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총 2권, 양윤옥 옮김, 은행나무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다.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2권 245쪽)

할 일이 많을 땐, 작정하고 읽는 책보단 그냥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 좋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시간, 잠들기 30분전에 읽어도 무리가 없을 법한 책들. 그래서 읽으려고 샀거나 절판이라 제본해둔 몇 권의 책들은 나중으로 밀리는 안타까움이 있긴 하다.

그런 와중에 이 소설을 읽었다. 뭐랄까, 내겐 오키나와의 역사와 상황, 류큐 왕조의 역사가 등장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 소설은 이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역사들을 이런 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무엇보다 한 번 읽으면 쉽게 놓기 힘들 정도로 재미도 있다.

그럼에도 썩 유쾌하진 않다. 이 소설이, “아들과 아버지란 관계”의 ‘오래된 전통’을 되살리고 싶은 욕망으로 읽혀서. 이렇게 단순하게 읽을 수는 없지만 “아버지 기 살리기”로 읽혀서 마냥 재밌지는 않다. 글은 무척 잘 쓰고, 정말 작가의 실력에 감탄하면서도, 이 책을 읽고 마냥 개운하지만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