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어제, 몇 년 만에 새로운 종류의 이어폰을 샀다.

지난 몇 년간, 아이오디오 제품의 지지(mp3p)를 사면서, 번들로 끼워주는 이어폰을 사용했다. 단선되면 아이오디오 홈페이지에서 파는 번들용 이어폰을 샀고. 그러니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이오디오에서 제공하는 번들이어폰을 사용했다. 별 불편한 건 없었다. 소리는 무난했고, 귀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는, 어차피 오래 사용하다보면 귀가 알아서 적응하기 마련이다. -_-;;

얼추 한 달 전, 인근의 문구점에 갔다가 무척 예쁜 이어폰을 발견했다. 이어폰이 예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지만, 색깔이 지지와 안 맞아서 살 엄두는 안 났다. 근데, 며칠 전부터 또 다시 기존의 이어폰이 내부단선이 생긴 것 같고, 한쪽 소리가 안 들리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아예 안 들리기 시작했다. 어흑. 이때 떠오는 것이 그 예쁜 이어폰. (사진과 사양은 여기로, 가격은 매장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 듯)

어제부터 새로 산 이어폰을 들으면서 든 감상.

1. 지금까지 번들제품은 많은 소리를 꿀꺽 삼키곤 들려주지 않는 소리가 있었다!!! 이럴 수가!!! 우선 무엇보다 좋은 건, 베이스 소리를 잘 잡아 준다는 것. 번들제품은 적당히 중간 정도 톤에서 소리를 토했다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PINK PINK PINK2(그 중, 페일 로즈 핑크)는 베이스 소리와 저음을 선명하게 들려준다. 중저음을 전반적으로 둥둥거리며 잘 들려주고, 소리를 깨끗하게 잡아낸다. 그래서 번들에선 들을 수 없었던 소리들이 들려와 놀랐달까, 당황했달까. -_-;; 각각의 소리가 뭉치지 않고 세심하게 분리해서 들려주니 좋다.

2. 하지만 고음역대의 소리는 조금 찢어지는 느낌이다. 좋게 말하면 너무 깨끗하게 잡아낸다고 하겠지만, 사실상 고음역대의 소리는 조금 부담스럽다.

결국, 재즈나 힙합을 듣기엔 무난하다. 힙합처럼 중저음이 둥둥거리는 음악은 꽤나 재밌고, 하이햇 소리도 세심하게 들리는 편이다. 하지만 락이나 메탈을 듣기엔 얼마간의 적응시간이 필요하다. The Music을 듣는데, 왠지 가볍고 촐싹 맞게 들렸달까. 클클클. 중저음역대를 중심으로 만든 이어폰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디자인이 예쁘기 때문에!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 흐흐흐) 좋다. 크크크.

심란: 이경숙

인수위원장으로 이경숙씨가 유력하단다. 인터넷 댓글은 난리가 났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경숙씨가 인수위원장이 되면 여성가족부 폐지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거다. 여가부를 폐지하기로 하고선 이경숙씨가 웬 말이냐, 란 분위기. 걱정 말아라, 얘들아.

숙명여대에 10년의 역사를 지닌 여성학과가 있다. 아니 있었다. 아니… 있다고 해야 할까, 있었다고 해야 할까. 여성학과 10주년 기념행사까지 했지만, 학교에선 학과 폐지를 통고했다고 한다. 이에 숙대 여성학과(와 존속을 지지하는 타대학 여성학과, 여성단체, 개인들)에서 상당한 항의와 문제제기를 했지만, 이미 학교 측에서 결정한 사항을 학과에 통보한 것이라, 내용이 번복될 리 만무했다. 기존의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는 여성학과를 유지하되 신입생은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단다.

“수요가 없다” 혹은 “돈이 안 된다”는 논리.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유행처럼 등장하고 있는 CEO총장들 속에서, 대학의 논리는 이제 “돈”이다. “학문의 전당”이란 고리타분한 명분 따위 집어 치운지 오래고, 대학은 돈을 버는 곳, 취직을 장려하는 곳으로 변한지 오래다. 숙대 여성학과의 폐지도 이런 맥락에서 가능했고, 여파인지, 명분을 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학교의 여성학과도 없어질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있다. 루인이 다니는 학교의 대학원장은, “협동과정을 만든 게 잘못이다”라고 말하며, 은근히 폐지를 바라고 있다. 그러니 루인이 다니는 학교의 여성학협동과정도 불안한 상황이다. 하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국문과나 철학과도 없애는 추세인데, 여성학과 없애는 걸 대수로 여기겠느냐 만은.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의 전당”이 아니기 때문에, 학문의 발전이니, 학교의 명분이니, 하는 논리로 폐지를 반대하는 건, 이제 불가능한 시대다. 아니,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었던 시절이 있긴 했는지. 대학설립 자체가 이미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식이었고, 산업자본의 발달을 위한 수단이 아니었는지. 이런 수단을 “학문의 전당”이니 하는 식의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했을 뿐이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란 명분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 시점에서, 폐지를 반대할 수 있는 논리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아무려나, 이숙경씨가 인수위원장이 되면, “최초의 여성 인수위원장”이라는 상징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명박당선자는 이걸 노리고 있고, 이에 따른 효과를 바라는 면이 있단다. 짜증난다. 여러 가지로 짜증난다. “최초의 여성”이라는 수식어 역시, 양가적인 효과가 있지만, 너무도 자주 짜증을 유발한다. 동시에 “여성 인수위원장”이란 타이틀이, 여성가족부를 더욱더 쉽게 폐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걸 왜 모르는지. 이명박당선자나 한나라당은, 어쩌면 이걸 노리는 건지도 모른다.

향후 5년의 상황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