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틀 전 아침. 참 오랜 만에 융을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캔 사료를 주고 등을 살짝 토닥여주기도 했다. 그러며 융 특유의 꼬리를 구경했는데… 아픔만 느꼈다.
융의 꼬리는 사각형 아이스바처럼, 짧고 넓적한 편이다. 첨엔 사고로 잘린 것일까 착각했다. 그 정도로 짧다. 아울러 직사각형 모양이다. 그래서 융을 만나면 꼬리 구경하는 게 또 하나의 재미다.
이틀 전에도 꼬리를 구경하려고 했는데… 아… 몸과 꼬리가 연결되는 부분이 벗겨지고 피빛이 선명했다. 다친 것일까? 싸워서 그런 것일까? 사고라도 났던 것일까? 융은 개의치 않는 것 같았지만 내 몸이 편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겪은 것일까?
02
그리고 어제. 참 오랜 만에 융을 이틀 연속 만났다. 그것도 융이 문 앞에서 끼앙, 끼앙 울고 있었다. 마침 나가는 길이었기에 겸사겸사 서둘러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갔는데, 그 틈을 타고 융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 안으로 들어가선 거실(이라고 내가 주장하는 곳)에 발을 놓기 직전이었다. 난 화들짝 놀라 ‘으악’이란 소릴 냈다. 융은 서둘러 되돌아 나왔다. 융의 2차 셀프 입양 시도.
밥 그릇엔 밥이 남아 있었지만 융은 먹지 않고 있었다. 사료를 새로 담아주니 그제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 융은 내게 무얼 바라는 걸까? 루스는 문이 열려 있어도 집안을 구경만 할 뿐 융처럼 들어오려곤 하지 않는다.
03
융이 세 번째로 셀프입양을 시도하면 그땐 융을 들여야 할까? 아마 입양을 결정하는 순간, 수십만 원이 깨질 각오를 해야 한다. 아니, 백만 원 가량이 깨질 각오를 해야 할까? (통장에 그 정도 잔고가 있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의 이슈다.) 건강 검진을 해야 하고 예방접종을 해야 하고 질병검사를 해야 하고 털도 한 번 다 밀어야 하고…
입양이 쉽지 않은 것은 단순히 돈 백 깨지는 문제라서가 아니다. 바람이 어떻게 반응할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 바람보다 덩치도 훨씬 큰 융이 바람의 공간에 들어온다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다. 바람은 어떻게 반응할까?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나는 융을 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도 융이 자꾸 신경 쓰이고 융을 만나면 거의 항상 간식사료를 같이 주고 있다. 물론 정이 들어서 이런 것일 뿐이지만. 어장 관리도 아니고, 융과 나는 참 어정쩡하고 난감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또 이렇게 대답이 있을 수 없는 고민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