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한 연극 [너무 많은 기대](김연경 작가, 이수림 연출, 이청 & 이효진 배우)를 봤다.
공연은 낭독극이었다. 몇 년 전에도 [에로 그로-경성]이라는 낭독극을 본 경험이 있는데, 잘 하는 낭독극은 종종 경이로울 때가 있다. 주로 의자에 앉아 목소리 톤과 표정으로 연극을 전개하는데 그 표정이 공간을 완전히 다른 장소로 바꿀 때가 있어서다. [에로 그로-경성]도 그랬지만, 이번 공연 [너무 많은 기대]도 그랬다. 배우들의 표정, 목소리 떨림, 톤의 변화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무대 배경이 변했음을 인지할 수 있게 했다. 그것이 늘 경이로운데 어떻게 표정과 목소리로 공간의 변화를 구현할 수 있을까 싶다. (이청 배우님은 ‘눈물을 흘린다’는 부분에서 진짜 눈물을 흘리셔서 너무 놀랬다.)
물론 내가 가장 앞자리에 앉았기에 더 생생하게 느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에로 그로-경성] 때도 배우들의 표정과 목소리 톤을 통해 공간을 바꿨는데, 그나마 그때는 공연장이 그런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공간은 카페/술집 같은 곳이라(카페인 줄 알았는데 냉장고에 술이 너무 많아서…) 이번 공연의 달달한 내용과 결이 다른 곳이었다. 그럼에도 공간의 분위기를 표정과 목소리로 구현하고 바꿔낼 수 있다니…
이 공연을 준비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했다.
어쩐지 최근 본 공연은 다 좋다. 남은 연극도 좋을 거란 기대 아니 확신이 있네. 다음은 색자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