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의 채널을 돌려라!] 위그 책 홍보 및 예약 받음

아기다리고기다리 던, 책 홍보예요. 🙂
(이건 단지 시작일 뿐입니다. 흐흐.)

기획 팀
위그 WIG:Wander In Gender(블로그는 여기)

위그 소개
루인의 경우, 초동모임엔 참여하지 않았고 모임 이름을 정할 때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이 모임을 구상한 이유는, 성전환자인권실태조사기획단 활동의 연장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실태조사를 하며, 관련 공부를 같이 하자는 취지랄까. 그래서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작년에 나온 [성전환자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참여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물론 기획단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 반드시 기획단과 위그를 연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분리할 수도 없는 셈. 위그 구성원 개개인의 이름은 생략.

기획의도
그 모임이 책을 내리라곤 루인은 상상도 못 했는데, 보고서를 책으로 내자는 제안을 한채윤씨가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보고서를 책으로 내는 기획을 하면서 지금에 이른다. 물론 이번에 나올 예정인 책은 보고서의 내용과는 상당히 다른 편.

처음 기획했을 땐, 두 권으로 기획했다. 한 권은 논의의 지형을 살피는 작업이고 다른 한 권은 인터뷰를 모은 책. 그렇게 엮어 작년 12월 초에 내자고 했지만, 올 6월 말에 정말 나온다면, 고작 6개월 지연된 것뿐이다. 그리고 이런 지연이 루인 개인적으론 참으로 다행이라면 다행. 인터뷰 자료집이 더 빨리 나오리라 했는데, 지형 살피기가 더 빨리 나온다. 아마 인터뷰 자료집은 방학 때 나오지 않을까 싶다. 녹취 푸는 걸 루인이 담당했는데 녹취를 풀 시간이 방학 때 뿐이라서-_-;;;

목차소개
처음의 목차는 지금의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위그 블로그에서 확인 가능). 글쓴이와 개별 글들은 같은데, 초고들이 완성되었을 때, 기존의 기획과는 조금씩 다른 내용과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차의 변경이 기획과 전혀 별개인 내용의 글이 나왔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어떤 의미에선 처음의 기획 방식으로 재구성한 셈이기도 하니까.

1부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전반적인 논의 지형과 맥락 속에서 트랜스젠더 정치학을 모색한다고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이건 순전히 루인이 방점을 찍는 방식으로 해석한 내용. 별도로 존재하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맥락 속에 위치하는 트랜스젠더라고 하면, 설명이 잘 되려나 모르겠다. 책을 읽어 봤는데, 내용이 전혀 다르다고 항의하면, 슬쩍 외면해야지… 흐흐

2부는 트랜스젠더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논의들이다. 어쨌거나 현재로선 가장 많이들 얘기하고 많이들 궁금해 하는 지점인 의학/수술과의 관계, 이미지와 재현, 법을 둘러싼 협상 과정들을 다루고 있다.

3부는 그냥 법과 관련한 장이 될 듯. 지난 번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가 동의했던 건, 어떻게 하여, 3부에 글을 싣기로 한 사람들은 서로 만나 회의를 한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논조가 잘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크크크

#일부 임시 제목도 있어요.

1부
1. 역사적인 맥락에서 용어와 이를 둘러싼 논쟁들
2. 성별 위반과 정체성 : 남성성을 둘러싼 다층적인 긴장들
3. 정체성 명명과 경계지대: mtf/트랜스여성, 크로스드레서, 게이 사이의 긴장읽기

2부
4. 의료담론을 통한 “트랜스젠더”의 발명
5. 성전환자의 이미지: 타인이 인식하는 이미지와 스스로 형성하는 이미지
6. 번호이동과 성전환

3부
7. 성별전환의 법담론
8. 외국 법 비교

예약하기
이제 가장 중요한 예약하기!

메일주소: wigbook@gmail.com
예약 마감: 6월 15일까지

미리 예약하시는 분들에겐 판매가의 30% 할인 혜택이 있답니다. 🙂

참고로 저자의 싸인이 들어간 책도 가능한데요, 루인의 싸인이 들어간 책엔 특별히 루인의 글이 없을 예정이랍니다. 케케케. 칼로 깔끔하게 도려낼 예정이거든요. 낄낄. 이런 홍보가 참 수줍고 부끄럽지만, 다른 분들의 글이 좋아서 용기를 내는 거예요!

부작용

어제, 잠들기 전에 알러지성 비염이 터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약을 먹고 잤다. 예전에 상비약으로 샀다가, 이제야 처음 먹은 약. 잘 때 먹었으니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간신히 눈을 떴을 땐 그저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다.

오전, 심각하게 졸렸을 때도 그러려니 했다. 가끔씩 오전에 졸릴 때가 있으니까 오후가 되면 좋아지려니 했다. 근데 거의 1시간 30분 간격으로 계속 졸린다. 그러다 깨달았다. 약 기운이 안 빠진 거구나. 그러면서 약의 사용설명서를 찾았는데, 졸림 없는 약이란다. 다만, 부작용으로 1) 정신신경계: 졸림, 때때로 권태감, 두통, 마비감, 드물고 가볍게 일시적인 나른함, 피로, 어지러움, 두중, 흥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졸음 없는 약이지만 부작용으로 졸음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건가;;;

내일 발제가 있는데 언제까지 이러려나. ㅠ_ㅠ 계속 멍하거나 졸리거나, 우엥~

#답글은 낼 정신 차리면 달게요;;;

[영화] 아들

[아들] 2007.05.07. 21:45, 아트레온 5관 7층 E-5

01
玄牝에도 볼 DVD는 충분히 있지만 DVD를 읽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저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긴장감 없이 느긋하게 늘어지고 싶었다. 영화를 읽고 싶다는 간절함은 사실 극장이라는 공간에 가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이럴 땐 어떤 영화라도 상관없다.

그런데 사실 영화관이 이렇게 그립다니, 스스로도 조금 놀랐다. 하긴, 영화관은 루인이 가는 거의 유일한 일탈이다. 영화를 읽는 행위가 일탈이 아니라 평소 돌아다니는 동선에서의 일탈. 시간만 적당히 맞추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그런 일탈. 그리하여 어떤 긴장감을 풀 수 있는 그런 공간. 물론 어떤 영화는 玄牝에 웅크리고 앉아 읽고 싶지만, 때론 극장이란 공간에서 읽고 싶으니까.

※영화를 봐도 크게 방해할 만한 스포일러는 아닐 듯.
02
이미 이 영화와 관련한 기사나 관련 정보를 접했다면 대충은 알 만한 내용: 이 영화를 진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축은 나레이션이다. 감독은 영화를 진행하는 형식의 하나로 나레이션을 선택하고 그래서 영화 내내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나레이션은, 안 하니만 못한 결과라고 느꼈다.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하거나, 대화를 하지 않으면 나레이션을 하는 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레이션은 영화를 전개하는데 있어 중심축을 이룬다. 그리고 이런 나레이션은 관객이 감정을 개입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할 지점 마저 없애고 “이런 식으로 이 장면을 느껴라”고 지시하는 역할을 하곤 한다. 그냥 두면 루인이 알아서 충분히 슬퍼할 부분에서, 나레이션으로 “슬픕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슬픈 감정은 사라지고 “아, 이 장면에서 등장인물들은 슬픈가보다”라는 바뀌었달까. 다른 영화였다면, 울었을 법한 장면에서 이 영화는 울 여지도 안 남긴다고 할까. (근데, 혹시 바로 이 지점이 감독이 의도한 걸까?)

이런 형식은 다른 한 편, 루인의 글쓰기 방식과 겹쳤다. 루인의 경우 감정을 과잉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데, 감정의 과잉표현과 나레이션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건, 결국 비슷한 효과를 낳는다고 느꼈다.

※어쨌거나 확실한 스포일러일 수도 있음
03
이 영화엔 반전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 반전이 무엇일까를 짐작하는 것이 이 영화를 읽는 또 다른 재미일 수도 있다. 근데, 좀 약하다는 느낌. 루인은 전혀 다른 반전을 기대했기 때문.

어제 확인하니 [필름2.0]과의 인터뷰에서 감독이 먼저 반전 내용을 밝혔으니 말하자면, 류덕환이 연기하는 아들은 아들이 아니라 아들의 친구고 아들은 이미 죽었다. 근데 기사제목을 통해 반전이 있다, 라는 말을 읽었기 때문에, 아들이 아니겠거니 했다. 대신 영화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죽은 준석의 “여자친구”가 아들이라고 예상했다. 아들이 성전환수술을 한 트랜스젠더인데 차마 아버지를 못 만날 수 없어서 다른 친구가 대신 아들 역할을 한다는 상상. 아들과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교도소에 돌아가려고 집에서 나설 때 “여자친구”가 멀리서 바라보는데, 그 장면이 마치 아버지에게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스포일러 없음
04
이 영화를 읽으며, 상당히 당황했던 건, “아버지의 아들”은 있는데 “엄마의 아들”은 없다는 점. 차승원은 휴가를 받으면 아들을 찾으러 가겠다고 하는데, 집에 가면 치매인 엄마가 있다. 근데 엄마를 대한 “아들”의 태도는 상당히 데면데면하다. 반면 아버지로서 아들을 향한 태도는 상당히 지극정성. 이런 연출에서 당황했다.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헌정하는 영화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엄마를 그렇게 배제해도 될까 싶을 정도이다. 집에 갈 때, 그리고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기 위해 나설 때 인사하는 정도가 엄마와 마주하는 거의 전부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런데 따지고 보면, 아들도 잘 챙기고 엄마에게도 지극정성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루인이 경험하고 있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규범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유난히 “아들”에게 집착하는 맥락을 짚는 것이 의미 있는 작업이겠지.

차승원인 아버지와 류덕환인 아들이 집에서 마주했을 때, 류덕환은 친구와 전화하며 “손님”이 와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런 “손님”같은 관계로 엮어가는 “가족”을 그렸다면 더 흥미로운 영화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05
나름 재밌다고 낄낄 웃었던 장면. 차승원과 류덕환은 밤늦게 집에서 나와 달리기를 한 후, 갑자기 비가 내려 공중전화박스에서 비를 피하는데, 그때 벌레가 날아온다. 이 벌레가 어떤 종인지를 얘기하면서 차승원은 하루살이라고 주장한다. 류덕환이 안 믿자, 확인시켜준다면서 하는 말: (벌레의 눈을 응시하는 흉내를 내며) “너 어제 뭐했니?” 그러곤 주장한다. 대답이 없는 것 보니 하루살이지 않느냐고. 왠지 이 장면이 너무 재밌어서 깔깔, 거리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