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 피고 진 자리에 남겨진 흔적.
붉은 꽃, 활짝 핀 자리보다는 피지 못하고 시든 자리가 더 선명하고 오래 남아. 응어리처럼 고여선, 오래도록 피지 못했음을 알려주지.
사실은, 정작 나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있어. 아니, 나의 감정 상태는 언제나 뒷전이라는 걸.
그래, 그래서 슬프니? 슬펐니? … 응. 그런가봐.
근데 기쁘니? 기뻤니? … 응, 기쁘기도 했던 것 같아.
혹은 그때, 그 순간, 먹먹했던가.
감정은 언제나 복잡하게 얽혀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덤덤하면서도 울 기회를 찾고 있어.
오랜만에 “공허”라는 단어를 썼어. 루인의 상태를 설명하며 [Run To 루인]에 “공허”란 단어를 쓴 적은 거의 없는데. 지금은 “공허”, 그러다 어느 순간 “빈곤”을 얘기하겠지. 아냐. “공허”와 “빈곤”은 그저 설명하는 언어일 뿐,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은 같아.
붉은 꽃이 피고 진 자리의 흔적. 이 계절이 오고 반팔을 입는 시기가 오면 이렇게도 신경 쓰여. 혼자서 자꾸만 신경 쓰고 있어. 별거도 아닌데 자꾸만 신경 쓰여서 이렇게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어. 이제 그만 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