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이후, 날선 상태로 지내고 있다. 하루에도 감정 상태가 몇 번씩 변하는 거야 특별할 것 없지만 현재는 많이 가라앉아 있다.
그런 상태다. 루인을 향한 칼날이 루인의 몸을 뚫고 나가, 얇은 종이로 간신히 가리고 있는 상태. 그래서 누구든 접근만 해도 곧 바로 칼날이 종이를 찢고 튀어나오는 상태. 살유리 위를 걷고 있다. 조금만 잘못해도 깨지는. 하지만 그래서 물에 빠지는 살얼음이 아니라 산산 조각난 유리조각이 온 몸에 파고드는 살유리, 그 위를 걷고 있는 상태다. 루인 하나 감당하기도 버거운 상태라 다른 사람의 상황은 이미 다른 세상의 것이다. 작은 일 하나하나도 무겁게 다가오기에 차라리 누구도 만나지 않고 한동안 혼자 지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상태다.
몇 해 전, 인터넷쇼핑몰의 포장 알바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작업대에 있는 도구 중에 “취급주의”라는 스티커가 있었다. 붉은 빗금에 유리잔이 깨진 그림이 있는. 그걸 서로의 앞치마에 붙이곤 했는데 지금이 딱 그런 상태다. 취급주의. 건드리기만 해도 깨져서 날카로운 조각이 당신에게 박힐지도 몰라요. 그러니 접근금지.
이런 루인을 비난해도, 욕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그런 분위기를 통해 더 얇아지기만 할 뿐인 걸. 이런 상태에선 그런 자학쯤이야 오히려 힘이 된다. 넌, 원래 그런 걸.
누구도 만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상태다.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얼마나 걸릴 진 모르겠지만. 만신창이로 너덜해진 상태를 기울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