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까지 급하게 마감해야 하는 원고가 있다. 사실 급하게 마감하면 안 되는데 멘붕 같은 일이 생겨 그렇게 되었다. ㅡ_ㅡ;;; 암튼 8월 초부터 글쓰고 퇴고하는 일에만 매달려 있는데…(라는 건 거짓말. 그 사이에 책장 정리도 조금 했고 부산에도 2박3일 갔다 왔다, 내일은 세미나도 있다;; )
[태그:] 퇴고
글쓰기, 수술 안 한 트랜스젠더의 이미지, 그리고 주절주절
01
어찌된 조화인지 4시간 전에 퇴고한 글을 퇴고했더니, 고칠 부분이 와르르 쏟아지더군요. 크릉. 이건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 걸까요? 4시간 전의 퇴고는 날림이었을까요? 아님 그만큼 고칠 부분이 많은 글이란 의미일까요? 아무려나 퇴고할 부분이 많다는 건, 좋은 겁니다. 아무렴요. (우헹 … 울면서 달려간다.;;;)
이제까지 글을 쓰고 나면 항상 혼자 검토한 후 발송했는데요, 이번엔 누군가에게 미리 논평을 받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습니다. 일단 청탁한 곳에 파일을 보낸 후 몇 사람에게 원고를 줘서 논평을 받고 수정한 후 다시 보내는 거죠. 하하. 청탁한 곳에선 일단 원고가 들어오면 안심을 하니, 완성도가 좀 떨어져도 보내는 거죠. 그러고 나서 최종 마감일을 확인한 후 그 며칠 전에 다시 보내고요. 근데 논평을 받고 싶은 이들이 모두 바쁘다는 것! 흑흑. 뻔뻔하게 괴롭힐 것인지 그냥 자숙할 것인지 며칠 더 고민한 후 결정할까 봅니다.
02
블로그 검색유입을 확인할 때마다 깨닫지만 제가 쓴 글은 “나를 증명할 길은 수술뿐인가”(http://bit.ly/6kW9U)뿐인 거 같아요. 으흑. 나름 글을 많이 썼지만 사람들이 계속해서 검색하는 글은 저것. 그래서 꼭 제가 저 글만 쓴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많죠. 흐흐.
사실 저 글은 다른 어떤 글보다 많은 독자를 가진 매체에 실렸고, 읽기 수업의 교재(무려시중에 판매한다는;;)에 재수록 되기로 했으니 그런 거라고 믿고 싶어요. 하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 글이 유일하게 읽을 만한 글인지도 몰라요. 끄아악. ㅠ_ㅠ 뭐, 어쨌든 한 편이라도 읽을 만한, 사람들이 찾는 글을 썼다는 것 자체로 만족해야 할까요? 아무려나 찾아 주는 분들에겐 고마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매체에 발표한 글이 유일하게 찾는 글이라는 건, 왠지 쓸쓸하기도 합니다. 이건 성장에 강박적인 저 자신이 성장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니까요. 반성해야죠.
03
그나저나 이번 글쓰기는 나름 재밌는 부분이 있어 좋아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좋으면 다른 사람들에겐 별로일 가능성이 높지만요. 으흑. 전체 분량 중 후반부는 앞으로 특강 갈 때 꽤나 유용하게 사용할 부분이기도 하고요.
참, (예전에 한 번 언급했듯)지난 주에 특강을 했었는데요. 제게 특강 기회를 꾸준히 챙겨주는 선생님의 수업이었습니다. 그 분과도 꽤나 죽이 맞는 편이라 종종 재밌는 상황을 연출하곤 합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제 이성애혈연가족을 제외하면 커밍아웃이건 아웃팅이건 개의치 않는데요. 사실 ‘아웃팅’을 좀 더 편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특강을 할 때면 종종 눈치를 챌 수 있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저를 드러냅니다. 그러니 대부분은 못 알아듣고요. 하지만 특강이 끝난다고 끝은 아니죠. 그 다음 시간에 선생님이 저를 트랜스젠더라고 소개합니다. 그럼 수강생들은 난리가 나죠. 정말 몰랐다고, 다시 한 번 보고 싶다고. 하하.
이건 한국에서 트랜스젠더가 소비되는 방식과 관련 있죠. 더구나 어떤 의료적 조치도 취하지 않는 트랜스젠더는 상상하지 않으니까 더 그렇죠. 그래서 저를 한 번 보고 난 후, 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사람들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해를 달리 한다고 합니다. 이건 제가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요. 그 선생님이 나중에 들려주는 부분이죠. 저를 한 번 본 후, 나중에 제가 트랜스젠더란 걸 알고 났을 때 달라지는 트랜스젠더 이미지. 그래서 전 이걸 선생님과 협의해서 전략적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상상하고 있습니다. 하하.
그나저나 그렇게 트랜스젠더 이미지를 달리한 사람들에겐 부작용도 있습니다. 저와 같은 트랜스를 알 수 있거나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드무니까요. 그래서 수술 안 한 트랜스도 있다고 말하면 주변에선 “에이 설마?”라고 반응하니까요. 뭐, 어쨌든 그건 제가 감당할 몫은 아니고요. 😛
이번에 쓴 글은 바로 이런 부분과 관련 있습니다.
04
다음 달 말이면 다시 수입원이 하나인 알바 인생이 됩니다. 아슬아슬한 인생이 도래하네요. 현재로선 나름 투잡 인생이거든요. 으하하. 사실 제 직업은 매우 많지만, 고정 수입이 들어오는 직업은 비정규직 하나, 알바 하나죠. 그래서 가끔은 이 둘이 제 직업 같기도 해요. 에헤헤. 그 중 비정규직은 다음 달로 끝. 문제는 알바인데, 이게 부동산 경기와 관련 있다고 합니다. 나 이사도 가야 하는데! 어찌하여 부동산 경기는 제 알바와 이사 모두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거냐고!!
암튼 12월부터는 정말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야 하는 군요. 꽤나 위태롭겠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위태로우니까요. 🙂
끝없는 미루기 그리고 글쓰기
01
한 선생님께서 처음엔 어제 밤까지 원고를 보내준다더니, 다시 오늘 오전으로, 다시 낮 1시로, 다시 3시로, 또 다시 5시로 미루고 나선 아예 연락두절. 한참 후 다시 연락이 오길 내일 새벽에 보내준다고 한다. 아놔. -_-;; 덕분에 간사 세 명은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02
20일까지 마무리 해야 하는 원고의 공정율을 계산하니
보고서에 실릴 수준의 원고를 기준으로 15%
출판한다고 가정할 때의 원고를 기준으로 5%
나의 글쓰기 기준으로 0%
를 진척했더라.
모든 글쓰기는 퇴고에서 시작. 초고는 이제 글쓰기의 재료를 만든 거지 글을 쓴 건 아니다. 근데 난 아직 초고도 완성을 못 했다. 무려 20일이 마감인데! ㅜ_ㅜ
(앞의 두 기준은, 어쨌거나 아무 것도 안 한 건 아니라는 증거물을 만들기는 했다는 의미일 뿐.)
03
속도가 많이 늦어진 변명을 하자면 무엇보다도 내가 게으르고 고민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펜으로 이면지에 글을 쓰는 습관때문이기도 하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펜으로 쓰는 글은 키보드로 쓰는 글보다 속도가 현저하게 늦다. 늦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나의 경우, 몇 문장을 쓰다가 안 풀리면 다시 처음부터 쓰는 버릇이 있다는;;; 물론 아예 처음부터는 아니고, 문단이나 소주제 단위로 처음부터 다시 쓴다. 그러다보니 많이 더디다. 그래도 좋다. 확실히 글은 펜으로 이면지에 써야 제 맛이다. 그래서 쓰는 일 자체는 즐겁다. 많이 늦어질 수도 있어 담당자에게 무척 미안한 점만 빼면. ;;; 사실 너무 미안해서 미안하단 말도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