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키드님이 추천한 영화 “타인의 삶”을 읽고 싶었지만, 몸이 별로 안 좋은 상황이라 현재는 玄牝. 이 시간에 玄牝이라니! 하지만 종일 두통에 메스꺼움이 있어서 영화관에 가는 대신 玄牝으로 돌아왔다. 피곤할 일이 없는데 피곤함도 겹쳐 있다.
수강취소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그 과목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관련한 갈피를 잡고 있다. 매번 망설이고 결정하고를 반복하고 있는데, 아마 선생님(지도교수)과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면 결정을 못 했을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고민하고 있지만. 여전히 망설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내일 중으로 마지막 결정을 내릴 것 같다. 여러 가지 변수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미래지만 그럼에도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려야지 이대로 끄는 건 좋을 것이 없다. 미련한 루인은 미려퉁이긴 하지만.
이곳에 선생님께서 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그 순간만 해도 상당히 당황했지만, 따지고 보면 잘 된 일이고, 그래서 현재 더 좋은 상황이라고 느끼고 있다. 다른 한 편, 만약 지금까지 선생님께서 이곳에 와서 글을 읽었다면, 달라지는 건 선생님께서 [Run To 루인]에 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 외엔 없다. 그럼에도 그 순간 만큼은 상당히 크게 반응했다. 워낙 과잉반응하는 루인이니까. 하지만 아쉬운 건 더 이상 안 들어 오겠다는 선생님의 말씀. 그 말씀을 들었을 때 상당히 아쉬웠다.
어쨌든 선생님과 몇 번에 걸쳐 얘기를(혹은 상담을) 하면서 여러 걱정들과 고민들의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예전에 정희진선생님과 얘기를 나눌 때, 좋은 상담은 고민의 방향을 바꾸고 그 고민의 의미를 바꿔주는 것이라고 했다. 일테면 “트랜스젠더는 정신병이야”라는 말에 “아냐, 트랜스젠더도 정상이야”란 식이 아니라 “그래, 정신병 맞아. 그런데 어쩌라고?”라는 식으로.(그다지 적절한 예는 아니지만, 이 정도의 예면 의미는 전할 수 있을 듯.) 의미를 전환하면서 상대화하는 작업, 그것이 상담이라고 하셨다. INFP는 “선천적인 상담가”라고 하는데, 루인은 별로 그렇지 않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것 같다(물론 선생님의 MBTI는 모르지만). 여러 가지로 했던 많은 고민들의 가능성의 방향들을 바꿔 주셨고 그래서 다른 식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뭔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랄까. 결국 최종 결정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어차피 어떤 결정을 내려도 슬쩍 아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결국 좀 더 즐거운 몸으로 지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어떤 상황이 좀 더 즐거운 몸일까를 선택하는 일이 남았다. 사실 거의 결정했으면서도 마지막 시간을 앞두고 갈등하고 있다.
루인보다 더 걱정하고 고민해주신 분들에게도 고마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