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뭔가를 쓰고 싶었는데, 몸이 어딘가로 가버렸다. 그렇다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루인은 누구일까. 하지만 몸은 여럿이라고 고민하고 있다. 하나의 몸과 하나의 정체성만 가지는 것이 아니듯 몸과 몸이 일치하는 것도 아니듯 지금처럼 몸과 몸이 따로 노는 경우도 많다. 흐리다. 그렇다는 얘기다. 갑작스레 비가 내렸고 선선한 바람이 불자 몸은 여럿이로 흩어져서 따로 떠다니고 있다.

넌, 어디로 가고 있니
그러는 넌 어디로 가고 있니?
하지만 네가 가는 곳과 네가 가는 곳이 이렇게 다를 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즐거운 논문을 쓰고 있다. 학기말 논문을 쓰기 위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뭔가를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었는데, 그 얘기들이 어딘가로 사라졌고 하고 싶은 말을 잃었고 그래서 방황하고 있다. 넌 어디로 갔니? 그런데 어디서 잘 지내고 있니?

몸 떠난 말과 몸에서 사라진 말과 몸에서 맴돌고 있는 말과… 말과 말이 부딪히고 충돌해서 흩어지면, 이렇게 주절거림만 남나 보다.

“19년 만에 돌아온 슈퍼맨은 게이?”

2006.06.06. 연합뉴스 “19년 만에 돌아온 슈퍼맨은 게이?”

이 기사를 읽고, 개봉하면 챙겨서 읽고 싶어졌다. 푸훗. 예전에, 배트맨과 캣우먼이 이반queer 관계라고 해서, 읽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히히, 슈퍼맨과 같은 종류의 영웅담 영화를 싫어하지만, 이번엔, 개봉하면 즐길까? 히히.

인간성 문답

으흐흐… 이런 거 어려워요ㅠ_ㅠ

[1] 바톤을 돌려주신 분의 인상을 부탁드립니다.
음… 어떻게 적어야 할까, 많이 고민 중이에요. 흐으. 이런 거 정말 어렵거든요. 어떤 사람의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마 “따뜻한 느낌”이라는 표현이 어느 정도 접근하지 않을까 해요. “상상력과 용기로 소통을 하는 분”이란 느낌도 들었어요. 이런 느낌을 가진 건, 아마 수인님께서 트랙백으로 보내주신 글을 통해서죠. 트랙백으로 보내주신 글을 일고, 그 글의 답변과도 같은 글을 쓰며 가진 고민들, 느낌들, 깨달음들이 고마움으로 몸에 남아 있죠.
아아, 하지만 이런 식의 표현들 어려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물론 이 질문 자체가 상대방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있느냐는, 이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을 묻는 것이고, 모든 소개하는 글 혹은 인상을 적는 글은 글을 쓰는 사람의 해석에 따르기에 언제나 부정확하고 어긋날 수밖에 없는 점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글 어려워요. 흑흑흑.

[2] 주위로부터 본 자신의 인상은 어떠한가요? (5개)
이성애혈연가족: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언제 철들래, 랍니다. 푸훗. 이 글을 읽는 분들 수긍하시겠지요. 흐흐. 철없고 쉬운 길 많은데 애써 어렵고 힘든 길만 골라서 가고 세상 물정 모르고 나이 값 못하는 인간으로 불리고 있지요. 흐흐. 뭐, MBTI의 INFP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지요. 동시에 신뢰할 수 없는 인간이란 이미지도 있지요. 루인은 루인의 어떤 재능이나 능력(이란 것이 있다면)을 단 한 번도 인정받은 적이 없지요. 항상 누군가가 “○○ 잘한다”고 해야만 비로소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 아플 때에도 엄살로 간주하다가 다른 누군가가 있으면 그제 서야 진짠가 보다 혹은 관심이 있는 척 하는, 뭐, 그런 인간으로 찍혀 있지요. 후후후.

아직은 친구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주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타입은 아니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조용하고 참한 사람이란 얘기도 들어 봤어요. 수인님께서 “카카오 열매”같은 느낌이라고 한 말과 연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미두수 점에서 말한 것과도 연동할 것 같아요. A형이지만 AB형이란 얘길 들은 적이 있듯 순도 3.14%의 A형이기도 하고요. 후후. 가장 재밌게 전해들은 얘기는, 연못에 살면서 물어보면 뭐든 대답할 것 같은 신령 같은 느낌이었다가 실망했단 얘기도 들어봤지요. 푸푸푸. (아~ 닭살… 캬캬) 하지만 사악하다, 악랄하다는 얘기도 들어요. 루인은 다른 면이 아닌데 다른 사람들은 다른 면이라고 느끼나 봐요. 훗.

친구들: 오래 만난 친구들은, 여전히 철없이 살지만 부럽다는 얘기부터 밤 10시 불러내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등의 이미지가 있지요. 종종 사악하다는 얘기도 듣고요. 풋.

[3] 자신이 좋아하는 인간성을 5개 말해주세요.
똑똑한 사람, 그래서 얘기를 나누면 변태할 수 있는 사람. (사실, 이상형이기도 해요. 그리고 이런 사람과는 절대 연애를 안 하죠. 헤어져서 다시는 안 만나게 되면 아쉽잖아요. 흐. 참 그리고 이 “똑똑함”은 학벌의 의미가 아니랍니다.)
시간 약속 잘 지키는 사람. (루인은 시간에 강박적이랍니다-_-;;;)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 맺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사람. (한국에선 이른바 자기보다 더 “소수자”/”타자”라고 불리는 사람과 어떻게 관계 맺고 소통할지 너무 모른다고 느껴요.)

[4] 반대로 싫어하는 인간성 타입 5가지는?
시간 약속 안 지키는 사람! (거의 절대적!!!)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 혹은 “정치적으로 올바르”려고 안달하는 사람. 정말 재수 없죠.
소통 불능의, 다른 사람 말을 맥락 없이 환원하는 사람.
폭력적인 사람.(이렇게 적고, 루인 같은 사람이라고 해석하지요-_-;;)
자신을 합리화하며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이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고민하지 않는 사람.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

[5] 자신이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하는 이상상은?
정희진 선생님이 거의 역할 모델이에요. 헤헤. 지금의 루인을 있게 한 분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루인의 위치들-트랜스, 이반queer, 채식 등을 자원으로 그래서 살아가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건 순전히 정희진 선생님의 글을 읽은 덕분.

[6] 자신을 신경 쓰고 챙겨주는 사람에게 외쳐주세요.
“어딨니!!!!!!!!”라고 적어보고 싶었어요. 푸훗. 장난쳐서 죄송해요. _(__)_
고맙고 죄송해요. 그래서 사랑해요. 앞으로도 부탁해요… 퍽! 퍼벅!

[7] 15명에게 바톤을 돌려주세요. (인상첨부와 함께)
루인의 인간성에 비추어 15명은커녕 5명도 힘들어요. 흐흐.
언제나 고마운, 글을 쓸 때면 항상 떠오르는, 애드키드님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마주하는, 사악한 루인의 실체를 매일 같이 접하는, 그래서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사장님♡
멋쟁이 편집장이면서 똑똑한 쑥
부탁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