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주 용어와 관련해선 참 다양한 용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엔 C 님이 알려준 내용을 토대로 저를 transgirldyke로 부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http://goo.gl/RWoSD). 저를 설명할 용어가 이것 뿐이겠어요. 더 많은 용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며 저를 명명할 수 있을 겁니다.
범주를 부르는 용어, 그리하여 자신을 설명하는 용어는 갈 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용어가 등장하고 있고, 그래서 때때로 새로운 용어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겁기도 합니다. 어떤 용어는 그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조합한 용어 transgirldyke는 구글에서 검색하면 안 나옵니다. 제가 처음 만든 걸까요? 그렇진 않겠지만 어디가서 이렇게 저를 설명한다면 누가 알아들을까요? 이럴 때 이런 범주명명을 고집한다면 이것은 어떤 의도에 따른 것일까요?
범주 명명이 늘어나는 건 확실히 좋은 일이긴 합니다. 기존의 인식체계에서 누락되었거나 인식을 부인당한 존재가 자신을 분명하게 주장하고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이를 통해 기존 규범의 인식론적 한계를 드러낼 수 있고요. 규범은 모든 것을 인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많은 것을 인식하지 않는 방식, 인식을 부정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이런 한계를 밝히는 작업은 중요합니다.
만약 범주 명명이 경계분쟁으로 변한다면, 달리 말해 진정성 싸움이나 참 범주 논쟁으로 번진다면, 자신의 독자성을 주장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범주 명명의 부정적 사례로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범주 명명의 다각화는 기존 지배규범의 한계를 독해하고 권력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이지, ‘나는 너와 달라’라는 선언을 통해 범주를 본질화하려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을 분명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기존 범주 명명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범주나 언어를 만들 때 그 의도가 그저 남다른 자신을 ‘과시’하려는 의도인지, 어떤 권력 작동을 문제 삼으려는 것인지요. 어떤 범주가 단지 내게 잘 맞는다는 것에서 나아가 그 명명을 통해 어떤 질서를 문제 삼으려는지 밝힐 수 있을 때 범주가 좀 더 의미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트랜스젠더라는 게 충분한 게 아닙니다. 제가 저를 레즈비언 mtf 트랜스젠더라고 말할 때 이것은 제가 이중, 삼중 억압 구조에 있는 존재거나 ‘남다른’ 범주로 살고 있다고 얘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회에서 개인의 젠더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직면하도록 하려는 기획에 가깝습니다. 새로 등장하고 있거나 등장할 범주 뿐만 아니라 기존에 널리 쓰이는 범주, L/G/B/T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범주를 본질화하기보다 나를 이렇게 설명하도록 하는 사회적 구조를 지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