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바꾸기

국가님이 관리, 통제해주시는 이름이 루인의 사주에 안 좋아서 이름을 바꾸자는 얘기를 몇 년 전부터 했었다. 사실 사주에만 안 좋은 것이 아니라 부르기에도 불편하고 어릴 때부터 이름으로 “놀림”을 많이 받아 안 좋은 기억도 많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나마 요즘은 이름 바꾸기가 편해졌다며 며칠 전 연락을 하더니, 오늘 작명가에게 가셨나 보다. 전화가 왔다. 총 8개의 이름을 불러주며 고르라고 하는데, 첫 글자는 다 같고 끝 글자만 달랐다(일테면, 바보, 바람, 바다, 바닥, …처럼;;;). 이렇게 8개의 이름을 듣는데 어찌하여 다 몸에 안 드는 것이다. 그 작명가, 센스가 참 후지다.

한참을 망설이니, 짜증나신 엄마, 잠시 후 다시 전화 할 테니 얼른 결정하라고 하셨다. 으아아~~ 이 어이없는 상황에서 루인이 떠올린 곳은 싸이월드 회원검색. 대충 아무 년도로 해서 가장 진부하게 나오는 걸로 선택했다-_-;; 크크크. 싸이월드=21세기 작명소. 흐흐;;;

“이름은 누가 지었어요?”
“예, 싸이월드 회원검색이 지었어요.”

“이름 어디서 지었어요?”
“예, 싸이월드에서 지었어요.”

[#M_ +.. | -.. | 사실 이것보다 더 웃긴 일이 있는데, 만약 개명에 성공하면, 루인이 진학하려는 대학원의 사람들과 돌림자가 된다. 이름의 첫 글자가 모두 같다-_-;;;;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이건 코미디야! _M#]

발화

발화하다.

글을 쓰다가 루인은 “말하다”란 표현보다 “발화하다”란 표현을 더 좋아하고 그래서 상당히 자주 사용한다는 걸 깨달았다. 한자어를 별로 안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발화란 표현은 너무 몸에 든다. 이중적인 의미 때문이다.

發火: 불이 남
發話: 입을 열어 말을 함. 말을(이야기를) 꺼냄.

(엠파스 국어사전)

바로 이런 이유로 발화란 단어가 좋다. 입을 열어 가두어 둔 언어를 드러낸다는 건, 금기시 되었던 욕망들을 표현할 수 있는 상상력과 용기를 가졌다는 의미면서 동시에 언어를 표현하는 찰라 자신도 모르게 그간 억압하고 있던 욕망들이 불에 타오르듯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냥 몸속에만 굴렸을 땐 정리가 잘 안 되던 몸앓이들도 글이나 또 다른 표현 수단으로 드러내는 순간, 정리가 되고 미처 깨닫지 못하던 내용들도 알게 되는 경험이 있다. 잘 몰라서 누군가에게 질문하려고 몇 마디 꺼내는데, 그 과정에서 “아!” 하고 깨달은 적도 있다. 루인에겐 발화란 단어가 이런 순간을 잘 포착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좋다.

두 개(혹은 세 개)의 모임

#
기억하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기존의 어떤 모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글이 새로운 모임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하고 있는 그 모임은 채식주의 페미니즘 모임이다. (아, 시작한지 3주가 되었으니 모임 이름이라도 지어야 하나.)

준비 모임을 빼면, 두 번의 세미나를 하며 세미나라기보다는 즐거운 대화 모임이라고 부르고 싶다.

채식(주의)자마다 시작의 동기가 다르고 실천하는 방식이 다를 텐데도, 의외로 많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알아가는 건, 힘이 되는 일이다. 루인(의 성격)이 이상해서 혼자만 겪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겪는 현상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모임을 가지며 좋은 건, 혼자라는 고립감과 외로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험을 언어화하고 발화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그것을 서로 지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루인에게 이랑이 소중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안다. 비슷하거나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그런 공유만으로도 즐거운 건 어느 순간까지라는 걸. 모임을 지속하기 위해선 또 다른 단계가 공존해야 한다. 그래서 나무님의 발제문 마지막 구절 중, “채식과 언어의 관계”모색은 무겁게 다가왔다. 언어를 모색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그래서 때로 지칠 수도 있다고 예감하지만 그래도 즐거울 거라고 몸앓는다. 왜냐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할 것이니까. 이런 고민의 많은 지점들은 혼자 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혼자가 아니니까.

#
또 하나의 소중한 세미나는 이랑의 세미나. 문제가 발생했다. 이랑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루인에게 발생했다;;; 현재 세미나용으로 읽고 있는 책이 너무너무 재미가 없어서 듬성듬성 읽고 있다는 것-_-;; 작년에도 한 번 했던 책을 다시 하는 건데도 여전히 재미없고 종종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ㅠ_ㅠ

몇 주 후면 루인이 발제를 해야 하는데, 아마 설렁설렁 읽고 발제문을 쓰는 “희대의 사기극”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_-;;; 아아, 그러니 지금 이 글은 그때 가서 놀라지 말고 미리미리 몸의 준비를 하셨으면 한다는 부탁 혹은 행패인가;;;

#
몇 해 전, 두어 번 모임을 가지곤 흐지부지되었던 또 하나의 모임이 있다. 그 모임의 카페에 모임을 다시 시작하면 어떻겠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설렌다. 정말 시작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별로 없지만, 정말 하게 된다면 그곳 구성원들 또한 멋진 분들이기에 설레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