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성기재구성 수술 없이도 ftm/트랜스남성의 성별변경을 허가한 법원의 판결을 환영합니다.

기사: 한겨레 “[단독] 법원, 성전환자 성기수술 안해도 성별 전환 첫 허가” http://goo.gl/KxQJn

연합의 후속기사 “성전환자 성기 성형수술 안해도 성별전환 첫 허가” http://goo.gl/X3vgF
이번 소송을 함께한 희망법의 보도자료: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보도자료] “기존 성 제거수술 했다면 성기성형 없이 성별정정 가능” http://hopeandlaw.org/100
공식적으로 어제, 다섯 명의 ftm 트랜스남성이 외부성기재구성 수술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공부상 성별 변경을 허가한 결정이 났습니다. ftm 트랜스남성의 경우, 외부성기재구성수술 기술이 의료기술적으로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흔히 말하는 남성형 외부 성기를 구성하는 기술이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수술할 확률이 매우 높은데 수술비는 mtf 트랜스여성에 비해 훨씬 더 비쌉니다. 이런 이유로(물론 이런 이유만은 아니지만) 많은 ftm 트랜스남성이 외부성기재구성수술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에 반해 이제까지의 대법원 사무처리지침은 모든 트랜스젠더에게 외부성기재구성수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이런 요구는 공부상 성별변경을 바라는 많은 트랜스젠더의 현실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동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대법원 사무처리지침을 비판했습니다.
1990년 6월 첫 mtf 트랜스여성의 성별변경을 허가한 판결이 있은 이래로 이번 서울서부지법의 판결은 ftm 트랜스남성의 요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판결입니다. 2006년 대법원에서 성별변경을 공식 허가한 이후 기록에 남을 또 하나의 사건이기도 합니다.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이후 다른 판결 역시 이번 판결을 판단 기준으로 삼길 바랍니다.
===
…여기까지는 성명서 판본으로 작성하려고 애쓴 것… 물론 실패했습니다.ㅠㅠㅠ
ㄱ.
토요일 아침 8시도 안 된 시간에 전화 주신 연합뉴스 기자님… 마치 이번 판결과 관련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어리버리하게 받은 점 죄송해요. 하지만 이번 판결에 제가 숟가락을 얹을 순 없거든요. 저에게 연락하실 게 아니라 기사에도 나와 있는 한가람 변호사에게 연락하셨어야 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이번 판결을 둘러싼 전말을 아는 것도 아니라 할 수 있는 얘기도 별로 없지만요. …물론 이 글을 안 보시겠지만요… 흐.
ㄴ.
전 어제 오후나 저녁 즈음 기사가 나올 줄 알았는데… SOGI 연구원께서 오늘 단독기사로 나올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아침에 단독 기사로 나왔어…
암튼 초기 17개 댓글은 모두 캡쳐했고 저녁 즈음에 다시 댓글을 캡쳐해야 겠어요. 어떻게 최다 추천수 댓글이 바뀌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재밌거든요.
ㄷ.
이번 판결 소식을 전해 듣고 자궁 제거 수술도 하지 않은 경우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네요.. 유방 제거 수술은 당연히 했을 거라고 여겼지만 자궁 제거 수술은 안 한 경우이길 상상했던 저는… 언젠간 남성형 외부성기재구성수술을 하지 않은 경우 뿐만 아니라 자궁 제거 수술도 하지 않은 ftm 트랜스남성의 성별 변경도 허가되길 바랍니다.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개인의 젠더를 판단하지 않는 세상을 바라고요.
ㄹ.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부분은 이번이 정말로 첫 판결인가 하는 점입니다. 아는 사람 중에 외부성기재구성수술을 하지 않고 성별 변경을 허가 받은 경우가 있어서입니다(확인이 더 필요한 지점입니다). 물론 두 판결을 등가로 비교하기 힘든 건, 지인의 경우 수술을 할 수 없는 몸의 조건이 있었고요.
첫 판례인가 아닌가라는 지점이 이번 판결의 중요성을 훼손하진 않습니다. 하리수 씨가 한국 최초의 트랜스젠더가 아니라고 해서 하리수 씨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요. 지난 판결과 이번 판결은 기획과 의도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접근해야 하거든요.
ㅁ.
외부성기재구성수술을 하지 않은 ftm 트랜스남성의 성별변경은 허가되었고, 그럼 이제 외부성기재구성수술을 하지 않은 mtf 트랜스여성의 성별변경은 어떻게 될까요? 겉모습은 여성으로 통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고 이런저런 의료적 조치를 했고 고환절제술도 받았지만 음경(혹은 큰 클리토리스, 트랜스클리토리스)은 유지하고 있을 때, 법원은 어떻게 판결할까요?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이번과 같은 판결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다른 말로 의료적 조치가 공부상 성별을 변경하는 기준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ㅂ.
이번에 공부상 성별 변경이 허가된 다섯 분의 ftm 트랜스남성에겐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 물론 앞으로의 삶도 만만하지 않지만요… 그래도 축하합니다.

한국 트랜스젠더 자서전

현재까지 제가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수집한 기록물에 따르면 처음부터 한국어로 쓴(번역 제외) 트랜스젠더 자서전은 총 8종입니다. 여기에 인터뷰집인 《3xFTM》을 추가하면 9종이죠. 1990년대 중반 ftm 트랜스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덧붙인다면 10종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자서전이 별로 없을 거란 인식에선 상당한 분량입니다. 각각으로는 알고 있지만 자서전으로 묶어서 셈하니 상당한 분량이란 느낌이기도 하고요. 물론 절대적으로 많은 건 아닙니다. 더 많아야죠.
소설은 빼고 인터뷰집은 포함해서 9종 중 mtf 자서전은 5종, ftm 자서전은 4종입니다. mtf 자서전 중 두 종은 한 사람이 썼으니 4명의 mtf 트랜스여성이 자서전을 썼습니다. ftm 자서전은 세 종을 한 사람이 썼으니 한 명이 쓴 세 종류의 자서전과 한 종의 인터뷰집이 있고요.
9종이면 적은 수는 아니기에, 자서전을 통해 트랜스젠더의 생애 서사를 분석하는 논문을 하나 정도 써도 될 법합니다. 각자가 기술하는 방식이 달라 이를 비교하면 흥미로운 지점도 나올 듯하고요. 소위 전형적 트랜스젠더 생애사라고 불리는 방식으로만 기술하고 있진 않거든요. 한편, ftm 자서전이 적은 건 아쉬운 지점입니다. 개수로만 따지만 적지 않지만 세 종을 한 사람이 썼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자서전을 읽고 싶은 트랜스남성이 한 명 있었는데, 이젠 없네요…
+
자세한 목록은 이번 달 안에(올해 안이려나.. 덜덜) 퀴어락 “주목 이 자료”에 먼저 올리고 여기도 올릴게요. 🙂
+
목록 올렸습니다. https://www.runtoruin.com/2169 2013.04.20.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상영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KSCRC)에서 진행하고 있는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상영회를 연다고 합니다. 하나는 공동체 상영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3xFTM>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방영되었다는 <Middle Sexes>입니다. 흔하지 않은 기회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상영일자
-3xFTM : 3월 15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미들 섹스: 3월 22일 금요이 저녁 7시 30분부터
상영장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신청방법
이메일 jogakbo1315@naver.com 이나 트위터 @kscrc 로 부담없이 신청하시면 된다고 합니다.
신청하신 분 중 추첨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자리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니 사전 신청 바랍니다. 🙂

*
원래 오늘은 참 오랜 만에 고양이 사진을 몇 장 방출하려고 했는데 행사 홍보가 우선이라… 후후.
**
본문에선 제목을 쓸 수 있지만 댓글에 쓰는 순간 필터에 걸려 등록이 안 되는 용어가 있습니다… ㅡ_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