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멋진 선물을 받았다. 해바라기 꽃 모양의 친환경수세미. 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세미. 너무 기쁜데, 딜레마가 발생했다. 얼른 사용하고 싶은데, 너무 예뻐서 차마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 으흑.

너무 고마워요. 조만간에 작심하고 사용할게요. 하지만, 아직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몸이랍니다. 헤헤 ^^

준비: 방학 동안의 변화

성전환자인권연대 발족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떻게 하다보니 이렇게까지 와 있다. 이런 위치에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스스로에게 커밍아웃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러고 나서도 무엇을 커밍아웃한 것인지 애매했다. 성적 지향성을 커밍아웃한 것인지 성별 정체성을 커밍아웃한 것인지 불확실했고, 성적 지향성만 커밍아웃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곤 했다.

언어가 부족했다. 자신의 경험을 말할 수 있는 언어의 부재. 아니다. 단순히 부재한 것이 아니다. 몸이 말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한 상태였다. 그래서 트랜스라고 자신에게, 그리고 여기 [Run To 루인]에게 커밍아웃하기까지 또 한 번,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커밍아웃을 하고도 언제나 불안했다. 루인의 애매한 위치-어디에서도 애매하게 자리 잡고 있는 위치가 주는 모호함. 불확실함. 이런 과정에서 언어를 모색하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몸으로 바꾸는 시간을 거쳐 왔다/거치고 있다.

지난 퀴어문화축제의 TG수다회는 확실히 좋은 기회였다. 그 자리가 일종의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미나에 참석하고 어떤 기획팀에 참석하고 이제 성전환자인권연대 발족위에 참가하고 있다. 순식간의 일이다. 일 년 전, 아니 한 달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한 일이었고 방학 계획에는 전혀 없던 일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일어나고 있고 몸이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 않겠다고 했던 일들을 할 수도 있고 그래서 한 달 뒤에 또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계속 변해가고 있다.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