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
트랜스젠더 이슈 관련: ‘인권의 맛을 돋운 소금들’, 국립국어원과 인권위의 “전환여성/전환남성”?
예기치 않게 트랜스젠더 이슈와 관련해서 쓸 내용이 두 가지 생겼습니다. 좋은 소식(하지만 조금 슬픈 소식)과 황당한 소식 중 어떤 소식을 먼저 전할까요?
01
갈매나무 님께서 댓글로 알려 주신 소식입니다( http://bit.ly/6wIgH6 ).
(소식, 고마워요!!)
12월 10일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2009 반인권의 옷을 벗기자”란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인권밉상’과 ‘인권울상’을 발표하는 한편, ‘인권의 맛을 돋운 소금들’이란 상도 발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금들 상에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도 있었다고 …. 음….
(자세한 기사는 http://bit.ly/8zRh8R )
지렁이가 2009년에 한 거라곤 인권위 사업 철회한 거 밖에 없는데요… ;;; 다른 때라면 이 기사에 매우 기뻤겠지만, 현재로선 난감한 기분입니다. 무턱대고 기뻐할 수 없는 상황. 그래도 선정해주신 분들껜 고마움을 전합니다.
아무려나 올해 안에 지렁이와 관련해서 뭔가 새로운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02
어느 선생님과 전화를 하다가 전해 들은 소식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립국어원이 트랜스젠더를 “전환여성(남 → 여)”, “전환남성(여 → 남)”으로 용어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국립국어원과 인권위 홈페이지에선 해당 내용을 검색할 수 없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컴퓨터 환경 때문일까요? 국립국어원과 인권위 홈페이지가 웹표준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문제일까요? 아무려나 검색사이트로 해당 내용을 찾으니 다음의 글만 찾을 수 있습니다. http://bit.ly/6BCVWB
아무려나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상념. 이런 어처구니 없고 황당한 경우가 있나! 도대체 뭐하자는 건가요? 이런 어이 없는 짓에도 성명서나 항의 메일을 보내야 할까요? 이런 용어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은 도대체 누군가요? 한 존재를 명명하는 작업을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요? 자세한 내막을 몰라 더 길게는 쓰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매우 화가 나고, 황당한 일이라고 밖에 달리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성명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취임을 규탄하고 현 체제의 국가인권위원회와의 협력사업을 철회한다!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훨씬 많아요. 지금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10년 정도 지나면 할 수 있을까요?
아울러 메일을 발송하는 그 순간에도 망설였어요. 다른 단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면 어쩌나 하는 우려였죠. 그럼에도 결국 결정했네요.
이 일을 어떻게 회고할까요? 조금 두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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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체제의 국가인권위원회와의 협력사업을 철회한다!
지난 2009년 7월 16일 현 정부는 현병철씨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인권위원장으로 내정하였다. 이에 많은 인권단체들은 현병철씨가 현재까지 인권 전문성, 인권활동경험 및 인권감수성에 대한 고민이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17일 인권단체들은 자진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현병철씨를 방문하여 인권위원장의 자격을 지적하고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인권단체들과 소통을 중시해야 하는 인권위원장 내정자 현병철씨는 뒷문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보였고, 취임식은 20일로 연기되었다. 이러한 현병철씨가 인권위를 독립기관으로 수호할 능력(정파적 독립성)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20일 현병철씨는 인권위원장으로 취임을 졸속으로 강행했다. 과거부터 인권위 축소를 강행하고 국무회의에서 인원감축을 단행한 상황에서, 현병철씨 취임은 인권위 독립성 훼손을 심히 우려케 한다.
인권위는 정치적, 경제적 논리에 좌우되지 않는 독립성을 지녀야 한다. 이 독립성에 따라 인권을 침해하는 주체들–심지어 그 주체가 국가권력기관이라 하더라도–에게 반대하고 시정권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관료적 관습에 따르지 않고 비가시화되어 있는 인권침해 영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관련 인권단체들의 노력과 역할을 공식화해야 한다. 이 역할들은 우리가 인권위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역할이다. 그러나 인권을 경제와 실용의 논리로만 접근하는 현 정부의 편협한 태도로 우리는 인권위의 최소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인권위는 이미 경찰청이 5월 중순에 발표한 “2008년 불법폭력시위 관련 단체 현황”에 인권위 협력사업 단체가 포함되었을 때 사업비 지급을 미루었다. 관련 단체들은 인권위에 정부보조금 조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인권위는 어떤 공식적인 입장 없이 뒤늦게 사업비만 지급한 채 침묵하고 있다.
이상의 정황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인권위를 협력사업기관으로서 신뢰할 수 없다. 2009년도 인권위 협력사업 단체인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는 이러한 불신에 따라 우리의 결과물이 현 인귄워 체제에서 어떻게 쓰일 지 알 수 없어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가 인권위의 지난 8년 간의 성과와 독립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 정권 하에서의 인권위 행보와 전망은 우리에게 불신과 우려만을 주고 있어, 우리는 더 이상 현 인권위와의 협력 사업이 인권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인권단체들의 협력사업 결과물이 향후 어떻게 이용될지에 대해 신뢰를 주지 못 하는 상황은 되려 인권위를 인권감시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아울러 인권위는 인권단체를 정부사업의 수주단체 정도로 대하는 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이에 우리는 2009년 인권위 협력사업을 철회하고 인권위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한다. 우리는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인권위가 아닌 상황에선 더 이상 같이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