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근황

01
바빴던 한 주가 끝났다. 두 개의 회의와 하나의 학술행사를 준비하면서, 좀 정신이 없었다. 물론 혼자 한 건 아니다. 준비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고, 덕분에 좀 편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모든 일을 점검하거나 책임져야 하는 위치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불안했다. 확실히 난 다른 사람들에게 업무를 분담하고 중간에 조정하는 일보단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한다. 총괄보다는 내게 주어진 일만 하면 되는 역할. 절대 앞에 나서지 않는 역할. 이런 성격 때문인지, 자신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총괄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런 역할을 맡을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끌어내는 이들을 때로 존경한다. 그리고 아주 가끔, 고위직에 오르려는 사람들을 접할 때마다 신기하다. 그 엄청난 책임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02
중간에서 소통을 담당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시는 안 볼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첨엔 황당하고 화가 났지만, 나중엔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가 만든 거라고 수긍하기로 했다. ‘쿨~’하게 “우린 서로 달라”란 식으로 수긍하기로 했다. 이렇게라도 수긍하지 않으면 타격이 너무 클 거 같아서.

혹시나 이와 관련해서 무언가를 짐작하시려는 분은 삼가주시길.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주시길.

03
어제는 퀴어 퍼레이드였는데, 참가할 수 없어 아쉬웠다. 사실, 학술대회 마지막 세션이 반 쯤 진행되었을 무렵에야 ‘지금쯤 퍼레이드가 끝났겠다’, ‘무사히 잘 끝났을까’하는 고민이 떠올랐다. 그전까진 워낙 정신이 없었고, 이것저것 수습한다고 분주했다.

학술대회와 퍼레이드 일정이 겹친 걸 깨닫고, 부모님 팔아서 퍼레이드에 참가할까 란 고민도 아주 잠깐 했다. -_-;; 흐흐. 직장인들이 밤새 술을 마시려고 직장 상사의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핑계를 대는 것처럼. 흐흐. 학회 간사를 시작할 때 들었던 말 중에 하나는, 자기 결혼식과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일이 아니면 어떤 경우에도 학회 행사에 빠질 수 없다는 조건이었다. 난 이 조건을 수락하고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부모님을 팔까 했는데, 행여나 조문을 온다고 할까봐 관뒀다. 더욱이 이런 건 쉬 들키기 마련이라, 나중이 더 힘들다. 내년엔 퍼레이드에 참가할 수 있겠지.

그래도 아침에 받은 문자로 무척 힘이 났다!

04
피곤하지만 어쨌든 긴장은 좀 풀렸다. 이제 다시 행사를 준비하기 전의 몸으로 바꾸는 일이 남았다.

2009 퀴어문화축제와 퀴어영화제SeLFF: 십년감수

십년감수.

여러 감정이 동시에 들어요. 정말 대단하다, 정말 수고했다, 란 고마움과 뿌듯함. 이 시대에 또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는구나, 그런데 어떻게 살아가지? 란 감정들. 사실 이런 저런 감정들 사이에서 무수하게 많은 느낌들이 교차하죠.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던, 그래서 너무도 다행스럽게도, 올해도 퀴어문화축제(2009.05.30-2009.06.07)가 열려요!! 10년을 이어 왔다는 건, 그 자체로 너무 훌륭하고 대단한 거죠. 저로선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만끽하는 시간을 또 다시 맞은 느낌이고요.

하지만 진행이 그렇게 쉬운 건 아니라고 해요. 모든 집회를 금지한다는 국가정책에 따라, 퀴어퍼레이드도 조금은 불안한 상태네요. 퀴어퍼레이드가 퀴어문화축제 첫 날 열리는데, 이 퍼레이드의 진행 상황과 결과가 많은 걸 알려줄 것 같아요. 잘 무사히 진행되어야 할 텐데요. 퍼레이드를 시위로 이해하고 공권력을 투입하면 …. 농담 같지만 실현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잖아요. ㅡ_ㅡ;; 아울러 제정은 더 열악하죠. 그 동안 지원금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올해는 대폭 삭감되었다고 해요. 그렇잖아도 위태로운데 자칫 적자가 날 위험도 있다고 해요.

문득 떠오른 제안. 행여 퀴어문화에 평소 관심이 없으시다면 이번 기회에 접하고 즐길 기회를 가지시는 건 어떨까요? 평소 조금은 관심이 있었지만 어떻게 참가할지 모르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를 잡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일 년에 한 번 후원한다는 기분으로 퀴어영화제(SeLFF) 나들이는 어떨까요? 표만 구매하셔도 좋고(흐흐. -_-;;), 극장을 찾으시면 더 좋고요. 1회 관람권이 5,000원이니 혼자서 여러 번 찾으셔도 좋고, 아는 사람과 같이 찾으셔도 좋고요. 후원도 하고 영화와 문화도 즐기고. 아마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
(이렇게 쓰니 관계자 같은데 공식적으로 관계자 아님. ㅡ_ㅡ;; 혼자서만 관계자이고 싶은 거죠. 흐흐.)

::퍼레이드 일정::
(주소: http://www.kqcf.org/2007home/parade.html )
2009년 5월30일 (토)  PM 12시 ~ PM 7시
장소 : 베를린 광장 ~ 청계 광장

::퀴어영화제, SeLFF 일정::
(주소: http://www.kqcf.org/2007home/filmfestival.html )
일정 : 2009년 6월 3일 ~ 7일
상영장소 : 서울아트시네마 (구.허리우드극장)
주최 :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주관 : 서울LGBT필름페스티벌 기획단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공식홈페이지: http://www.kqcf.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