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벌이고 수습하기: 변화

어제, 월요일부터 있었던 여성학 혹은 여성주의 행사를 마무리 짓고, 정리하고 들른 사무실에서 얘기를 나누다 우연찮게 루인이 일을 벌이고 수습하는 타입이라고 말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틀린 말도 아닌데, 논문을 쓸 때면 항상 과도할 정도의 자료를 찾는 다던가 분명, 현재의 능력으론 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루인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 세운 계획을 수습하고 실천하느라 분주한 루인을 자주 발견한다.

하지만 루인은 일을 벌이고 수습하는 형이라기보다는 최대한 아무 일도 안 벌이는 보신형이다. 흐흐. 기존의 에로틱한 자극 가득한 생활을 유지하며 비슷한 생활을 하려고 하지 특별히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하진 않는다. 그래서 지난 3월 말 즈음 혹은 4월 초에, 학과 엠티를 기획해보라는 선생님들의 말을 외면하며 지내고 있기도 하다. 이번 행사 일정도 만약 기존에 계속해서 해오던 행사가 아니었다면 기획 했을 리 없다. 루인 혼자 놀기도 바쁜 마당에 행사라니.

바로 이 지점들이 루인이 가능성을 넓혀가는 방식이구나, 하고 깨달았다. 원하는 건, 욕심만큼 하기, 하기 싫은 건, 하지 않기. 푸훗. 언젠가 적은 것처럼, 한계를 미리 설정하지 않는 건 그 만큼 막막하지만 자신의 가능성을 더 넓혀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느낀다. 누구나 무리라고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하고 싶고, 비록 완벽하게 만족할 순 없다고 해도 어느 정도 도달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음엔 조금 더 잘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조금씩 변해갈 수 있다면.

농담처럼 루인을 전형적인 새마을형 인간이라고 말하지만 성장을 중시하는 거, 맞다. 다만 이 성장이 무작정 부피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변해갈 수 있는, 그래서 오늘 쓴 글을 몇 달 뒤에 다시 읽었을 때, 반박하고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루인이 되는 것이란 점에서 그렇다. 1년이 지나도 늘 그대로라고 말한다면, 끔찍할 것 같다.

이곳, [Run To 루인]도 마찬가지라고 느낀다. 지금의 [Run To 루인]은 시작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을 거란 느낌. 부끄러워서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안 읽는 편이지만 가끔 새로 접할 때면 변해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조금씩 변해서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것.

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건, 월요일 발표를 위해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일을 벌이고 있는 현재를 변명하려는 것이랄까…. 흐흐. 아무튼 조금씩 수습하려고 애쓰고 있다. 끙.

#다음 주 화요일이 지나면, 좀 여유가 생겨서 즐겨가는 블로그를 여유 있게 읽고 덧글을 달 수 있는 시간이 생길까? 하지만 벌써부터 기말논문을 계획하면서 상당히 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선 기말논문을 제출해야만 좀 여유가 생길까? 아냐 아냐, 좀 천천히 갈 필요가 있다고. 흐흐

으하하

분주하다-_-;;

이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분주함은 지난번의 분주함과는 다른 의미에서의 분주함이다. 그땐 소논문 쓰는 일로 바빴기에 혼자서 어떻게 시간을 계획하면 되었지만 지금의 분주함은 여성학과 행사를 진행 중에 있기에 발생하는 분주함이다. 행사는 목요일에 끝나고 그때까진 이래저래 분주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 으으으.

다음 주 월요일엔 발표가 있으니 그때까진 몸의 분열로 바쁘겠다는 짐작. 너무 하고 싶은 발표인데 아직 텍스트도 다 못 읽었다. 지금 이렇게 이 글을 쓰고 있을 시간이 없지만 그래도 자꾸만 이곳에 새 글이 없는 상황을 보기엔 속상해서 이렇게 별 영양가 없는 글이라도. 흐흑

하지만 즐겁다. 좋은 일도 생겼다(비밀!).
[다시 읽다가 좋은 일이 뭘 지칭하는지 까먹었다-_-;;;]

이런 생활을 하며 방학이 다가오면 어떻게 될까 걱정도 하고 있다. 이런 생활 속에서 방학을 하면 갑자기 흐름이 끊겨서 어영부영하다가 시간이 지나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기말논문도 아직 안 썼는데 벌써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 그래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책을 읽고, 하는 그런 계획들. 이 와중에도 기말 논문을 제출하면 일전에 적은 트랜스참고문헌블로그를 만들고 싶은 욕망은 여전히 품고 있다. 애드키드님의 블로그 답글에 태터툴즈1.05버전의 “놀라운 세계”란 말에 자극 받아서 심지어 참고문헌 사이트를 블로그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는 황당함이기도 하다. 흐흐흐

이래저래 설레고 두근거리고 기대로 가득한 날들이다. 유후!

추측과 불쾌

#추측
예전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읽으며 꽤나 불편해 했던 흔적이 몸에 있다. ‘이성애’ 판타지를 너무도 잘 재현하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메종 드 히미코]와 놀고 난 후, 바뀌었는데, 감독이야 인정하든 말든(죄송해요-_-;;) 루인은 그 감독을 이반queer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제…]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발생하는데, 감독이 ‘이성애’ 연애의 판타지를 너무도 잘 아는 이반이기 때문에 그렇게 그린 것이 아닐까 한다.

‘이성애’ 영화인 [왕의 남자]나 이반 영화인 [브로크백 마운틴]에 비해 [메종 드 히미코]가 너무도 ‘조용’하게 지나간 건(물론 팬들 입장에선 달랐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다. 할 얘기가 너무도 많은 영화기 때문이다.

#불쾌
이틀 전인 목요일, 루인으로선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는 사람과 쇼핑을 갔다. 영화를 읽는 것도 뭘 사러 가는 것도 혼자 가길 즐기는 이유가 있는데, 어쨌든 그날은 같이 갔다. 그리고 반성 중이다.

같이 간 사람의 블로그에서 루인과 함께 한 쇼핑을 적었는데, 루인으로선 너무도 불쾌한 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화가 났는데, 그래서 어제 말했는데, 못 알아듣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루인의 공간, [Run To 루인]에서 혼자 궁시렁 거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