠다고 중얼거렸다. 캔사료는 어지간하면 고양이가 다 좋아한다니까… 이런 속설을 믿기로 했다.
리카가 떠난 후 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 내게 공포일 줄 몰랐다. 나도 내가 이런 일에 노이로제에 가까운 반응을 할 줄 몰랐다. 바람이 밥을 아예 안 먹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이지만, 매우 적은 양이지만 깨작거리긴 했다. 하지만 리카가 밥을 안 먹기 시작할 때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첨엔 조금씩 먹었다. 조금은 먹었다. 그러다 밥을 아예 끊었다. 아니, 밥을 먹을 수 없는 상태였는지도 몰랐다. 그러니 바람이 어떤 상태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오후에 캔사료를 구매했다. 혹시나 하여 콩단백도 구매했다. 집에 와서 콩단백에 익혀 줬더니 조금 먹었다. 아니 입에 조금 대는 수준이었다. 약간 뜯어 먹더니 관뒀다. 난 조급했고 캔사료를 땄다. 캔사료와 아미캣을 잘 비벼 바람에게 줬다. 캔사료를 딸 때 냄새가 진동했다. 바람이 달려올 줄 알았다. 아니었다. 둘을 섞어 줬을 때 바람이 열심히 먹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바람은 외면했다. 난 아미캣을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융과 바람은 다른 사료를 먹고 있다. 바람에겐 아미캣만 줘서 바람이 화가 난 것일까라는 고민을 했다. 그래서 캔사료만 줬다. 먹길 희망했다. 바람은 냄새를 킁킁 맡은 후 외면했다. 바람은 캔사료를 먹으려 들지 않았다.
캔사료와 아미캣을 비빈 사료를 놓아두고, 밤 사이 먹길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잠은 더디 왔다. 더딘 시간, 난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걱정을 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일이, 멀리 있는 일이 아니기에 뭔가를 준비해야 할 것만 같았다. 모든 상황이 갑자기 무섭고 낯설었다.
10월 21일 금.
아침에 일어나 사료를 확인했다. 잠들기 전과 같았다. 입을 안 댄 상태였다. 마지막 수단이란 심정으로 R님이 준 사료를 조금 줬다. 바람은 냄새를 맡더니 깨작거리기 시작했다. 사료를 까드득, 아그작 먹는 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났다. R님께도 고마웠다.
알바를 하는 동안 온갖 상상을 다 했다. 하지만 병원에 곧장 데려가길 망설였다. 입원 트라우마때문이다.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정말 잘 하는 일일까? 망설였다. 바람을 병원에 데려가서 진단 했을 때, 건강하다는 진단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입원을 해야 한다고 의사가 말했을 때 난 입원에 동의할 수 있을까? 리카가 입원했을 때를 떠올리며 망설이거나 집에서 치료할 수 있길 바라겠지. 리카가 입원한 병원은 분명 괜찮은 곳이지만, 입원한 다음날 리카가 쓰러져 있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것이 입원 탓은 아니지만, 집에 있었어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두 발로 서지도 못 하고 쓰러져 있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입원실의 오래되고 역한 냄새가 아직도 생생하다. 입원을 통해 리카가 겪은 트라우마와 내가 겪은 트라우마를 다시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입원을 시키면 나을 가능성이 높지만 집에서 치료하면 그 가능성이 애매하다고 할 때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에도 입원을 결정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우선 전화로 문의했다. 의사가 아니라 직원과 상담했다. 직원이 말하길, 밥을 깨작거려도 설사를 하는 것과 같은 문제가 없다면 일시적으로 입맛이 떨어진 것일 수도 있으니 더 지켜보라고 했다. 그러며 간식 같은 것을 주라고 했다. 전화를 끊으며 기분이 복잡했다. 직원에게 할 얘기는 아니지만 리카의 마지막이 떠올랐다. 리카는 마지막까지 대변을 볼 때 맛동산을 생산했다. 아울러 내게 고양이가 밥을 조금씩 먹기 시작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앞둔 행동이다. 바람은 정말 괜찮은 것일까?
회의가 있어 늦은 밤에 집에 돌아왔다. 문을 여는데 거실에 무슨 흔적이 있었다. 직감했다. 아미캣을 토한 흔적이란 것을. 순간, 다행이라고 중얼거렸다. 토한지 얼마 안 지난 형태였다. 뭔가를 먹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하며 다행이라고, 정말 다행이라고 중얼거렸다. 밥그릇을 확인했다. R님이 준 사료와 아미캣을 같이 뒀는데, 아미캣을 더 많이 먹었다.
잠들려고 누웠을 때, 바람은 뭔가를 먹기 시작했다. 까드득, 까드득.
10월 22일 토.
아침에 밥그릇을 확인했다. 아미캣만 많이 비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사료를 제대로 먹기 시작했다. 밥을 먹겠다는 의지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10월 23일 일.
종일 수시로 밥을 먹었다. 많이 먹지는 않지만 조금씩, 수시로. 난 바람이 밥을 먹을 때마다 꼼짝 않고 있었다. 행여나 내가 움직여 바람이 밥을 안 먹을까봐…
+
딴소리지만, 일전에 누군가 내게 질문했다. 동거묘에게 육식사료를 준 적도 없으면서 채식사료만 먹이는 것은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고. 그것은 묘권 침해이지 않느냐고. 농반진반이었지만, 난 그때 별다른 대꾸를 안 했다. 딱히 할 답변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대답할 수 있다. 바람은 채식사료를 더 선호한다고. 뭐, 더 정확하게는 아미캣을 더 선호하는 것 뿐이지만. 흐흐. 바람은 채식주의 고양이가 아니라 아미캣주의 고양이입니다. ;;
아미캣에 마약 탄 게 확실합니다. -_-; 크크.

잡담: 연재라도? + 대학원 + etc.

01
G+에서 팔로잉하고 있는 사람 중, 매일 글쓰기에 관한 글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둔 글인데, 글쓰기 기법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겪는 괴로움, 도피 등을 쓰고 있다. 그분의 글을 읽으며 난 트랜스젠더 이슈와 관련해서 매일 한 편씩 이곳에 올리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만 그렇게 할 리 없다. 크크. ;;; 난 게으르니까. 매일 한 편씩 글을 올리기엔 내공도 부족하고.
02
대학원 박사과정 진학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을 괜히 냈다. ㅠㅠ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데 이런 걸 마지막으로 쓴 게 무려 5년 전. 자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면 적절하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을까? 근데 자뻑할 내용도 없어.. ;ㅅ;
03
지금까지 내가 했던 대표적 활동과 그 활동이 내게 어떤 고민거리를 던졌는지를 정리하고 있는데… 나는 왜 이제 막 설립하는 단체에만 관여한 것일까?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는 발족을 준비하기 위한 초기 모임부터 함께 했다.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은 두 번째 회의부터 합류하여 아카이브 설립 및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퀴어락이 KSCRC의 프로젝트이지만 실질적으로 KSCRC와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니… 유쾌한섹슈얼리티인권센터는 초동모임부터 함께 하여 단체를 만들고 운영하는데 함께 했다.
나는 왜 기존 단체에 들어간 적은 한 번도 없는 걸까?  근데 나의 예감이 정확하다면 앞으로도 이럴 거 같다는 거… 덜덜덜.
아, 그렇다고 내가 나를 활동가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활동판에 발가락 하나 살짝 걸치고 있는 연구자 혹은 잉여에 가깝다. 물론 트랜스젠더 이슈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활동이고, 활동가와 연구자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지만, 활동가와 연구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연구자에 가깝다. 근데 공부를 안 해. 크크크크크크. ㅠㅠㅠㅠㅠ
04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멀리 돌아가더러도 등대의 불빛만 안 놓치면 되는 거니까. 🙂
05
바람을 병원에 데려 가는 것은 일단 보류. 자세한 것은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