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MBC FM4U를 듣다가 요즘은 MBC 표준FM을 듣고 있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할 시간이 별로 없기에 주로 뉴스가 나오는 표준FM을 듣고 있다. 그러다보니 별로 안 좋아하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듣는다. 지난 주 월요일도 아침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선거 중간점검으로 서울시장 후보들이 차례로 나와서 인터뷰를 했다.
첫 날인 월요일은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인 강금실이었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사건을 당한지 이틀이 지난날이었다. 손석희는 강금실에게 이 사건을 별로 안 물으려고 했다. 그냥 관례상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강금실은 “여성에 대한 잔인한 폭력”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이 정도만으로도 감동이었다. 서울시 후보로 나온 사람 중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뉴스를 통해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기에 더욱 그랬다. 지금까지 매일 라디오 뉴스를 듣지만 누구도 이 사건이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 번째 대답은 연합뉴스를 통해 인터넷 기사로 나왔고 악플만 몇 개 달렸다.
그리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며 손석희는, 한나라당에서 제기하고 있는 정치적 테러나 배후설 등은 묻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이 말을 강금실은 받아서 대답했다. 어떻게, 사람이 다치고 폭력 피해를 당한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정치적 배후설이니 음모니 하는 식의 선거 전략으로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너무도 화가 난다고. 이 말을 듣고, 감동 받았다. (MBC라디오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 다시듣기 5월 22일 3,4부를 통해 다시 들을 수 있다.)
그동안 별다른 지지자가 없었고 강금실이 비록 법무부 장관을 하며 호주제 폐지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열렬히 지지하는 건 아니었다.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한 마디, 어떻게 폭력 피해 상황을 표를 집결하는 선거 전략으로 가져갈 수 있느냐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말은, 감동 이상이었고 반성을 요구했다.
솔직히 말하면, 루인도 처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 소식을 접했을 때, 끔찍함과 함께 선거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이 공간을 빌어서 사과하고 싶다.
루인은 강금실의 이 발언이 상당한 이슈가 될 거라고 믿었다. 이런 믿음을 통해 루인이 얼마나 “순진”한지를 깨달았다. 그날 이후 강금실 인터뷰 내용은, 열린우리당을 비판한 부분에 초점을 맞출 뿐이었다.
그리고 며칠 지나,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박근혜 대표님, 고맙습니다”란 만세를 해서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서울시장 후보들의 인터뷰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강금실 같은 인식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문득 서울시민이 아님이 아쉬웠다. 부족하겠지만 한 표를 보태고 싶은 바람을 처음 가졌다.
오늘, 수업 마치고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 잠깐 지지(MP3P)를 꺼둘 일이 생겼고 그로인해 한나라당 구청장 후보의 연설을 잠깐 들었다. 대충 요약하면,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이 만큼 발전시켰는데 민주세력들이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다느니, 평택에서 시위대가 전경들을 죽창으로 공격하고 있다느니 하는 식의 연설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절망을 느꼈다. 이런 말을 공개 연설에서 할 수 있다는 것에, 이런 사람들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정당의 후보란 사실에, 이런 사람들이 시장이든 구청장이든 의원이든 뭐가 된다는 사실에.
슬프다. 내일은 종일 쉴 예정이지만,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슬프고 반성하고 있다. 그냥 작은 바람이라면 박근혜가 강금실에게 고맙다는 말 정도는 했으면 하는 것. 루인이라면, 아무리 원수 관계라 해도 강금실씨 같은 말을 한다면, 고맙다고 말할 것 같다. 그래서 박근혜씨가 강금실씨의 말을 들었다면, 그랬으면 좋겠다. 너무 큰 바람은 아니겠지? 소박한 바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