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망

하고 싶음이 몸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고 해서 꼭 하는 건 아니다. 방학 계획은 언제나 거창하지만 방학이 끝날 즈음엔 항상 아쉬움이 남기 마련. 하기 싶음이 쌓이고 쌓여서 더 이상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열망이 될 때,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고 그때 시작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 것 같다. 누구나 자신 만의 시간과 속도가 있으니까.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2007.02.25. 18:00, 아트레온 6관 9층 B-12

지난 일요일에 읽은 이 영화 감상문을 이제야 올리는 이 부지런함이라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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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오후, 영화를 읽고 싶은 몸에 아트레온의 시간표를 확인하니, 두 개의 영화가 들어왔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과 [바벨]. 둘 다 읽고 싶었기에 갈등하며 월요일 상영시간표를 확인했더니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 없었다. 순간, 이렇게 판단했다: 영화는 22일이나 23일 즈음 개봉했으나 인기가 없어서 일요일까지만 하고 내리는구나. 실제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하기에 이 영화를 읽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며 두 편의 영화를 같이 읽어야지, 하는 결론.

영화관에 가서 좌석에 앉아 있는데, 어랏, 사람이 엄청 많이 들어오는 거다. 그 유명하신 [괴물]님(웩!)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정도나 사람이 들어오는데 일요일까지만 상영하다니.

물론 이 영화는 2월 28일에 개봉했다. 그러니까, 그날의 상영은 유료시사회였다는 거;;;;;;;;;; 어쨌든 미리 봤다는 사실에 위로를…

※스포일러가 없을 리 없지만 스포일러라고 하기엔 뭔가 민망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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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러한 형식의 영화를 “로맨틱 코메디”라고 하나보다, 라고 중얼거렸다. 팜플렛을 훑어보다가 “로맨틱 코메디”라는 장르가 이런 것인가, 중얼거리며, 로맨틱하지도 않고 코믹하지도 않은 아이러니. 말하나마나 이건 루인의 입장에서 그럴 뿐, 씨네21이나 필름2.0의 평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듯.

이 영화의 가장 재밌는 장면은, 시작 부분과 끝나는 부분.

시작 부분은 그룹 POP의 뮤직비디오로 시작하는데, 이른바 1980년대 뮤직비디오라고 칭하는 어떤 스타일을 재현하고 있다. 그게 근데 재밌다. 물론 이건 새롭지는 않은데, 1980년대 후반 스타일의 재현은 [라디오스타]에서도 나오잖아. 이 뮤직비디오가 주는 느낌들, 뿅뿅하는 키보드 소리가 두드러지는 음악은, 한편으론 당시의 어떤 느낌을 주지만 다른 한편으론 아주 새로운 느낌을 준다. 1980년대엔 음악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루인에게 1980년대의 음악은 1990년대 중반 즈음부터 듣기 시작한 그 지점에서의 1980년대이다. 그러니 어떤 사람들에겐 당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1980년대 스타일을 “재현”했다고 말하겠지만, 그 당시의 어떤 스타일을 잘 모르는 루인에게 그 뮤직비디오는 컬트로 다가오기도 한다. 혹은 루인에게 그런 스타일은 2006년 혹은 2007년에 등장한 ‘새로운’ 장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물론 1980년대의 어떤 스타일로 재현했다는 말 자체가, 지금의 시점으로 당시의 어떤 ‘특징’들을 컬트로 만들었다는 의미기도 하기에, 별 차이가 없긴 하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인 마지막 장면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며 말풍선 형식을 통해 영화 내용을 소개하는데, 그게 은근히 재밌다.

그러고 나면, 이 영화를 읽고 나서 남는 기억은 다소 양가적이다. 아, 영화 속의 인기가수 코라 콜만은 정말이지 민망할 정도로 연기도 못하고 노래도 못한다는 느낌은 확실하게 남는다. 노래의 경우, 김아중이 노래를 잘 하는 편이 아님에도, 김아중이 훨씬 잘 한다고 느껴질 정도로(물론 이건 [미녀는 괴로워]를 매개하는 김아중에 대한 루인의 애정 때문이지만 🙂). 연기의 경우, 첨엔 그 뻣뻣한 연기가 컨셉인 줄 알았는데, 연기를 못해서 그런 거였다는 걸 알았다. 그나마 다른 연기자들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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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읽고 나서 언제나 익숙한 마지막 장면에서 문득 화가 났다.

이 영화는 후반 즈음이 되면, 다른 많은 영화들이 그러하듯 갈등이 생긴다(그래서 스포일러라는 말이 무색하다). 알렉스(휴 그랜트 분)는 소피(드류 베리모어 분)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아, 작별 인사도 없이 헤어질 상황에 처한다. 때마침 알렉스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일이 있었고, 소피는 그 공연장에 갈 수밖에 없고, 알렉스는 노래를 통해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물론 이제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흐르는데, 둘은 화해하고 잘 지내고….

화가 난 부분은, 상처를 주고선 사과하는 방식이 거대한 행사를 통해서란 점이었다. 이런 커다란 행사를 통해 “엄청난 감동”을 주면 어떤 나쁜 말도, 나쁜 행동도 용서가 될 거라는 식의 환상. 소피를 위해 부르는 알렉스의 노래가사는 자신이 힘들다는 얘기지, 소피에게 잘못했다고 사죄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루인은 읽었는데, 어쨌거나 영화는 이런 노래를 사죄의 의미로 바꾸고, 그래서 이런 식의 어떤 행사를 하나 마련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진행한다.

필요한 건, 이런 거대한 행사가 아니라 사과의 말일 텐데도 그런 행동은 없다는 점이, 그렇게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이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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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를 보겠다고 다짐했던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바로 팬심. 영화 홍보동영상을 보면, 소피가 언니에게 알렉스를 만나러 간다고 했을 때, 언니는 갑작스레 흥분하며 옷을 갈아입으러 간다. 이 장면을 봤을 때, 이 영화를 읽고 싶었다. 이 영화를 읽으며 가장 즐거웠던 장면은 알렉스가 노래를 하는 무대 앞에서 왕년의 스타에게 여전히 환호하고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루인의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침마다 날짜를 세고 있다. 며칠 남았구나, 하고. 그래 3월 7일이다. 그토록 바라던 공연이 시작하는 날이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다는 사실에 너무너무 좋아하고 있는 날들. 아마 공연 당일엔 너무 좋아서 안절부절 못 할 테고 공연장에선 미치도록 소리를 지르다가 다음 날엔 목이 쉰 상태로 지내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좋아하는 스타를 향한 이런 열광. 이런 열광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고 현재를 통해 과거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과거의 흔적들이 현재를 통과하면서 새롭게 현재로 윤색되는 모습들. 뮤즈의 음악을 매일 들으며 몇 해 전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살아나 마치 지금 겪고 있는 감정처럼 느끼고 있다. 그러며 그 감정은 현재의 그것이 되고 현재와 과거는 서로 뒤섞이고…

당연히 코라 콜만의 콘서트에서 나타나는 팬들의 호응엔 별 관심이 없었다. 작은 무대에서 노래하는 왕년의 스타를 향한 팬들의 호응. 그것이 유난히 더 좋았던 이유는, 한국사회에서 공연장에는 젊은 층만 가는 것이라는 인식들이나, 이른바 중년이라고 불리는 나이는 공연장에서 점잖게 앉아 있어야 한다는 식의 인식들을 모두 배신하기 때문이다. 예전과 같은 춤 실력을 더 이상 뽐낼 수 없는 스타에게 온 몸으로 호응하는 중년 팬들의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이런 식의 해석 역시 나이주의에 기반을 둔 해석이지만, 그럼에도 40대 혹은 50대의 나이에도 온 몸으로 열광하는 모습은 특정 나이에만 이렇게 열광할 수 있다는 문화적인 규범을 위반한다. 혹은 이러한 열광의 몸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다시 고민하도록 한다. 바로 이 지점이 좋았다.

문득 떠오른 몸앓이. 이 영화가 “로맨틱 코메디”인 이유는, 중년의 나이에도 스타를 향해 열광적으로 호응하는 것이 “로맨틱”하지만 나이주의 사회에선 “코메디”라는 의미일까? 😛

근황: 세미나, 버틀러, 네이버의 만행

마땅한 제목이 없으면 “근황”이란 제목이 제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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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온다. 새벽 4시에 잠들어 아침 8시에 일어났는데, 현재 그런대로 멀쩡한 상태다. 혹은 멀쩡하다고 혼자서 착각하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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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인 수요일까지 마감해야 하거나 어느 정도 마감을 해야 하는 글이 네 편이었다. 하지만 월요일 밤까지만 해도 두 편이었는데, 월요일 늦은 밤, 몇 통의 문자를 주고 받다 마감하거나 다시 한 번 퇴고를 해야 하는 원고가 두 편이 더 늘어났다. 그리고 그 모든 마감일이 어제였다 -_-;;; 어쨌든 무사히 끝나고 저녁엔 출판회의를, 밤 9시엔 세미나를 했다;;; 야심한 시간의 세미나라니… 하지만 버틀러_였기에 즐거웠다.

세미나 자리에서, 이웃블로그님의 글과 댓글을 통해 알았던 사실을 살짝 확인했다. 올 가을 즈음, 버틀러와 조안 스캇이 한국에 올지도 모른다고. 현재 초청하려고 연락을 취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 꺄릇♡♡♡ 물론 올지 안 올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우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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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시간의 세미나가 끝나고 새벽 3시 40분 즈음까지 뒷풀이를 했다. 밤 12면 자는 인간인 루인은 살짝 조는 상태로 그 자리에 있었지만 재밌었다. 그렇게 玄牝으로 돌아와 3시간 조금 더 자고 일어났다. 뒷풀이 자리를 파하며, 시간이 참 애매하다고 느꼈다.

만약 엠티 같은 자리여서 아침에 돌아 오는 거라면 그냥 하루 종일 잘 예정이었다. 하지만 玄牝에 돌아온 시간은 새벽 4시 즈음이었고 씻고 정리하다가 잠들어도 종일 잠에서 뒹굴며 나가지 않기엔 애매한 시간이었다. 분명 아무리 늦게까지 잠든다고 해도 10시면 눈을 뜰테고 그렇게 종일 이불 속에서 뒹굴면 좋긴 하지만, 그렇게 몸의 리듬을 깨고 싶진 않았다.

종일 이불 속에서 뒹굴며 나스타샤랑 영화라도 읽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읽고 싶은 글도 있고, 사무실에 나와서 멍한 상태로 꾸벅이다가 일찍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사무실에 나오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몸의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오늘 하루가 아니라 지속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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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버틀러를 읽을 때에만 _이런 표정을 지었다면, 요즘은 버틀러 이름만 듣거나 읽어도 _이런 표정을 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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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키드님 블로그에서 “어이없는 네이버“란 글을 읽고 섬뜩하고 화나고 분개하고, 그랬다. 특히나 이요님블로그에서 관련 글을 읽고는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특히나 화가 났던 부분은, 글을 단순히 비공개로 바꾼 것이 아니라 없애 버린 점. 블로그에 글 한 편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간을 들이는지 알기에 분노했고, 그래서 네이버의 블로그 관리자들은 블로그를 사용하는지가 궁금했다. 만약 그들이 블로거였다면 그럴 수 없으리라는 믿음. 아니 적어도 글을 쓴다는 것,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럴 수 있을까 싶다.

더군다나 네이버는 검색사이트도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