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30분부터 4시 20분 사이, 연구실이 있는 건물 앞: 출결제도

제이콥 헤일(Jacob Hale)은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글을 쓰려는 비트랜스젠더들을 위한 글쓰기 규칙이란 제목의 글에서, 만약 어느 트랜스젠더 이론가가 당신의 글을 비판한다면 그것을 당사자주의로 여기며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얘기를 한다. 그것은 당신의 글이 논의를 할 만한 의미가 있는 글이란 뜻이며, 비난하려고 리뷰를 쓸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여러 맥락에서 이 말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느꼈다. 왜냐면, 루인의 경우, 누군가의 글을 읽다가 그 글과 관련한 비평을 하겠다고 결정하는 건(고민을 시작하는 건), 그 글이 그런 의미가 있다는 걸 의미하지, 단순히 비난하려고 글을 쓰지는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예외. 읽은 영화와 관련한 상당수의 글은 기록의 의미를 지니는 경우도 상당히 많음.] 루인이 누군가의 말에 고민을 하는 건, 그 사람의 그 말이 그 만큼 루인에게 의미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 정도의 의미가 없다면, 루인에게 그 정도의 어떤 떨림을 주지 않는다면 대체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때론 상대방보다 루인이 더 많이 고민해서 상대방이 뜨악할 정도로;;) 그래서 인터넷 기사로 접하는 트랜스젠더 관련 기사는 거의 다 무시하기 마련이고, 댓글은 언젠가 인용해야지, 하는 정도의 목적으로 읽거나 캡쳐하지, 답글을 단다거나 일일이 기억하지는 않는다(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거의 다 기억하고 있다-_-;;; 켁. 흐흐). 그 만큼 한가하지도 않거니와 더 신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참, 루인이 이웃 블로거의 어떤 글에 댓글을 달지 않을 경우, 이런 이유는 절대 아니에요!!! 혹시나 오해하지 말아 줘요 ㅠ_ㅠ 블로그 글에 댓글 달기는 조금 다른 맥락이 있어요. 흑. 아, 그리고 오프라인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고요.ㅠ_ㅠ

루인은 범생이 원단에 속하는 편이라(물론 이렇게 말하면 “네가?”라며 뜨악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안다;;;) 학부 9학기를 다니며 지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결석은 5번이 안 되는 정도였는데, 이런 결석도 사자死者를 보내는 자리에 참여하기 위한 유고결석(기록상으론 결석이 아닌)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루인이 다닌 학부의 출결제도는 루인에게 그렇게 의미 있는 제도가 아니었다. 적어도 지난달까진 그랬다. 혹은 지난주까진 그랬다.

R과 루인이 다닌 학부의 출결제도와 관련한 얘기를 나누고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이와 관련한 고민이,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며 간과하고 있던 많은 지점들을 다시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지점임을 깨달았다. “출결제도는 루인과 무관해”, 라는 인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니 “출결제도는 루인과 무관해”, 라는 인식조차 한 적이 없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껏 고민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있는 중이다. 일테면 루인은 루인이 범생이 원단이라는 식의 표현을 하면서 그 예로 바로 위에 쓴 문단에서 “학부 9학기를 다니며 지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결석은 5번이 안 되는 정도였는데, 이런 결석도 사자를 보내는 자리에 참여하기 위한 유고결석(기록상으론 결석이 아닌)을 포함하고 있다“라고 쓰고 있는데, 이는 출결의 여부가 범생이라는 이미지를 구성하는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혹은 종종 농담처럼 말하는 “출결제도가 있어요?”라는 반문은 이런 말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할 수 있고, 이 말은 출결제도가 루인에게 얼마나 깊숙이 새겨져 있는지를 정확하게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지각 몇 번에 결석 몇 번인지를 얼추 기억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루인에게 출결제도는 너무도 강력하게 작동한 제도라는 걸 의미한다.

여기에 아울러, 출결제도가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래로 교육제도가 요구하는 방식의 몸만들기(주민등록제도와 관련한 글을 읽다보면 박정희는 이런 제도를 “몸에 익히도록 하라”고 얘기한다)의 하나임을 깨닫고 있다. 수업에 지각하면 안 된다는 느낌들, 수업을 빠지는 행동을 통해 마치 뭔가를 위반했다고 느끼는 쾌감들 모두 출결제도가 만든 효과들이다. 이런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제도가 제도적인 강제가 아닌 루인의 욕망인 것처럼, 루인의 의지에 따른 행동이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며 루인의 욕망으로 얘기한 셈이다. 수업을 빠지면서, 그 재미없는 수업을 빠지면서도 그것을 정당화하는 말을 자신에게 반복하고, 너무도 자주 뭔지 모를 책잡히는 느낌과 죄책감들 모두 이런 교육제도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걸 이제야 비로소 깨닫고 있달까. 출결제도를 통해서 학교제도를 고민한 적이 없고, 출결제도와 관련한 루인의 감정들이 어떤 역사적인 맥락 속에 있는지를 이제야 비로소 깨닫고 있다.

생생한 감정을 나눠서 고마워요! 🙂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 위그 책 홍보 및 예약 받음

아기다리고기다리 던, 책 홍보예요. 🙂
(이건 단지 시작일 뿐입니다. 흐흐.)

기획 팀
위그 WIG:Wander In Gender(블로그는 여기)

위그 소개
루인의 경우, 초동모임엔 참여하지 않았고 모임 이름을 정할 때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이 모임을 구상한 이유는, 성전환자인권실태조사기획단 활동의 연장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실태조사를 하며, 관련 공부를 같이 하자는 취지랄까. 그래서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작년에 나온 [성전환자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참여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물론 기획단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 반드시 기획단과 위그를 연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분리할 수도 없는 셈. 위그 구성원 개개인의 이름은 생략.

기획의도
그 모임이 책을 내리라곤 루인은 상상도 못 했는데, 보고서를 책으로 내자는 제안을 한채윤씨가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보고서를 책으로 내는 기획을 하면서 지금에 이른다. 물론 이번에 나올 예정인 책은 보고서의 내용과는 상당히 다른 편.

처음 기획했을 땐, 두 권으로 기획했다. 한 권은 논의의 지형을 살피는 작업이고 다른 한 권은 인터뷰를 모은 책. 그렇게 엮어 작년 12월 초에 내자고 했지만, 올 6월 말에 정말 나온다면, 고작 6개월 지연된 것뿐이다. 그리고 이런 지연이 루인 개인적으론 참으로 다행이라면 다행. 인터뷰 자료집이 더 빨리 나오리라 했는데, 지형 살피기가 더 빨리 나온다. 아마 인터뷰 자료집은 방학 때 나오지 않을까 싶다. 녹취 푸는 걸 루인이 담당했는데 녹취를 풀 시간이 방학 때 뿐이라서-_-;;;

목차소개
처음의 목차는 지금의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위그 블로그에서 확인 가능). 글쓴이와 개별 글들은 같은데, 초고들이 완성되었을 때, 기존의 기획과는 조금씩 다른 내용과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차의 변경이 기획과 전혀 별개인 내용의 글이 나왔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어떤 의미에선 처음의 기획 방식으로 재구성한 셈이기도 하니까.

1부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전반적인 논의 지형과 맥락 속에서 트랜스젠더 정치학을 모색한다고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이건 순전히 루인이 방점을 찍는 방식으로 해석한 내용. 별도로 존재하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맥락 속에 위치하는 트랜스젠더라고 하면, 설명이 잘 되려나 모르겠다. 책을 읽어 봤는데, 내용이 전혀 다르다고 항의하면, 슬쩍 외면해야지… 흐흐

2부는 트랜스젠더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논의들이다. 어쨌거나 현재로선 가장 많이들 얘기하고 많이들 궁금해 하는 지점인 의학/수술과의 관계, 이미지와 재현, 법을 둘러싼 협상 과정들을 다루고 있다.

3부는 그냥 법과 관련한 장이 될 듯. 지난 번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가 동의했던 건, 어떻게 하여, 3부에 글을 싣기로 한 사람들은 서로 만나 회의를 한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논조가 잘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크크크

#일부 임시 제목도 있어요.

1부
1. 역사적인 맥락에서 용어와 이를 둘러싼 논쟁들
2. 성별 위반과 정체성 : 남성성을 둘러싼 다층적인 긴장들
3. 정체성 명명과 경계지대: mtf/트랜스여성, 크로스드레서, 게이 사이의 긴장읽기

2부
4. 의료담론을 통한 “트랜스젠더”의 발명
5. 성전환자의 이미지: 타인이 인식하는 이미지와 스스로 형성하는 이미지
6. 번호이동과 성전환

3부
7. 성별전환의 법담론
8. 외국 법 비교

예약하기
이제 가장 중요한 예약하기!

메일주소: wigbook@gmail.com
예약 마감: 6월 15일까지

미리 예약하시는 분들에겐 판매가의 30% 할인 혜택이 있답니다. 🙂

참고로 저자의 싸인이 들어간 책도 가능한데요, 루인의 싸인이 들어간 책엔 특별히 루인의 글이 없을 예정이랍니다. 케케케. 칼로 깔끔하게 도려낼 예정이거든요. 낄낄. 이런 홍보가 참 수줍고 부끄럽지만, 다른 분들의 글이 좋아서 용기를 내는 거예요!

부작용

어제, 잠들기 전에 알러지성 비염이 터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약을 먹고 잤다. 예전에 상비약으로 샀다가, 이제야 처음 먹은 약. 잘 때 먹었으니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간신히 눈을 떴을 땐 그저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다.

오전, 심각하게 졸렸을 때도 그러려니 했다. 가끔씩 오전에 졸릴 때가 있으니까 오후가 되면 좋아지려니 했다. 근데 거의 1시간 30분 간격으로 계속 졸린다. 그러다 깨달았다. 약 기운이 안 빠진 거구나. 그러면서 약의 사용설명서를 찾았는데, 졸림 없는 약이란다. 다만, 부작용으로 1) 정신신경계: 졸림, 때때로 권태감, 두통, 마비감, 드물고 가볍게 일시적인 나른함, 피로, 어지러움, 두중, 흥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졸음 없는 약이지만 부작용으로 졸음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건가;;;

내일 발제가 있는데 언제까지 이러려나. ㅠ_ㅠ 계속 멍하거나 졸리거나, 우엥~

#답글은 낼 정신 차리면 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