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01

며칠 전 지도교수를 만났다. 선생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헤어질 즈음 중요한 조언을 들었다. 그 조언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기억할 수 있을까? 아울러 지난 삼 년, 너무 많이 놀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정말 놀기만 했다. 이런 상태로 박사과정에 진학해도 괜찮을까?
02
문을 열고 나섰을 때, 세 집 건너 옥상에서 일광욕을 하던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고양이는 나를 보곤 우앙, 우앙, 울었다. 이젠 날 알아보는 걸까? 하지만 어떡하니… 헤어질 수도 있는데…
세상 일은 정말 미래를 예측할 수 없구나. 물론 아직은 확률일 뿐이다. 90% 수준의 확률이란 게 문제라면 문제.
03
백과사전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를 작성한 장면은 처음 봐서 신기했다.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는 계약서 자체가 없었고… (응?) 지금 판매고가 어떤지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뭐, 절판은 아니니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 [남성성과 젠더]는 엮은이 혹은 기획자가 대표 계약을 했고 그 자리에 함께 하지 않았다. 관련 일을 기획자에게 모두 떠넘겼달까.. 하하;;;
대표 계약은 업무 편의상 채윤 님 이름으로 했지만, 그래도 옆에 같이 앉아서 읽는데 신기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구나’ 싶기도 하고. 정말 시작이구나.. 싶기도 하다.
04
계약을 겸해, 혹시나 영어 번역 후원을 고민하고 계신 분은 아직 안 늦었습니다!
혹시 한국 퀴어 백과사전 관련한 얘기를 처음 듣는 분은 http://goo.gl/NZRuz 를 참고하세요. 🙂
05
작년 가을 즈음, 올 4월까지 원고를 쓰기로 약속한 곳이 있다. 원래 작년 겨울호에 싣기 위한 청탁이었다가 한 호 연기한 것이다. 그 원고를 나는 언제부터 시작할까? 하하. ;;;
그나저나 지금 즈음 내가 원고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메일이 올 법한데 아직 연락이 없다. 다른 사람 구한 것일까? 오호랏.. [ https://www.runtoruin.com/1949 를 참고 ]
06
2월부터 알바를 하기로 했던 곳이 있다. 1월 중에 연락을 하기로 했는데 2월 1일에 전화를 해선 3월부터 하자고 했다. 나의 바뀐 상황도 알렸고 이런저런 이유로 근무시간을 다시 조절하기로 했다. 담당자가 계획을 다시 조절해서 지난 주까진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감감 무소식이다. 계획이 바뀌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중간에 어떤 언질이라도 주면 좋으련만, 기다리는 입장에선 난감하다. 약속을 한 상황이라 다른 알바를 구할 수도 없고 무턱대로 기다릴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 https://www.runtoruin.com/1949 를 참고]
07
봄이 온다. 혹은 날이 풀렸다. 어김없이 비염이 터졌다. 싫다.

[고양이] 융의 셀프입양 시도, 두 번째

01

이틀 전 아침. 참 오랜 만에 융을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캔 사료를 주고 등을 살짝 토닥여주기도 했다. 그러며 융 특유의 꼬리를 구경했는데… 아픔만 느꼈다.
융의 꼬리는 사각형 아이스바처럼, 짧고 넓적한 편이다. 첨엔 사고로 잘린 것일까 착각했다. 그 정도로 짧다. 아울러 직사각형 모양이다. 그래서 융을 만나면 꼬리 구경하는 게 또 하나의 재미다.
이틀 전에도 꼬리를 구경하려고 했는데… 아… 몸과 꼬리가 연결되는 부분이 벗겨지고 피빛이 선명했다. 다친 것일까? 싸워서 그런 것일까? 사고라도 났던 것일까? 융은 개의치 않는 것 같았지만 내 몸이 편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겪은 것일까?
02
그리고 어제. 참 오랜 만에 융을 이틀 연속 만났다. 그것도 융이 문 앞에서 끼앙, 끼앙 울고 있었다. 마침 나가는 길이었기에 겸사겸사 서둘러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갔는데, 그 틈을 타고 융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 안으로 들어가선 거실(이라고 내가 주장하는 곳)에 발을 놓기 직전이었다. 난 화들짝 놀라 ‘으악’이란 소릴 냈다. 융은 서둘러 되돌아 나왔다. 융의 2차 셀프 입양 시도.
밥 그릇엔 밥이 남아 있었지만 융은 먹지 않고 있었다. 사료를 새로 담아주니 그제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 융은 내게 무얼 바라는 걸까? 루스는 문이 열려 있어도 집안을 구경만 할 뿐 융처럼 들어오려곤 하지 않는다.
03
융이 세 번째로 셀프입양을 시도하면 그땐 융을 들여야 할까? 아마 입양을 결정하는 순간, 수십만 원이 깨질 각오를 해야 한다. 아니, 백만 원 가량이 깨질 각오를 해야 할까? (통장에 그 정도 잔고가 있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의 이슈다.) 건강 검진을 해야 하고 예방접종을 해야 하고 질병검사를 해야 하고 털도 한 번 다 밀어야 하고…
입양이 쉽지 않은 것은 단순히 돈 백 깨지는 문제라서가 아니다. 바람이 어떻게 반응할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 바람보다 덩치도 훨씬 큰 융이 바람의 공간에 들어온다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다. 바람은 어떻게 반응할까?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나는 융을 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도 융이 자꾸 신경 쓰이고 융을 만나면 거의 항상 간식사료를 같이 주고 있다. 물론 정이 들어서 이런 것일 뿐이지만. 어장 관리도 아니고, 융과 나는 참 어정쩡하고 난감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또 이렇게 대답이 있을 수 없는 고민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