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복제, 같은 내용

작년인가요, 벌써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는 신 모 씨의 학력위조사건이 있었죠. 그와 함께 한창 떠들썩했던 사건이 자기 논문을 복제하거나 표절하는 거였죠. 꽤나 떠들썩해서 이젠 관직에 오르기 위한 통과의례 같기도 해요. 일단 자신의 예전 논문이건 제자의 논문이건, 표절한 경력이 한 번은 있어야 현 정부의 관직에 오를 자격이 된다는 의미심장한 ‘농담’처럼.

암튼 어제 밤에 성전환과 관련한 의학 논문 두 편을 다시 읽다가 꽤나 당황했답니다. 굳이 누가 쓴 건지는 밝히지 않을 게요. 그냥, 최 모 정신과의사가 1993년에 쓴 단독논문 하나와 공저 하나란 거, 뭐, 그렇다는 것만 빼고요. 😛
(이건 뭐, 말 한 것도 아니고 말 안 한 것도 아니고. 흐. 하지만 전 소심하거든요. :P)

아래 more/less 기능으로 숨겨(엉?)둘 테니 확인할 수 있어요. 일단 첫 두 문단은 거의 완전히 똑같고, 다음 두 문단은 순서만 바꿨네요. 그 외에도 서론의 경우 전체적으로 같아요. 재밌는 건 이 논문이 실린 건 같은 잡지고, 같은 해 다른 호에 실렸네요. 먼저 실린 건 공저고 나중에 실린 건 단독이고요.

일테면 두 논문은 모두
최근 몇년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성전환증에 대한 정식 수술이 시행되면서 성적 주체성 장애에 관한 사회적 법률적 정신의학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논문1)
최근 몇년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성전환증에 대한 정식 수술이 시행되면서 성적 주체성 장애에 관한 사회적, 법률적, 정신의학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논문2)
로 시작합니다. 와! 얼마나 다른지 확연하죠? 찾으셨나요? 무려 쉼표 2개가 달라요!! “몇년전부터”의 띄어쓰기는 똑같이 틀렸지만요. 교정을 안 본 걸까요, 1993년의 맞춤법은 이걸 붙여 쓰도록 한 걸까요? ;;;

이 논문을 읽으면서, 사실 황당했어요. 인터넷으론 많이 봤지만, 그래도 제가 읽는 논문에서 이런 게 있었다니. 흐흐. 아울러 자기 표절을 하려면 좀 세련되게 하지 어쩜 이리도 촌스럽게 할까, 싶었어요. 아, 아닌가. 그냥 대놓고 똑같이 했으니, 이거야 말로 궁극의 세련됨인가요? 흐. -_-;; 대놓고 표절 혹은 복제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의혹을 제기할 수 없게 하는. 어설프게 표절해서 논란을 일으킬 필요 없이, 그냥 대놓고 하는 거죠. 그럼 저처럼 황당해서 가만있지 않을까요? 풉.

사실 이걸 읽으면서, 저의 고민이 떠올랐어요. 어디선가 원고 청탁이 들어와서 글을 쓸 때가 있죠. 그럼 글의 서두에 저의 어떤 경험이나 사례를 먼저 언급해요. 그리고 그 경험이나 사례를 분석하면서 얘기를 진행하죠. 글을 진행하기도 편하고, 읽기도 편한 방식이랄까요. ;; 문제는 이 사례/경험을 선택하는 방식이죠. 일테면 이번에 새로 청탁 받은 원고에 너무 적합한 사례/경험이 있다고 쳐요. 근데 그 사례/경험은 이미 다른 글에서 사용했어요. 저의 고민은 종종 이 지점에서 발생해요. 같은 경험/사례를 다시 한 번 사용할까, 조금 부족하지만 새로운 경험/사례를 사용할까, 하고요. 물론 같은 사례/경험이라도 분석하는 과정, 기술하는 방식, 글의 주제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이 되긴 해요. 그럼에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요. 만약 두 편의 글을 모두 다 읽는 사람이 있다면, 지겹지 않을까? 하고요. 사실, 같은 얘기 반복하는 느낌이 들 때만큼 지루한 것도 없잖아요. 분석이나 주제가 미세하겐 달라도 크게는 유사하기 마련이라, 어지간해선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 되긴 힘들 때가 많고요.

사실, 무엇보다도 이렇게 같은 사례/경험을 다시 활용하는 건, 쓰는 제가 재미가 없어요. 흐. 가장 큰 문제는 이거기도 하죠. 그리고 다른 문제는, 만약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이슈라면, 같은 이야기를 아무리 반복해도, 매체만 달라지면, 완전 새로운 주제고 새로운 내용이란 거죠. -_-;; 매체마다 독자가 다를 테니 예전 원고를 그대로 보내도, 트랜스젠더란 주제의 특성상, 완전 새로운 내용으로 받아들일 거예요. 무엇보다 누가 저의 글을 챙겨서 읽는 것도 아니고요.(전, 이런 짓 잘해요. 흐.) 이건 일종의 비극이기도 해요.

아무려나, 저의 고민과는 상관없이, ○병○ 씨의 논문은 좀 재밌었어요. 궁극의 단계를 보았단, 느낌이랄까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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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이사

참, 나의 메일 사용 역사도 기구하다고 중얼거렸다. 어제, 아직 확정 난 건 없고 내부 논의 중이라곤 했지만, 엠파스가 올 연말 없어질 수도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아직 확정한 건 아니라지만, 이런 소문은 대체로 결정했다는 의미잖아. 물론 내가 엠팔을 자주 쓰는 건 아니다. 나의 엠팔 주소를 아는 사람은 한두 명 뿐이다. 그 마저도 메일을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니 타인과의 소통용도 아니고. 그럼에도 현재 가지고 있는 메일주소 중 가장 오래 되었고 상당히 애착을 가지고 있는데…. 네잇에 통합되면, 엠팔을 유지하기 위해선 네잇에 가입할 걸 요구하겠지? 그러니 없앨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의 메일 주소가 없어질 예정이다.

메일 주소가 없어지는 건, 이사하는 것과 같다. 전화번호를 바꾸는 것과 같다. 그 어떤 업체도 평생을 약속하지 않았기에, 서비스 제공업체가 사라지면 나 역시 바꿀 수밖에 없다. 부당하다고 구시렁거리지만, 그렇다고 집주인 중에 착한 사람 있던가? 집주인은 다 그렇다고, 가진 사람들이 더 하다고 욕하면서도 방을 뺄 수밖에 없잖아. 그럼에도, 참 웃기지. 난 내가 가진 메일을 평생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 어차피 개인정보를 담보로 사용하는 전셋집이지 않나. 회사 약관과 정책 변화에 따른 피해가 싫어 도메인 등을 직접 구매해서 블로그를 사용하듯, 메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런 생활은 평생 계속 되겠지.

아무튼,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또 다시 메일 주소 하나를 없애야 할 거 같다. 아쉬운 건 엠팔 메일로 타인과 소통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대용량 파일을 첨부할 수 있는 메일이 없어진다는 게 아쉽다.;;; 기본 브라우저로 사용하는 파이어폭스에서 대용량 메일을 첨부할 수 있는 곳은 엠파스뿐이다. 자사 홈페이지에 최적화한 파이어폭스를 내놓는다고 호들갑 떨었던 네이봐도, 말 그대로 호들갑만 떨었다. 대용량 첨부는 안 된다. 퍼런도 안 되고 다움도 안 되고. 혹시나 해서 야호!에 가입했는데, 야호!도 대용량 첨부는 안 된다. (야호!가 가입할 때 주민번호 등의 정보는 기입하지 않아도 되어서 호감도 급상승했다가 성별을 둘 중 하나로 표시해야 해서 급 실망했다. 이런 점에선 확실히 gmail이 좋다.) 네잇에 통합되어도 그냥 쓸까? -_-;;

아, 그리고 또 아쉬운 거 있다. 엠파스에선 파일박스라고 해서, 500메가 용량의 웹하드를 기본으로 제공해서 꽤나 유용했다. 이건 뭐랄까, 다락방 정도는 안 되지만, 계약 평수보다 실 평수가 더 큰 방이랄까. 크크크. -_-;;

암튼 너무 늦기 전에 이사 준비를 해야겠다. 메일을 백업 받아 봐야, 잃어버리기 쉬워 걱정이긴 하지만. 뭐, 잃어버리면 잃어버리는 거지. 아쉬울 뿐, 없어진다고 평생 후회할 만 한 건 아니니까.

이사 준비하기 귀찮을 때, 불법 점거하는 법은 없나? 흐흐.

+
Rick Wright… 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