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바람의 근황

바람의 근황을 전하기에 앞서… 2월 알바비를 드디어 받았습니다. 그리고 The Transgender Studies Reader 2를 질렀습니다. 음하하하하하. 통장 잔고가 가벼워졌지만 그래도 좋아요. 히히. 하지만 학교 도서관에 먼저 신청했으니 도서관에 먼저 도착하겠지요? ;ㅅ;

어쩌다보니 한동안 바람의 근황이 없었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어떤 글을 바라며 오시는지 저로선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종종 바람의 사진도 있고 해야 좋아하시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추측을 합니다. 물론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분도 계시지만요. 어쩌겠어요.. 이곳은 고양이와 함께 하는 공간인 걸요.
(참, “개와 토끼의 주인”이란 다음 웹툰 보셨나요?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dogandrabbit 애완동물/반려동물/동반종을 소재로 한 웹툰 중 가장 좋아요. 물론 요즘 “우리집 새새끼”가 급부상하고 있긴 하지만요. 크. ;; 암튼 고양이와 살며 겪는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보다, 전 개토주가 더 공감 가더라고요.)
바람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뱃살이 통통하여, 역시 고양이의 매력은 뱃살이란 점을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죠. 조금만 놀라도 일단 숨는 성격 역시 여전합니다. 얼추 일 년 정도 병원에 안 가서 의료 기준으로 규정하는 건강이 조금은 걱정이지만 잘 먹고 잘 싸고 있으니 괜찮겠죠. 그럼 바람의 사진 몇 장을 공유해요.

바람은 이렇게 이빨을 살짝 보여주며 곤하게 잡니다.
어쩐 일인지 사람이 있어도 신경 안 쓰고 늘어지게 자고 있어요..
… 죄송합니다. 샤로라고, 히루냥코란 합정역 근처 카페에 사는 고양이입니다. 일전에 세미나 때 찍은 사진입니다.
이제 진짜 바람 사진..
바람은 이런 모습이 제격이죠! 혀와 젤리를 한번에!
바람아, 미안..
참고로 바람이 깔고 앉아 있는 것이 얼추 10년도 더 전에 입었던 겨울잠바입니다. 정말 좋아해요.
얼굴 부분은 포커싱이 나갔는데 그냥 느낌이 좋아서요. 이런 표정 좋아요. 흐흐.
그럼 본격 얼굴샷.
사진을 보며 다시 한 번 깨닫지만.. 사진을 잘 찍는 집사만 만났어도… oTL…
살다보면 연습해도 안 되는 게 있더라고요.. 아, 아니, 연습해도 안 되는 게 많더라고요… ㅠㅠㅠ

안녕, 리카

그리고 우리 만난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우리 만나 함께 한 시간보다 너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더 길다. 아니, 우리 만나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짧아 그리워 하는 시간이 금방 더 많아지는 게 애통할 뿐이다.
리카, 안녕.
그곳에선 나 같이 어리석은 집사 없이 행복하겠지?

[고양이] 바람과의 일화 몇 가지: 막장 드라마, 겨울잠바

하루에 한 두 번 정도 겪는 의례인데…
갑자기 바람은 야옹, 야옹 격하게 울 때가 있다. 이른 새벽과 늦은 밤에 이런 식으로 울 때가 많지만 하루에도 몇 번내키면 언제든 이렇게 운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다가가면 바람은 후다닥 도망간다. 그래서 더 쫓아가길 그만두고 나는 다시 나의 일을 한다. 바람은 내가 다가갔을 때만 조용했다가 다시 우아앙, 야아옹하고 운다. 그럼 난 다시 바람에게 다가간다. 바람은 도망한다. 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방으로 후다닥 도망간다. 나는 계속 쫓아다닌다. 누가 보면 괴롭히는 줄 알리라. 바람은 울면서 도망가고 나는 번거로워하면서 쫓아간다. 그리고 싫다는 듯 저항하는 바람을 억지로 붙잡아 품에 안고 꼭 껴안는다. 그럼 바람은 얌전해지고 조용하게 한 동안 내 품에 머문다.
이 얘길 했더니 지인이 막장 드라마 찍느냐고 말했다. 이성애 관계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싫다고, 헤어지자고,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욕을 하고 화를 내는데 남자는 억지로 붙잡고 그리하여 거칠게 껴안는 장면. 그 장면에서 여성은 “날 버리면 죽일 거야”라고 말하고…
아… 딱 이거구나… 바람과 나는 막장 드라마를 찍고 있었구나…
집에 있으면서 15년은 되었을 법한 겨울 잠바를 입곤 한다. 작년에도 그랬는데 그땐 외풍이 워낙 심했고 보일러를 틀어도 따뜻한 느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항상 입는 건 아니고 그냥 가끔 입는 정도인데, 입지 않을 땐 매트리스 위에 던져 두곤 했다. 그럼 바람은 잠바 위에서 뒹굴뒹굴거리곤 했다. 난 그냥 그 모습이 귀여웠고 겨울이불과는 다른 질감에 그냥 노는 거구나 했다.
며칠 전, 보일러를 좀 많이 낮춰야 해서 그 겨울 잠바를 꺼내 입었다. 그러다 하반신은 이불 속에, 상반신은 잠바를 벗은 다음 잠바 위에 누웠는데… 바람이 갑자기 잠바 위로 훌쩍 뛰어 올라왔다. 그러곤 좁은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랏?
다음날 낮, 책상에서 놀다가 책상 한 켠에 겨울 잠바를 펼치고 바람을 올려 놓았다. 평소 그 시간이라면 몇 분 있다가 이불 속으로 간다. 그런데 그날은 몇 시간을 잠바 위에서 뒹굴거리는 것이다! 오홋… 이 잠바의 감촉을 좋아하는구나!
앞으로 몇 년은 못 버리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