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과 털갈이 시기

아침, 잠에서 깨어나는 동시에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석탄일 맞이 돈오는 아니고(아, 썰렁! ;; ) 그냥 작년 생각이 났습니다. 작년 이맘 때도 비염으로 고생했더군요. 공통점은 하나, 고양이 털갈이 시기. ㅠㅠㅠ

유근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리뷰를 찾아 읽으면, 이삼 일이면 코가 뚫린다고 합니다. 그걸 기대했습니다. 얼추 일주일을 마시고 있는데 코가 막힌 상태입니다. 그래서 내겐 효과가 없는 걸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아닙니다. 유근피를 마셔서 그나마 지금 수준인 거겠죠. 비염으로 코가 막힌 상태지만 지독하진 않은 상태. 작년엔 집에 있으면 콧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죠. 털갈이 시기가 끝날 때까지 가출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유근피를 마시면서 코는 막혔지만 그나마 좀 낫습니다. 코를 뻥, 뚫어주는 건 아니지만 악화시키지는 않는 수준. 이것만으로도 다행이죠.
작년엔 리카만 털갈이를 했습니다. 태어난지 두어 달인 여덟 아깽이야 털갈이를 할 일이 없었죠. 올해는 리카와 바람, 두 녀석이 털갈이를 하고 있습니다. 등을 쓰다듬으면 털이 손이 잔뜩 묻어나네요. 빗질하고 한 시간 뒤에 또 빗질해도 털이 잔뜩 빠집니다. 공기 중에도 떠다니고요. ㅠㅠ 이 시기가 얼른 지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아님, 북유럽으로 이민 가야 할까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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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지도교수)의 권유로 매트리스를 새로 사기로 했습니다. ;ㅅ; 가장 싼 것으로 사야죠.. ㅠㅠ

영화 <고백>, 소설 <모방범> 그리고 남성성

영화 <고백>을 봤습니다. 다 본 후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문득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모방범>과 닮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소설 구조, 범죄 형식, 범인의 스타일 등 <모방범> 영향을 많이 받았단 느낌입니다. 둘 중 어느 작품이 더 좋으냐라는 단순한 질문을 하신다면, 비등합니다. 하나는 소설이고, 하나는 영화니 비교가 안 되고요. 하지만 캐릭터 설정에선 <모방범>이 더 좋아요. 캐릭터 설정에서 미미 여사는 등장인물의 다양한 면을 설명합니다. 등장인물이 생동감 있죠. 영화 <고백>의 등장인물에겐 반전이 중심입니다. 그것도 인물의 반전이 아니라 사건의 반전이요. 인물의 성격은 다소 단조로워요. 그래서 미미 여사의 등장인물은 등장인물이 소설을 끌어가는 느낌이라면, <고백>의 등장인물은 장기판의 말과 같은 느낌입니다.뭐, 그래도 <고백>이란 영화 자체의 매력이 상당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어떤 코드가 여럿 있고요.
<모방범>과 <고백>을 읽으며 가해자의 성격이 흥미로웠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두 소설에서 나타나는 일본 남성의 남성성과 어머니란 존재를 고민했습니다. <모방범>의 두 가해자 중 한 명은 자신의 어머니를 혐오합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이 아니라 죽은 누나만을 찾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혐오는 어머니에게 인정 받고 싶은 욕망의 변주입니다. 뻔한 이야기죠. 또 다른 가해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인정 받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 또 여러 여성을 죽입니다. <고백>의 가해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해자는 자신을 떠난 어머니에게 주목 받고 싶어서, 인정 받고 싶어서 안달입니다. 살아 있는 동물을 죽이고선 이를 전시하는 식이죠. 혹은 이런 저런 발명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며 어머니-여성에게 인정 받고 싶어합니다. 자신이 천재라고 믿는 가해자가 하나 같이 자신의 어머니-여성에게 인정 받기 위해 애걸복걸하는 모습이죠. 여성혐오와 여성에게 인정 받고 싶고 칭찬 받고 싶어하는 욕망은 결국 같은 얼굴입니다. 이 얼굴은 참으로 찌질하고요. 이것이 어쩌면 지금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는 남성성의 한 양상인 걸까 하는 고민을 잠시 했습니다.
물론 이런 찌질함은 일본만의 특징은 아니겠지요. 한국에선 더 익숙한 모습입니다. 이를테면 병역의무에 목숨거는 모습이죠. 군대 경험을 자랑스럽게 혹은 성역으로 얘기하는 모습을 접할 때마다, ‘얼마나 내세울 것이 없으면…’이란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어요. 다른 말로, 한국 사회에서 남성 간의 계급 차이를 무마하는데 군대는 참으로 강력한 도구입니다. 계급으로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할 수 없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 적법한 방법은 군대 뿐이란 거겠죠. (+변방의 독립 블로그는 이런 글을 써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케케. -_-;; )
각설하고, 소설 <모방범>과 영화 <고백>은 여러 모로 흥미로워요. 물론 <모방범>을 두 번 읽을 일은 없을 겁니다. 1,600쪽에 달하는 책을 다시 읽을 엄두가 안 난달까요. 크크. ;;; 하지만 한 번은 읽어도 좋아요. 정말 재밌거든요.

잡담: 비염과 허리통증, 용돈, 동네

01
요 며칠 잠에서 깨어나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잠에서 깨면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였고, 간신히 일어나도 움직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전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갑작스런 허리 통증이라니. 첨엔 매트리스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 걸까라는 추정을 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매트리스는 92년에 샀으니 햇수로 20년째 사용하고 있다. 스프링 같은 것이 고장났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할 것 없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얼마 전까지 문제가 없는데 이렇게 갑자기? 내 몸은 지금 매트리스와 20년을 함께 했는데 갑작스레 허리 통증이 생길 이유가 없잖아. 그럼에도 이유를 매트리스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유가 없으니까. 매트리스를 새로 사야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에 몇몇 사이트에서 검색도 했다. 후덜덜한 가격에 조용히 창을 닫았지만, 다음날이면 다시 검색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으니까. 이 비용을 어디서 마련할까를 걱정했지만 최저가 매트리스를 확인하며 구매 버튼에 커서를 올렸다 내리길 수 차례 반복했다. 근데 오늘 아침, 잠에서 깼는데 허리 통증이 없다. 아울러 그동안 지독했던 비염이 조금씩 차도를 보였다. 그러니까… 지독한 허리 통증은 비염이 유발한 증상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면 비염이 지독했을 때마다 허리 통증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비염이 독하면 이 정도인가.. 참. 비염이 한창 지독할 땐 두통도 상당해서, 그날 저녁에 먹은 음식을 밤새 몇 번이고 확인했다는 일화가.. 쿨럭. 흐흐.
02
아침에 엄마가 전화를 했다. 핸드폰 요금 미납고지서가 부산 본가에 왔다면서. 으잉? 며칠 전 통장에서 핸드폰 요금 출금 내역을 확인한 나로선 황당할 따름. 그런데 이번이 두 번째다. 신종 금융사기아니냐고 물었지만, 엄마는 그런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근데 통신사에서 어떻게 지금 주소로 우편물을 보냈을까? 난 통신사에 전화해서 나의 개인정보, 즉 주소지를 수정한 적 없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 ㅠㅠ) 두 번 연속 미납고지서를 받은 엄마는 요즘 벌이가 시원찮냐고 걱정하며 용돈을 주겠다며 했다. 난 단박에 거절했다. 생활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두어 번 이런 얘기를 하고서 끊었다. 전화 끊고 3초 후 후회했다. 그냥 받는 건데! 마침 오늘 어린이날이잖아. 난 정신 연령이 매우 어리니까, 어린이날 선물을 받아도 괜찮은데. 법적 나이로 어린이일 땐 어린이날 선물을 못 받았으니 지금이라도 받을 걸!! 괜히 거절했어. 줄 때 받는 건데.. 크크크.
03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슬람 사원이 있다. 꽤나 유명하여 관광객도 많다. 한국인으로 추정하는 집단이 이슬람 사원으로 단체관광을 할 때도 있다. 그럼 난? 이태원에서 산지 1년하고 3달이 지났지만, 사원 구경을 한 적이 없다. 으음…;;; 역시 가까이 살면 미루는 것인가? ;;; 재개발로 철거되기 전엔 구경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