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언어의 복잡함: 스팸이라는 정치학

아침, 눈을 뜨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소리. 玄牝의 방은 어둡고 빗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씻고, 나가려고 할 즈음, 비는 그쳤다. 추울지 무난할 지 알 수 없어 한 동안 갈등하다가 그냥 늦가을 정도의 옷을 입었다. 바깥은 의외로 포근했다. 비 내린 거리. 하늘은 서서히 개이고 뭔지 모를 시원함과 상쾌함이 밀려왔다.

결국 1.1버전이 아닌 클래식 버전으로 남기로 했다. 1.1버전을 하려고 한 것이 딱히 다른 어떤 기능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스팸의 열렬한 구애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고, 그것이 해결되었기에 버전 업을 할 이유가 사라졌다. 좋아하는 스킨을 유지할 수 있고 1.1버전의 지금 스킨이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다는 점에서 그냥 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애드키드님에게 고마움을. 애드키드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스팸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조차 않고 그저 스트레스만 받고 있었으리라. 몇 해 전, 우울증이 극심했을 때의 반응, 그것이다. 조금만 노력하거나 움직이면 해결할 수 있는데도 방치하고 그것으로 인해 우울해하고. 다시 한 번, 애드키드님 고마워요^^

사실, 스팸이 18,000여 개에 이르지 않게 할 수도 있었다. 몇 가지 언어만 금지어로 설정했어도 스팸 개수는 절반으로 줄었을 테고 그렇다면 훨씬 전에 스팸 없는 [Run To 루인]일 수도 있었다. 그러지 못한 건, 스팸이 단순한 스팸으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관련 글을 적은 적 있듯 일테면, sex나 porno를 스팸으로 등록하기가 어려웠는데, 그것은 섹스나 포르노 자체가 스팸으로 등록할 언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제, 오늘 스팸을 지우며 다시 한 번 확인한 사실은, 스팸 중 상당히 많은 트랙백들이 gay, lesbian, transsexual이란 단어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들을 스팸으로 설정했다면 아마 2/3로 줄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스팸트랙백이 이들 단어를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단어를 스팸으로 설정할 수가 없었는데, 이들 단어를 스팸으로 등록하는 순간, 루인의 존재 자체가 스팸으로 분류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루인 개인이라면 스팸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섹슈얼, 트랜스젠더 존재 자체를 스팸으로 분류하고 금지할 수는 없었다. 비록 현재 사회가 그렇게 분류한다고 해도.

바로 이 지점에서 갈등을 겪었다. 누가 봐도 그렇게 날아온 트랙백들은 스팸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단어들은 결코 스팸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건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섹슈얼, 트랜스젠더가 어떻게 성적 대상물로서 소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다가왔다. 이들은 스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성적 대상이며 그래서 귀찮고 버려져야 할 것이지 함께 고민할 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사회적 의미가 스팸으로 날아온 트랙백 속에 담겨있었다.

섹스나 포르노 역시 마찬가지였다. 섹스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상당히 논쟁적인 지점이지만, 스팸의 맥락에서 성행위를 의미할 때, 그렇다 해도 성행위 자체는 스팸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도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성행위 혹은 관련 발언들은 오히려 상당히 ‘급진’적인 정치학일 수도 있다. 미국에서 포르노그래피 금지법을 통과했을 때 가장 먼저 철퇴를 맞은 건, 다름 아닌 동성애 포르노였고, 게이나 레즈비언의 관계를 다룬 소설들이었다. 한국에서, 몇 해 전만해도 동성애는 청소년 접근 불가의 사이트였고, 게이나 레즈비언, 동성애는 퇴폐와 음란물 등급이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레즈비언, 게이, 동성애, 트랜스젠더나 트랜스섹슈얼 등은 19금인 검색어들이었다.

스팸은 단순한 스팸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발생하는 의미들이고, 그리하여 무엇을 스팸으로 분류할 것인가는 상당히 정치적인 문제이다. 비록 루인이 원치 않는 트랙백이었고 그래서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스팸금지어로 설정할 수 없었던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런 단어들을 스팸금지어로 설정한다는 건, 루인의 존재 자체를 스팸으로, 금지어로 설정하는 기분.

클래식 버전을 업데이트 해서 더 이상 영문으로 쓴 덧글이나 트랙백은 받지 않게 되었다. 조금은 갈등했다. 루인은 받지 않는 것 보다는 받더라도 그냥 지울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바랐는데, 지금 버전은 영문으로 구성한 글은 원천 금지하는 방식을 취했다. 아쉬움이라면 이 지점이다.

#딱 하나, 스팸으로 설정하고 싶은 단어가 있었는데 그건 school. 흐흐흐

태터 툴즈 클래식 오피셜 릴리즈 2 버전

1.1 버전업은 포기하고 그냥 태터센터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건 이거
태터 툴즈 클래식 오피셜 릴리즈 2 버전을 공개합니다.
찾은 경로는 여기

결정적인 기능은 영문트랙백을 막는 것과 함께,

바로 이 기능. 그토록 바라던 이 기능!!! 한꺼번에 선택해서 삭제할 수 있는 이 기능!!!!!!!!!!!!!!!!!!!!!!!!!!!!

단, 영문으로 트랙백을 받을 일이 있으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버전업 이야기

애드키드님의 글을 읽으며 이제는 버전 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평소라면 사무실에 있을 시간에 玄牝으로 돌아오기까지 했다.

1.1로 버전 업을 하면 스팸트랙백의 열렬한 구애행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건 상당한 기대감이기도 하다. 몰랐는데, 어떤 글엔 스팸트랙백이 150여 개가 있기도 하다.

알FTP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설치에 들어갔다. 스킨도 이미 정한 상태. 지금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히 괜찮은, 살짝 수정만 해주면 지금만큼이나 예쁘게 쓸 수 있는 그런 스킨도 정한 상태였다. 우헤헤.

아니, 근데, 왜, 알FTP로 1.1버전을 업로드하려는데 자꾸만 실패하는 거야?

그래서 결국 버전 업 못했다는 얘기. 그냥 클래식으로 지내기로 했다는 엉뚱한 얘기. 열심히 스팸트랙백 지우기로 했다는 서글픈 이야기. 크크;;;;;;;;;;

#클래식에서 1.1로 덮어 쓰기가 안 되는 건가요? 아니면 그 사이, 설치하는 방법 자체를 잊은 건가요? 근데, 하다가 하나의 계정으로 두 개의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다.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