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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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잡담을 할 여력 혹은 힘이 없을 정도로 그렇고 그런 나날입니다. 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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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극장에 가서 [블라인드]를 봤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빼는 게 좋겠다 싶어요. 불필요한 장면이죠. 영화 읽기는… 생략… 올 들어 영화 읽기 글을 거의 안 쓰고 있습니다.
03
소설 [트와일라잇]을 읽고 있습니다. 그럭저럭 재밌습니다. 두 주인공, 벨라와 에드워드의 관계는 특히 재밌습니다. 에드워드는 벨라의 피 냄새를 계기로 벨라를 좋아합니다. 이럴 때 둘의 관계는 규범적 이성애 관계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아, 물론 규범적 이성애 관계라고 해도 피 냄새를 계기로 좋아할 수도 있지만요. 크크.
04
추석 연휴가 다가옵니다. 걱정입니다. 사나흘 정도 바람을 혼자 둬야 하는데 괜찮을지… 걱정이 태산이네요. 본가에 안 가는 방법도 없고.. 에휴…
05
잊어가는 듯 잊지 못 하고 리카를 떠올립니다. 뭐, 어쩌겠어요. 그냥 그런 거지요..

책 잡담: 이름 없는 독, 사랑의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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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이름 없는 독]을 읽었다. 미미 여사 작품은 어느 하나 실망할 작품이 없다. 모든 작품이 기본은 한다. 그리고 한 번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다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읽다가 내 트라우마(라기엔 거창하지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난 핸드폰 혹은 전화 연락을 무척 싫어하는데, 이유는 단순히 전화로 연락하는 걸 내켜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래 전에 누군가에게 ‘공격’이라고 말할 정도의 전화를 받은 적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전화하고 두어 시간 동안 백여 통의 문자를 날리고… 이후 전화는 내게 노이로제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에 내가 겪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끊임없이 주인공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 그 장면을 읽는 순간, 다음 문장을 읽기 어려웠다. 과거 경험이 겹치면서 불안했다. 책을 읽을 수 없었다. 그래서 좀 진정시키면 책을 읽고, 다시 불안하면 덮기를 반복했다.
나의 불안과 별개로 소설은 권력을 고민할 계기를 준다. 최근 어느 강의에서 권김현영 선생님은 남성성을 폭력과 권위에 순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력과 권위에 순종하며, ‘나’ 역시 그런 권력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란 욕망. 이 설명은 권력 혹은 권력 지향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으리라. 소설의 내용이 그러하다. 소설 속 ‘가해자’는 자신의 취약함을 은폐하기 위해 타인에게 제 취약함과 불안을 투사하고, 이를 통해 권력을 성취/쟁취한다. 권력은 타인 혹은 자기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좌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실천하는 방식이랄까… (물론 이렇게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미미 여사 작품은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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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A. F. 사드의 소설 [사랑의 범죄]를 읽었다. 사디즘의 그 사드다. 지금은 짧게 메모를 남기는 것으로 족하리라.
18-19세기 종교와 섹슈얼리티의 관계를 어림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소설을 통해 당대의 도덕과 종교가 개인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를 상상할 수 있다. 소설 내용도 그러하지만(도덕과 성의 관계를 논하는 대화가 많다, 그래서 좀 지겹다;; ) 형식도 그러하다. 작가의 자기 검열, 에두르는 표현이 더 흥미롭다. 나중에 본격 분석하면 재밌을 듯.
젠더 이분법이란 틀로 접근할 때, 비규범적 섹슈얼리티 실천을 ‘남성’ 주인공이 주도한다는 부분은 좀 묘하다. 이 부분은 단순히 남성이 여성을 지배한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접근할 수도 없고, 간과할 수도 없다. 이 부분은 나중에 더 꼼꼼하게 읽고 다시 접근해야 할 듯.
사드란 명성에 비하면 내용은 평이하다. 범죄로 부를 법한 ‘사랑’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의 입장에선 ‘뭐, 이런 내용을 가지고 검열한담…’이랄까.
저자의 훈계는 비꼼과 코미디 같다.
혹시 누구 [소돔, 120일] 빌려 주실 분 계신가요? 흐흐. ;;

[고양이] 일상,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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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네 발로 걷는 모습을 볼 때면 당황한다. 두 발로 걷지 않고 왜 네 발로 걷고 있지? 난 바람이 두 발로 걸을 거란 착각을 할 때가 많다. 바람은 원래 두 발로 걷는데 내가 있을  때만 어색하게 네 발로 걷고 있다는 착각… 바람아, 얼른 두 발로 걸으렴…
02
며칠 전 늦은 밤,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는데… 무언가가 후다닥 거실(?)을 지나 방으로 들어간다. 신을 벗고 방을 들여다 보니 구석에 무언가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불을 켜니 바람이 구석에 숨어들어가고 있었다.
… 이 녀석이!!! 이건 바람 영역에 내가 무단 침입하는 분위기다… -_-;;;
근데 왜 외출할 때면 외출하지 말라고 우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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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종종 내게 놀자며 야~~옹, 울지만 내가 다가가면 후다닥 도망간다. 묘하게 괘씸한데… 그래도 눈을 마주하고 내가 먼저 눈을 깜빡이면 바람도 따라 눈을 깜빡인다. 날 피해 도망가지만 고양이키스엔 적극 응하니 참을 수밖에..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