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러움2

어제 밤이었나, 리퍼러로그 놀이를 하는 중이었다. “트랜스젠더”로 검색한 페이지를 훑어보다가, 뭔가 걸렸다. 그리고 그 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허걱. 그건 루인이 쓴 글이었다. 어딘가 기고한 글은 아니었다. 낯설지 않은 편집에 “루인”이란 이름도 등장하는 전형적인(그러면서도 무성의하게 쓴) 루인의 글.

처음엔 [Run To 루인]에서 그 글을 퍼간 건가, 하는 걱정을 했다. 그래서 [Run To 루인]에서 그 글을 찾았는데, 없었다. 로그인을 하고 찾았음에도 그와 같은 글이 없었기에, 루인이 쓴 적도 없는데 루인이 쓴 글인가, 싶었다. 켁. 하지만 분명 루인이 편집한 내용이고 루인의 문체인데 도대체 어디에 쓴 건가 싶어 한참을 고심했는데, 아악! 불현듯 수업게시판에 쓴 글임을 깨달았다. -_-;;;

그 수업게시판은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기에 검색에 걸리는 건가 했다. 그런데, 확인했지만 검색에 걸리진 않았다. 그 카페가 있는 사이트부터 시작해서 어지간한 사이트를 다 검색했지만 그 게시물은 걸리지 않았다. 아, 그럼 그 수업을 들은 누군가가 그 글을 펐다가 어떻게 유통된 건가 -_-;;; 하지만 그렇게 유통할 만한 글이 아닌데ㅠ_ㅠ

처음엔 그 글을 게시한 블로거에게 뭔가 말을 할까 했다. 역시나 귀찮은 건 안 하는 루인이기에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했다. -_-;; 인터넷에 공개하는 순간 어떤 형태로건 유통되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그 글을 누군가가 유통한다는 건, 좀 당황스러운 일이다. 동시에 정보의 유용성이란 것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를 읽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일테면 그 글은 무려 6개월 전에 쓴 글이기에, 루인에겐 진부한 내용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그 진부함’이 필요한 내용일 수 있다는 것. 따지고 보면 공부를 한다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 있잖아. 지금 너무 익숙하게 사용하는 내용들(근데 루인이 익숙하게 사용할 정도로 아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 도무지 안 떠오른다 ㅠ_ㅠ)도 그 내용을 익히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했듯.
(일테면 이런 일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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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검색하다가 우연히, 모 영화 감상문을 쓰며, 루인 블로그를 참고문헌 혹은 인용문헌으로 올린 리포트가 있음을 알았다. 어떻게 인용했나, 궁금하지만 유료사이트라 관뒀다. 하지만 읽을 수 있다면 읽고 싶은 바람은 있는데, 어떤 식으로 어떤 맥락 속에서 인용했는지, 어떤 식으로 해석했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그 리포트를 쓰신 분은 이 글을 읽으시려나? 아님 정작 그 글을 쓴 분은 모르는 상황에서 유통되고 있는 건가? -_-;;

글 속에서 드러나는 정서

낮에 글을 한 편 쓰고 저녁에 다시 확인하고 공개로 바꿔야지, 했다. 자주는 아니어도 종종 이런 식으로 글을 공개한다. 뭔가 당장 공개하기에 꺼림칙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 글을 쓴 당시가 아니라 다른 시간에 공개하고 싶다고 느낄 때, 이런 식으로 한다. 그리고 낮에 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섬뜩함 혹은 어떤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다.
(이 글이지만 비공개라 확인할 수는 없을 듯. 그러니까 다른 글이 뜬다는 의미.)

이 정서는 무얼까. 끊임없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 정서. (정확하게 이름 붙이지 않고 막연히 “이 정서”라고만 말할 수밖에 없는) 이 정서를 읽고 싶다. 순간적이나마 등골을 훑고 지나간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의 섬뜩함을 주는 이 정서. 이 정서가 낯선 것이 아니라 너무도 빈번하게 너무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이 정서를 드러낼 때면, 루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때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상흔을 남긴다. 다른 사람들을 향한 폭력성이 아님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상흔을 남기는 이 정서. 버림받았다는 정서, 아니 버림받는 걸 유도하고 결국 그럴 줄 알았다는 정서, 나 따위 버림 받아도 마땅하다는 정서. 그런데 그게 너무 두렵다는 정서.

엘/L + 이랑

어제 학과 행사에서 있었던 두 가지 일화.

#1
옆자리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다리를 모아 웅크리고 있는 루인에게 “진짜, 엘 같다.”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며, 긴장. 속으로, 어떻게 알았을까?, 저 사람에게 커밍아웃을 했나?, 아님 루인도 모르는, 저 사람만 아는 어떤 레이더가 있나? 등등의 질문들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갔다. 루인이 다니는 학과는 아닌 것 같으면서도, 말하기엔 좀 부담스러운 곳이고 그 자리는 아예 처음 만나는, 그래서 다시는 안 만날 사람도 있었다. 그 누군가는 다시 “엘 같다.”고 말했다. 루인은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조금 더듬으며 “L… 같다니?” “데쓰노트의 엘.” 아아. 낄낄. 그제야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루인은 레즈비언의 L을 떠올렸고(자주 이렇게 표현하니까), 상대방은 데쓰노트란 만화의 엘을 말했고. 그제야 긴장을 푼 루인은, 엘/L의 이중적인 의미를 얘기하며 눈치 챈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순간 상대방이 당황했다.

아무려나, 조금은 슬프게도 혹은 재밌게도 루인은 데쓰노트의 엘과 비슷하단 얘길 몇 번 들었다. 따로 분장할 필요도 없이 그냥 앉아만 있으면, 그 자체로 코스프레라면서. -_-;;; 크크. (이와 관련한 지점에서 쓰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묵히고 있다. 언젠간 쓰지 않으려 해도 쓰고 싶어서 온 몸이 근질근질 하는 순간이 올 테니까, 기다려야지.)

#2
간담회에 왔던 한 사람이 루인의 이름을 어떤 잡지에서 봤다고 했다. 얘기를 나누다 그 잡지가 이랑이란 걸 알았다. 아아… 이랑을 읽고 기억하는 사람과 만나다니. 뭔가 기분이 복잡했다. 정작 이랑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엔 이랑을 안다고 하는 사람을 못 만났는데, 이제 사라지지도 않았지만 존재하지도 않는(정말, 존재하지만 부재 중인) 모임을 기억하는 사람과 만날 줄이야.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그런 적이 한 번 있다. 이랑블로그를 통해 [Run To 루인]을 알았다고.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아니, 좀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