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리카, 5월 26일의 기록

01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저 빨리 생을 마감하는 것이 좋은 걸까,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몇 년을 더 사는 것이 좋은 걸까? 문제는 이틀 뒤의 상황도 예측할 수 없는데. 그래서 리카의 눈을 바라보며 무슨 일이 있어도 힘을 내라고 말을 하면서도 마음 한켠에선 이 말을 망설인다. 정말 힘을 내는 것이 좋은 것일까?
02
26일 오후 2시가 넘은 어느 시간. 문자가 왔다. 리카의 여덟 아깽 중 가장 먼저 분양된 참의 집사, 당고였다. 리카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자였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답장을 쓰려고 답장쓰기 메뉴를 클릭하는데, 또르륵, 눈물이 흘렀다. 무슨 상황인지 몰라 잠시 당황했다. 갑자기 눈물이 고였고 뺨을 타고 흘렀다. 그때부터 참을 수가 없었다. 참으려고 했는데, 답장을 쓰려고만 하면 눈물이 흘렀다. 리카가 위태롭다는 말을 하려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 될 거 같아 무서웠다. 울지 않으려고 했다. 병원에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울지 않았다. 리카는 건강을 회복할 테니 걱정할 것 없다고 믿었다. 믿고 싶었다.
알바하는 곳이라 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난감했다. 말로 설명할 수도 없으니까. 그래서 꾸욱 참는데도 계속 …
03
알바가 끝나고 다른 곳에 들릴까 했다. 바람이 떠올랐다. 혼자 집에 머물고 있을 바람. 혼자 있는 것이 낯설 바람. 고양이는 집사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잘 지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걱정이었다. 리카에게 온 신경이 다 쏠려 바람이 섭섭할 수도 있겠다 싶은 걱정도 했다. 아픈 고양이가 걱정이라면 아프지 않은 고양이를 보살피는 것, 어차피 이것이 사는 거 아니었나? 아픈 존재에게 마음이 더 많이 가지만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존재에게 소홀할 수도 없는 태도. 이것이 사는 거 아니었나. 슬퍼도 슬퍼할 여유가 별로 없는 것,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것.
바람은 구석에 숨어 있었다. 지난 토요일 매트리스를 바꿀 때 충격을 받았는지 종종 구석에 숨어 지낸다. 아미캣 몇 알을 내 손바닥에 올려 먹이곤 잠시 할 일을 했다. 시간을 가늠했다. 몇 시가 좋을까?
04
병문안 가는 것이 무서웠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다. 병원 근처에서 저녁을 최대한 천천히 먹었다. 평소보다 더 오랜 시간을 들여 밥을 먹었다. 평소보다 느린 걸음으로 걸었다. 시간을 늦추려 했다.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두려웠다. 알고 있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어떤 상황을 직면해야 한다는 현실이 두려웠다.
의사와 만나선 리카에게로 갔다. 참담했다. 얼굴은 반쪽이었고 그 곱던 털은 거칠었다. 침과 구토로 얼굴 주변 털이 다 떡져 있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은 수액을 하나 다 맞고 새 것으로 갈았다는 점이다. 입원하려고 병원에 데려갔던 날, 리카는 수액을 거부한다는 듯 수액이 들어가지 않은 자세를 취했다. 계속해서 자세를 교정해야 했다. 병문안을 갔을 때, 수액을 새 것으로 갈았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아울러 26일 낮, 혈액검사를 다시 하니 혈당이 정상치로 돌아왔다고 의사가 말했다. 입원할 당시 스트레스가 상당해서 혈당이 높았던 거 같다고 했다(혈당이 높은 것은 스트레스와 긴장 때문일 수 있다고 첫날 말해줬다). 차도는 없다고 했다.
의사는 내게 의자를 챙겨줬다. 나는 리카를 쓰다듬으며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말을 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눈물이 흘러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른 직원이 내게 “고양이가 주인을 알아보네요. 훨씬 안정감을 느끼네요.”라고 말해 조금 기뻤다. 리카의 눈을 들여다보며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힘을 내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힘을 내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일까? 이 고통을 지연하는 것이 정말 좋은 일일까? 힘을 내라고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힘을 내라고 말을 하는 한 편, 병원에 데려오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명을 달리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그 만큼 안쓰러웠다. 리카가 겪고 있는 고통을 내 멋대로 질질 끌고 있는 것만 같았다. 무엇이 최선의 선택일까?
05
조용히 있던 리카는 갑작스레 ‘와’와 ‘워’ 사이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순간, 가시나무새의 마지막 울음인 것만 같아 덜컥했다.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나와 같이 있을 때 떠나는 것이니까. 하지만 갑작스레 우는 모습에 힘을 내라고 말을 했다. 그 동안 어떻게 살아온 삶인데 이렇게 갈 수는 없다고 했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여덟 아깽을 출산한 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울던 리카는 힘이 빠졌는지 자리에 누웠다. 조금 불안했지만, 나는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다시 오겠노라고 인사를 하고,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했다. 의사는 현재로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있으니, 정 안 되면 코에 관을 투입해서 억지로 음식을 먹일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며 결국 리카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왔다. 바람에게 밥을 주고 쉬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06
의사의 목소리가 안 좋았다. 갑작스레 리카의 상태가 안 좋다며 아무래도 데려가는 것이 좋을 거 같다고 했다. 일단 데려갔다가 다음날 상태가 좋아지면 다시 데려오라고 했다. 전화를 받고 나서 잠시 머뭇거렸다. 가고 싶지 않았다. 이동장을 챙겨 터덜터덜 걸었다. 밤새 간호해야겠지,라는 고민과 다음날 있을 특강은 어떡하나 하는 고민을 함께 했다. 특강을 하기 위해선 특강에 적합한 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몸은 리카를 보살필 몸과는 다르다. 정말 상황이 안 좋다면 바람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도 걱정이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리카에게 가기를 조금 망설였다. 의사가 가보라고 했다.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리카는 옆으로 눕혀 담요를 덮은 상황이었다. 작은 코로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다. 눈도 못 뜨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억지로 눈을 열어 ‘제발 일어나’라고 말했지만 리카는 아무런 반응을 안 했다. 다른 고객을 검사한 의사가 올라왔다. 어떻게 조심스레 집으로 데려갈 것인가를 얘기했다. 그렇게 병실에서 데려나와 이동장에 넣었다.
“잠시만요.” 의사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몇 가지 의료도구를 가져왔다. 리카의 귀에서 피를 뽑으려고 했다. 순간 이제 명을 다해 마지막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착각했다. 무서워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묻지도 못 했다. 리카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데려 가는 도중에 이별할 수도 있는 것 같다고 판단하며 검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 아니었다. 혈당 검사였다. 휴대용 기기로 혈압을 검사했다. 의사는 조금 안도하는 표정으로, 저혈압이라고 했다. 고양이용 혈당주사를 놓기로 했다.
다 죽어가던 리카는 혈당주사를 놓자 꼬리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갑던 몸에서 온기가 조금 돌기 시작했다. 옆으로 누워선 일어서지도 못 하던 리카는 앉는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의사는 저혈압이면 온 몸이 마비되어서 그런 거라고 했다. 그러며 수액의 종류를 바꿨다. 지금까지는 독을 희석하기 위해 식염수만 사용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먹지 않아 위험한 상태라, 식염수에 혈당을 섞은 것으로 수액을 변경했다. 그 와중에 두 번 토했다. 검은 액이 나왔다. 의사는 피라고 했다. 더 이상 토할 것이 없어 피를 토하는 것이라고 했다. 회복한다면 앞으로도 종종 피를 토할 것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좋았다. 회복만 한다면…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던 리카는, 내가 이름을 부르자 꼬리를 겪하게 흔들었다. 다시 살아난 것일까.
의사는 나를 괜히 불렀다고 미안해 하며 다시 입원해도 된다고 했다. 순간,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퇴원은 곧 마지막을 뜻했다. 입원이 희망이었다. 퇴원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집으로 데려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이렇게 고마울 줄 몰랐다.
리카를 다시 병실에 데려다 놓았다. 저녁엔 누워만 있더니 이젠 고양이 특유의 앉은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에 희망을 가지려는 의사는 캔사료를 조금 가져왔다. 혹시나 먹을까 해서라며. 난 사료를 손가락에 조금 덜어 리카의 입에 억지로 넣었다. 혀로 핥기를 바라며, 삼키길 바라며. 하지만 이빨 사이에 둔 사료는 그대로였다. 잠깐 희망을 품었던 의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07
빈 이동장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를 고민했다. 이 비싼 돈을 들여 치료하고 있으니 무조건 살아나야 한다는 농담 같은 간절함부터, 내가 리카의 선택을 방해하고 괴롭히고 있는 것만 같은 갈등까지. 어떤 선택도 쉽지 않았다.
리카… 넌 어떤 삶을 바라는 것이니?

[고양이] 비염(유근피, 죽염), 고양이

01
요즘 비염이 심해서 비염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보름 가까이 비염을 앓고 있으니 당연지사.
유근피를 열흘 정도 마시고 있다. 주문하기 전 ‘유근피’로 검색해서 사용 후기를 여럿 살폈다. 많은 경우 이틀 정도 마시면 코가 뻥, 뚫렸다고 한다. 이걸 기대하고 주문했다. 그 결과는? 아직이다. 워낙 비염이 심한 시기라 그렇다고 믿었다. 마시기 전보다 더 심해질 수도 있는데 유근피 덕에 지금 정도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난 금요일 비염이 매우 심하게 터졌다. 그날 난 이런저런 일정을 다 취소하고 집에서 뻗었다. 꼭 해야 하는 일도 있었는데 포기했다.
어쩌면 내게만 유근피 효과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 혹은 액기스를 주문할 것이 아니라 직접 달여 먹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아무려나 아직도 비염은 진행형. 코를 풀면 피가 묻어나옴~~ 룰루랄라.
02
금요일에 비염이 심하게 터지고 토요일 좀 진정되고 일요일 다시 심하게 터지려고 했다. 난 죽염을 코로 흡입했다. 영화에서 마약을 코로 흡입하듯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정말 별천지를 볼 거 같아 참았다. 물에 희석해서 코를 세척했다. 당분간은 코세척을 병행할 예정이다. 뻥, 뚫리진 않지만 진정 효과는 있는 듯. 물론 며칠 더 확인해야 알 수 있는 문제다. 비용과 수고를 따지면 죽염이 더 좋은 듯. 크크. ;;;
그러고 보면 죽염을 물에 희석해서 코를 세척하면 비염에 효과가 있다는 말을 15년 전 즈음 들은 듯하다. 물론 세척 기간은 2~3년이라고 했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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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카가 밥을 잘 안 먹는다. 봄 타나? 털갈이 시기라서 그런가?
리카는 작년 이때도 밥을 잘 안 먹었다. 그땐 출산하고 두어 달 정도 지난 시기였는데 비쩍 마른 몸으로 육아를 했다. 육아로 힘들어 밥을 잘 안 먹는다고 믿었다. 뭔가를 시원시원하게 먹길 바랐지만 너무 마른 모습에 속상해서 이런저런 방안을 찾기도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자 밥을 잘 먹고 보기 좋게 살도 올랐다. 그런데 다시 밥을 잘 안 먹는다. 여름을 타는 것인지, 이 시기를 타는 것인지 헷갈린다. 아미캣을 줘도 저녁엔 곧잘 먹는데 아침엔 통 안 먹는다. 음… 설마 어디 아픈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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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가 입이 짧은 요즘, 슬슬 건강검진을 고민하고 있다. 리카의 건강 상태도 확인하고 바람의 결석도 확인할 겸 병원에 데려갈까를 고민하고 있다. 특별히 어디 아픈 곳은 없는 듯한데 굳이 병원에 갈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걱정이다. 고양이랑 동거한지 이제 1년 조금 넘은 처지라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은 심정이랄까.
그런데 이런 나의 심정이 아이러니하다. 지난 주말까지 수정해서 넘긴 원고엔 개인의 건강을 의사가 결정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있다. 의학이 개인의 건강을 결정하는 유일한 권력이란 점을 비판했다. 글에도 부연했지만 이런 점을 비판하는 것과 동거묘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은 미묘하게 다른 문제다. 내 목숨이 아니라서 내 임의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내가 리카와 바람에게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권력은 둘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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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발라당, 발라당, 아흥♡
근데 바람은 리카와 다른 종인 것만 같다. 근거는 없다. 그냥 요즘 들어 막연하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비염과 털갈이 시기

아침, 잠에서 깨어나는 동시에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석탄일 맞이 돈오는 아니고(아, 썰렁! ;; ) 그냥 작년 생각이 났습니다. 작년 이맘 때도 비염으로 고생했더군요. 공통점은 하나, 고양이 털갈이 시기. ㅠㅠㅠ

유근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리뷰를 찾아 읽으면, 이삼 일이면 코가 뚫린다고 합니다. 그걸 기대했습니다. 얼추 일주일을 마시고 있는데 코가 막힌 상태입니다. 그래서 내겐 효과가 없는 걸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아닙니다. 유근피를 마셔서 그나마 지금 수준인 거겠죠. 비염으로 코가 막힌 상태지만 지독하진 않은 상태. 작년엔 집에 있으면 콧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죠. 털갈이 시기가 끝날 때까지 가출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유근피를 마시면서 코는 막혔지만 그나마 좀 낫습니다. 코를 뻥, 뚫어주는 건 아니지만 악화시키지는 않는 수준. 이것만으로도 다행이죠.
작년엔 리카만 털갈이를 했습니다. 태어난지 두어 달인 여덟 아깽이야 털갈이를 할 일이 없었죠. 올해는 리카와 바람, 두 녀석이 털갈이를 하고 있습니다. 등을 쓰다듬으면 털이 손이 잔뜩 묻어나네요. 빗질하고 한 시간 뒤에 또 빗질해도 털이 잔뜩 빠집니다. 공기 중에도 떠다니고요. ㅠㅠ 이 시기가 얼른 지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아님, 북유럽으로 이민 가야 할까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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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지도교수)의 권유로 매트리스를 새로 사기로 했습니다. ;ㅅ; 가장 싼 것으로 사야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