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퀴어 오디세이

카페 “빵 “에서 “2006 퀴어 오디세이”를 한다고 해요.

▶ 일 시 : 2006년 2월 22일(수) 7시 30분
▶ 장 소 : 카페 빵 (홍대)
▶ 주 최 : (사) 한국독립영화협회, 카페 빵
▶ 후 원 : 영상미디어센터 MEDIACT
▶ 입장료 : 5,000원 (음료제공, 청소년 3,000원)
▶ 문 의 : 한국독립영화협회 (02-334-3166)
카페 빵 (02-6081-1089)

자세한 정보는 여기로

[이반 검열]등 그간 보고 싶었던 영화/다큐멘터리가 하네요. 힛.

취급주의, 접근금지

지난 주 이후, 날선 상태로 지내고 있다. 하루에도 감정 상태가 몇 번씩 변하는 거야 특별할 것 없지만 현재는 많이 가라앉아 있다.

그런 상태다. 루인을 향한 칼날이 루인의 몸을 뚫고 나가, 얇은 종이로 간신히 가리고 있는 상태. 그래서 누구든 접근만 해도 곧 바로 칼날이 종이를 찢고 튀어나오는 상태. 살유리 위를 걷고 있다. 조금만 잘못해도 깨지는. 하지만 그래서 물에 빠지는 살얼음이 아니라 산산 조각난 유리조각이 온 몸에 파고드는 살유리, 그 위를 걷고 있는 상태다. 루인 하나 감당하기도 버거운 상태라 다른 사람의 상황은 이미 다른 세상의 것이다. 작은 일 하나하나도 무겁게 다가오기에 차라리 누구도 만나지 않고 한동안 혼자 지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상태다.

몇 해 전, 인터넷쇼핑몰의 포장 알바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작업대에 있는 도구 중에 “취급주의”라는 스티커가 있었다. 붉은 빗금에 유리잔이 깨진 그림이 있는. 그걸 서로의 앞치마에 붙이곤 했는데 지금이 딱 그런 상태다. 취급주의. 건드리기만 해도 깨져서 날카로운 조각이 당신에게 박힐지도 몰라요. 그러니 접근금지.

이런 루인을 비난해도, 욕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그런 분위기를 통해 더 얇아지기만 할 뿐인 걸. 이런 상태에선 그런 자학쯤이야 오히려 힘이 된다. 넌, 원래 그런 걸.

누구도 만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상태다.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얼마나 걸릴 진 모르겠지만. 만신창이로 너덜해진 상태를 기울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씁쓸한 초콜렛, 앰 아이 블루?: 이반/퀴어 성장담

며칠 전, 낭기열라에서 나온 두 권의 소설을 읽었다. [앰 아이 블루?]는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단편집, [씁쓸한 초콜릿]은 일종의 성장담.

[앰 아이 블루?]는 종종 들리는 몇몇 블로그에서 호평을 읽었기에 살짝 기대를 한 것도 있지만 “동성애”관련 단편집이라는 점 때문에 기대를 좀 했었다. 이후 우연히 낭기열라 블로그를 알게 되고 그곳에서 [씁쓸한 초콜릿] 관련 얘기들을 읽으며 끌렸었다. 물론 책 내용과 관련한 글은 읽지 않았는데(루인이 텍스트와 노는데 방해 되니까), 초콜릿이라는 제목 때문에 읽고 싶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앰 아이 블루?]는 꽤나 매력적인, 지금 루인이 가지는 고민과 겹치는 내용들이 많아 재밌었는데, 예상치도 않은 문장 하나가 허를 찌르듯 다가왔다.

“시작은 늘 그래, 마이클. 자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다 먼저 알게 되더라고.”(210쪽)

루인도 그랬다. 루인보다 루인 주변의 몇 명이 먼저 알았다.

그땐 정체성을 그다지 고민하지 않던 시기였다. 그냥 별다른 고민 없이 무덤하게 살던 그때. 남들은 사귀냐고 물었고 당사자는 아니라고 말하던 그런 관계의 상대방이 루인에게 말했었다. “넌, 동성애자인거 같아”(이건 내용을 좀 많이 바꾼 표현. 그렇다고 상대방이 폭력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고 다르게 표현했지만 그대로 표현하기엔 미안해서) 라고. 루인은 “아닐 껄”이라고 얼버무렸지만 지금으로선 얼추 맞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 이후 그 사람과는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다시는 안 만나고 있지만 친구 중 한 명도 같은 얘길 했었다. “루인은 나중에 동성이랑 결혼할 것 같아” 라고. 이런 얘길 조용한 카페에서 주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얘기했었다. 그렇다고 별다른 두려움 같은 건 없었는데, 그래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땐 커밍아웃이나 아웃팅에 대한 개념도 없었지만 아웃팅이 곧 폭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성에의 무관심이 곧 동성에의 관심을 의미하진 않지만 뭐 대충 틀린 것도 아니다. 루인이 루인의 정체성/섹슈얼리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전인데, 어떤 사람에겐 이런 모습들이 느껴지나 보다. 재밌는 일이다.

[씁쓸한 초콜릿]은 [앰 아이 블루?]보다 먼저 읽었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루인에겐 [씁쓸한 초콜릿]이 [앰 아이 블루?]보다 더 이반queer에 관한 소설로 다가왔다. 루인은 [씁쓸한 초콜릿]을 레즈비언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로 느꼈기 때문이다. 하나는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로 표명하고 있고 하나는 그런 얘기를 전혀 안 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아무튼,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이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한 권도 읽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조만간에 교보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