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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기존의 어떤 모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글이 새로운 모임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하고 있는 그 모임은 채식주의 페미니즘 모임이다. (아, 시작한지 3주가 되었으니 모임 이름이라도 지어야 하나.)
준비 모임을 빼면, 두 번의 세미나를 하며 세미나라기보다는 즐거운 대화 모임이라고 부르고 싶다.
채식(주의)자마다 시작의 동기가 다르고 실천하는 방식이 다를 텐데도, 의외로 많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알아가는 건, 힘이 되는 일이다. 루인(의 성격)이 이상해서 혼자만 겪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겪는 현상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모임을 가지며 좋은 건, 혼자라는 고립감과 외로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험을 언어화하고 발화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그것을 서로 지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루인에게 이랑이 소중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안다. 비슷하거나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그런 공유만으로도 즐거운 건 어느 순간까지라는 걸. 모임을 지속하기 위해선 또 다른 단계가 공존해야 한다. 그래서 나무님의 발제문 마지막 구절 중, “채식과 언어의 관계”모색은 무겁게 다가왔다. 언어를 모색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그래서 때로 지칠 수도 있다고 예감하지만 그래도 즐거울 거라고 몸앓는다. 왜냐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할 것이니까. 이런 고민의 많은 지점들은 혼자 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혼자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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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소중한 세미나는 이랑의 세미나. 문제가 발생했다. 이랑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루인에게 발생했다;;; 현재 세미나용으로 읽고 있는 책이 너무너무 재미가 없어서 듬성듬성 읽고 있다는 것-_-;; 작년에도 한 번 했던 책을 다시 하는 건데도 여전히 재미없고 종종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ㅠ_ㅠ
몇 주 후면 루인이 발제를 해야 하는데, 아마 설렁설렁 읽고 발제문을 쓰는 “희대의 사기극”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_-;;; 아아, 그러니 지금 이 글은 그때 가서 놀라지 말고 미리미리 몸의 준비를 하셨으면 한다는 부탁 혹은 행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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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두어 번 모임을 가지곤 흐지부지되었던 또 하나의 모임이 있다. 그 모임의 카페에 모임을 다시 시작하면 어떻겠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설렌다. 정말 시작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별로 없지만, 정말 하게 된다면 그곳 구성원들 또한 멋진 분들이기에 설레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