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후기

LGBTQ 캠프는 잘 갔다 왔어요. 이틀이 지난 지금도 무척 피곤해서 잠에서 간신히 깨어날 정도고, 고작 이틀 지났는데 벌써 일 년은 지난 느낌이고요. 그만큼 드문 경험이란 의미일까요?

몇 가지 고민을 안고 왔어요. 그 중 하나는 페미니즘의 무게(?)랄까요. 페미니즘은 배운 사람들, 어려운 책들을 많이 읽고 어렵거나 논리적인 말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란 이미지가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런 인상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제가 이미 학교에 충분히 익숙하단 의미이기도 하죠.) 페미니즘이 학제의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에요. 페미니즘은 무조건 쉬워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고요. 다만, 페미니스트는 어려운 책을 읽어야지만 될 수 있는 존재라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이미지가 상당하달까요. 안타까우면서도 걱정을 했어요.

걱정은, 그럼 트랜스젠더 이론은 어떻게 변해갈까, 였어요. 물론 페미니즘과 트랜스젠더 이론은 상당히 다른 맥락에 있지만, 언젠간 트랜스젠더 이론도 상당히 ‘어려운’, “학삐리”들의 것이란 이미지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 지금도 다분히 이런 분위기가 없다곤 할 수 없고요. (반성 중…ㅠ_ㅠ)

다른 한 편으론, 트랜스페미니즘을 어떻게 모색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 뭉탱이 안고 있어요. 의도하건 하지 않건, 젠더이분법으로 수렴하는 방식으로 젠더 경험을 설명하는 방식과, 이런 설명의 틀을 바꿔내려는 트랜스페미니즘 혹은 나의 입장은 종종 상충하거나 부대낀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결코 상충하지도 부대끼지도 않는 내용인데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미묘하게 부대낄 때가 있어요. 이런 부대낌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이분법으로 수렴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일테면 부치(butch) 젠더를 “여성”으로 수렴하지 않으면서 설명하려는 나의 입장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요?

참 오랜만에 채식과 관련한 고민을 했어요. 채식은, 참 번거롭고 피곤해요.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다시 또 갈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반드시 캠프가 아니어도 어떻게든 이런 식의 자리를 이어가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