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 컴퓨터

#안경
몇 주 전, 영화관에서 안경 렌즈를 닦고 있는데, 갑자기 안경테가 휘어졌다. 평소 사용하고 다니는 안경은 무테안경인데, 귀에 거는 부분과 안경 렌즈를 연결하고 있는 나사 부분이 90도로 휘어지는 걸 보고 순간 깜짝 놀랐다. 그렇잖아도 안경 렌즈에 금이 가 있는 상태라,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가 갑자기 깨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던 차에 안경 렌즈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의 테가 휘어지는 걸 보고 있자니 심란… 흐.

평소엔 안경을 거의 사용 하지 않고, 영화를 읽을 때나 수업 시간 정도에만 안경을 착용하지만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게 사실. 그래서 안경을 새로 하나 맞출까를 고민 중에 있다. 무테가 가볍고 깔끔한 느낌이라 좋아하지만, 몇 년 동안 사용한 결과, 안경 렌즈에 무리가 많이 가는 것 같다. 그러니 이번엔 디자인을 바꿔서 무테로… (응?)

#나스타샤(컴퓨터)
2001년 12월에 산 나스타샤는 지금도 무척이나 괜찮은 성능을 뽐내지만, 여러 번 아파서 병원에 들락 거렸다. 돌이켜보면 거의 일 년에 한 번 병원에 간 셈이랄까. 마지막 입원기록을 찾아보니 작년 이맘 즈음 병원에 갔다 왔다는 글이 있다.

이틀 전, 나스타샤를 켰는데, 또 다시 같은 증상을 보이며 앓고 있다. 사용하고 있는데 갑자기 꺼지는 현상. 프로그램도 여러 번 다시 설치했고, 부품도 몇 번 바꿨고 최근엔 메인보드도 바꿨는데 또 이런다. 용산에서 조립식으로 사서 문제인가 하는 맥없는 소리도 하지만 나스타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불안하긴 했다. 컴퓨터를 잘 아는 친구가, 나스타샤를 사용하더니 좀 문제가 있다고 했으니까.

아무려나 이틀 전, 또다시 컴퓨터가 갑자기 꺼지는 증상을 보이자, 이번엔 아무런 미련도 없이 노트북을 사야겠구나, 라고 중얼거렸다. 어차피 노트북이 필요하니 이 기회에 그냥 노트북을 사자는 심보랄까. 고치는 것도 지겹고 언제 고장 날지 알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것도 싫고. 그냥 노트북을 사는 게 좋겠다 싶다.

‘사소한’ 문제는 돈이 없다는 거. 굳이 새 것으로 살 건 아니니, 올해가 가기 전에 산다는 계획으로 저금 해야겠다.

요즘

요즘 블로그에 쓰는 글을 보고 있노라면, 블로그 제목을 [루인의 문화생활 이것저것]으로 해도 되겠다 싶다. -_-;; 물론 영화를 빼면 그날그날 읽은 건 아니고 읽은 것 중에서 몇 개만 쓰고 있지만.

한동안 격일제 글쓰기가 이번 주 들어 갑작스레 늘어난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달까지는 특별한 계획 없이 읽고 싶은 글을 중심으로 읽다보니, ‘읽고 싶어서 읽어야 하는’ 몸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Run To 루인]과 노는 시간이 줄었달까. 하지만 이번 주부터 종시를 준비하기로 했다. 책도 여러 권 읽어야 하고 영어 논문도 여러 편 읽어야 하고. 맞다. 이번 주부터 종시를 준비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우는 순간, 갑자기 [Run To 루인]에 쓰고 싶은 글도 부쩍 늘고, 읽고 싶은 소설도 잔뜩 생기고 일고 싶은 영화도 지금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다. -_-;;

큰 걱정은 안 하고 있는데, 이럴 걸 예상했기 때문이다. 크크크. ㅡ_ㅡ;;

불친절한 헤교 씨

박기홍 글, 김선희 그림 [불친절한 헤교씨] 1-5권, 서울: 해든아침, 2006

01
[디워]가 개봉하기 전, 그러니까 영화와 관련한 평가가 나오기 한참 전만해도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할까 하는 고민을 살짝 했다. 이런 고민을 접을 수 있었던 건, 영화와 관련한 기사가 나오면서 가장 많이 등장한 지적, “스토리가 없다”란 구절 때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재밌게 봤다는 [트랜스포머]가 루인에게 무척 지루했던 건, 이 영화에서 이야기 구조는 그냥 장식품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편의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건, 루인은 장르와 형식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이야기/서사를 중시한다는 것. CG가 아무리 뛰어나도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가 별로면 무척 지루해 하고, 내용이 좀 많이 불편하다고 해도, 이야기 구조가 탄탄다면 몰입해서 읽을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최근 무척 인상적으로 읽은 [기담]의 경우, 이야기 구조에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부족함은 루인이 좋아하는 다른 측면 때문에 충분히 상쇄할 수 있었고.
(최근 깨달은 건데, 왜 작년의 베스트 영화에 [판의 미로]를 언급하지 않았을까. 시간이 갈수록 이 영화를 자주 떠올리는데.)

만화라고 해서 루인의 이런 취향이 예외는 아니다. 소위 웹툰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만화들이 꽤나 많은데, 이런 만화들 중에서 오랫동안 찾아가서 읽는 건, 스노우캣 뿐일 정도로, 단편적인 아이디어로 진행하는 만화에 긴 애정을 못 가지는 편이다. 몇 편 정도는 좋아하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이야기 구조나 서사가 없으면 결국 잊고 말더라는. 책으로도 마찬가진데, “○○툰”과 같은 만화를 읽을 일이 있으면, 뒤적거리긴 해도 반 정도 읽다보면 지겨워서 덮어버리는데, 이건 각각의 아이디어가 별로여서가 아니라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을 느낄 수 없어서인 경우가 많다. 루인의 취향에서 이야기 구조나 서사는 이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거(물론 이런 취향을 무시할 정도로 좋아하는 코드들이 있지만… 크크크).

02
“박기홍 글, 김선희 그림”이란 조합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파란카툰에서 연재 중에 있는 [바둑삼국지]다. 그림과 이야기 구조가 워낙 뛰어나서 빠지는 순간 헤어날 수 없는 작품이라, 이들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갔다. 그렇게 알게 된 작품이 [불친절한 헤교 씨](“혜교”가 아니라 “ㅎ+ㅔ”의 “헤교”).

단행본으로 출간해서 지금은 파란카툰에서 찾을 수 없지만, 누군가는 웹에 올려 뒀을 게 뻔하니 검색해서 읽으려 했지만 못 읽었다. 이유는 간단한데, “헤교”로 찾아야 하는 걸 “혜교”로 찾아서. (만화책에도 이름과 관련한 일화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그러다 지난 달 숨책에 갔다가 1, 2권이 거의 새책으로 있어서 망설임 없이 샀고, 그날 밤 늦게까지 2권까지 다 읽었고, 다음날 아침 나머지 세 권을 주문했다.

03

[불친절한 헤교 씨]의 원래 컨셉은
대한민국에서 부딪치는 남자와 여자의 입장 차이를 표현하고자 했다.
[불친절한 헤교 씨]의 조금 나중 컨셉은
부잣집 딸래미의 고군분투 홀로서기였다.
[불친절한 헤교 씨]의 훨씬 나중 컨셉은
독자들이 달아주는 덧글의 반대 방향으로였다.
[불친절한 헤교 씨]의 부분 컨셉 중 하나는 부정한 증권가의 이야기였다.
[불친절한 헤교 씨]의 부분 컨셉 중 하나는
먹고 살기 힘든 게임 패키지의 유통구조의 고발이었다.
[불친절한 헤교 씨]의 부분 컨셉 중 하나는
미청년의 간지나는 뒷골목 조직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결과,
‘처음부터 잡힌 컨셉은 사실 하나도 없었다’ 라는 게
회를 거듭할수록 드러났다…-_-;;
단행본이 나오니,
발가벗겨진 내가 보인다. -_-;;
-2권, 박기홍의 작가후기

이 후기가 내 만화의 내용을 적절하게 요약하고 있는데, 이 컨셉들이 꽤나 유기적으로 잘 어울리고 있다. 그림도 물론 잘 그렸고. 이 만화와 관련해서 꽤나 유명한 구절은 5권의 내용이기도 하고, 책 뒷부분에 적힌 구절이기도 한데

상처 받은 사람들은 무덤덤한데
상처 준 아버지가 왜 그리 펄펄 뛰시는 거예요…?
어디 그렇게 무섭게 살아봐요.
정말로 두려운 건 용서를 비는 일이라구요.

루인이 만화책을 많이 안 읽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꽤나 재밌게 읽었고, 지금도 연구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종종 꺼내서 읽는 편이다. 검색하면 인터넷 연재분은 아마 거의 다 읽을 수 있겠지만, 책으로 내면서 에피소드를 좀 더 추가했다고 한다. 표지도 무척 예쁘고.



다섯 권의 책 표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