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몇몇 문장에 링크를 걸었습니다.)

한나라당은 민생경제를 살리겠다고,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임시국회를 열자고 했습니다. 아울러 서민정당의 이미지를 만들고자 다양한 노력도 한다고 하네요. 뭐, 국회는 아니지만 어쨌든 유사한 성격의 공간에서 민생법안을 이렇게 처리했네요. 언제나 기대를 배반하지 않아 예측은 가능한데, 속이 터져요. 이 와중에 대한늬우스도 한다니 앞으로 극장에 가는 일은 삼가야겠어요. 어차피 극장에 갈 시간도 없으니 괜찮을까요.

그리고 국정원에서 단체 지원 중단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네요. 근데 이미 두어 달 전부터 유사한 일은 알고 있었어요. 국정원이 개입한 건 몰랐지만, 돈을 집행하는 곳에서 정부 눈치를 보고 있었거든요.

인권위에선 해마다 인권위 협력 사업자를 공모하고 선정해서 돈을 지원하고 있어요. 근데 올핸 인권위 축소 문제로 선정단체결과 공고를 한 달이나 늦게 알려줬습니다. 그러고 나면 돈을 줘야 하는데요. 문제는 그 즈음 경찰청이 불법폭력시위단체를 선정해서 발표했지요. 인권위 협력 사업자로 선정한 단체 중 일부가 불법폭력시위단체로 선정된 거죠. 경찰청은 정부 지원과는 무관할 거라고 변명했지만, 경찰청 발표 이후 인권위는 사업비 지급을 미뤘습니다. 한 달 정도 미루다 사업비를 지급했는데요. 이렇게 지연되는(대충 석 달 정도 늦어짐) 과정에서 담당 직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죠. 두 가지 정도는 확실해요. 경찰청의 발표가 정부 지원과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정부 기관의 협력 사업으로 단체를 유지했던 많은 단체들은 향후 3년 간 무척 힘들 예정. 지금까지 협력 사업자로 선정된 많은 단체들이 탈락할 테니까요. 그럼 앞으로 3년 간 어떻게든 단체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겠죠. 협력 사업이 아니어도 할 일은 많아요. 문제는 사업을 할 돈이 없다는 거죠. 후원금은 너무너무너무 적으니까요. 어떻게든 3년을 견디는 것이 중요하겠죠. 버틸 거라고 믿지만, 그래도 걱정이에요. (사실,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

이 와중에 현 인권위원장이 7월 즈음 사퇴하고, 2MB가 자신의 측근을 인권위원장으로 내정한다는 카더라 소식이 있습니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인권위 인원감축안을 가결했으니, 기정사실일까요?

이 상황에서 지렁이는 국가인권위원회 협력 사업을 계속 해야 할까요? 단체를 만들고 올해 처음으로 이런 사업을 하는 데, 시절이 하 수상하네요. 지렁이 내에서 이 안건으로 구체적인 논의를 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갈등하고 있어요. 현 인권위원장을 지지하는가, 현 인권위를 지지하는가와 같은 문제는 별도로 하고, 2MB 측근이 인권위원장이 되는 사태엔 의사를 표해야 할 듯합니다. 권력자의 측근이 아니란 이유로 임기가 남은 사람을 사퇴시키는 건 명백히 부당한 일이니까요. 정권이 아무리 선하다고 해도 찬성할 수 없는 일인데, 그 의도가 독재에 가깝다면 말할 필요가 없겠죠. 뭐, 이것이 현 정권의 법치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 카더라 통신이 실현된다면 여러 단체들이 성명서를 발표할 거 같고, 아마 지렁이도 연명할 것 같아요. 만약 지렁이도 성명서에 연명한다면, 이 상황에서 협력 사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두 개가 별개의 사안인 건 분명하니 분리해서 대응해야 할까요? 별개이긴 해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안이니 사업을 반환해야 할까요? 그냥 계속해서 하더라도 2MB를 위해 일을 하는 기분, 살생부를 제출하는 기분에서 못 벗어날 거 같기도 해요. 모든 부정적인 가능성에도 사업을 계속한다면 어떤 식으로 입장을 정리해야 할까요?

이것저것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도 다들 끝까지 살아남길 희망해요. 부질없는 게 희망이지만요.

어떤 트랜스혐오/비하 발언 + [성명서]

시민논객 질문: 노회찬 대표님께 질문. 지난 13일에 이명박과 황석영씨가 동행한 일이 있었는데, 이일에 대해서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을 많이 비판을 하고 있는데, 제가 볼때는 비판할 것이 아니라 진보와 보수의 사회 통합적인 문제로 봤을때, 비판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 면도 있다고 본다. 생각은?

노회찬: 황석영선생은 노벨문학상 후보 거론될 정도로 한국 대표 지성이다. 이런분이 말년에 정치적 입장이 국민이 납득하기 힘든 빠른 시일 내에 쉽게 바뀌는 것 바로 진중권교수가 지적했지만 반엠비 연합을 외치고 구 여당 후보 지지했던 사람이 그런 사실이 포멧이 된것같고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것을 보면서, 일관성을 결여한 모습에서 대표적인 지성이 상당히 우리 국민들이 혼란을 느끼고 심적 타격을 받지 않았을까, 저는 그런 부분 때문에, 우리 사회 미친 손실이 크다고 본다. 다만 그분이 이야기 한 것 중에, 부분부분은 귀담아 들을 부분이 있다. 민주노동당 뿐 아니라 진보신당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거대 노조 앞에서 발을 못붙인 것이나 민주당에 대한 지적도 예리한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전체적 맥락에 대해서는 상당히 슬프다고 생각된다.

시민논객: 제 생각에는 황석영씨 같은 분들이 진보에서 보수로 넘어가고 또 보수였던 분들이 진보로 넘어가게 된다면, 이런것을 서로 비판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모습들 속에서 보수와 진보가 서로 균형을 이루는 작업들을 하게 된다면 보수와 진보가 맨날 갈등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생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노회찬: 저는 국회 법사위 있을 때도, 성전환 하는 분들, 소수자들의 권리를 제가 옹호해온 사람인데, 국민 다수가 그렇게 성전환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는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체 웃음)

녹취: 캔디.D

위의 내용은 2009년 5월 15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노회찬이 한 말이다. 백분토론엔 관심이 없어 그날은 몰랐다가 오늘에야 알았다. 이 글을 읽고 정말 많은 고민이 교차했다. 6~7가지의 고민이 동시에 들었지만, 그냥 쓰지 않기로 했다. 내가 더 이상 나 하나의 개인으로 읽히지 않는 상황에선 말을 덧붙이는 게 부담스럽다. 더욱이 말이 어떻게 유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선 더 그렇다.
(얼마 전엔 나도 모르는 일을 내가 했다는 식으로 소문이 났다는 걸 전해 듣기도 했다.)

그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이제까지 ‘걔네들’이 불쌍해서 시혜를 베푼거냐”라고 중얼거렸다는 건 기록하자.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노회찬이 이런 말을 했다는 데 놀라지도 않았고 실망 혹은 그와 비슷한 그 어떤 감정도 들지 않았다는 것도
기록하자.

그냥 지렁이에서 발표한 성명서만 덧붙이기도 하자.

<성명서>
 

노회찬은 100분 토론에서의 성전환자 왜곡 발언을 사과하라!

 
지난 2009년 5월 15일 문화방송에서 방영된 《MBC 100분 토론》에서 한 시민 논객이 “진보에서 보수로 넘어가고 또 보수였던 분들이 진보로 넘어가게 된다면, 이런 것을 서로 비판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모습들 속에서 보수와 진보가 서로 균형을 이루는 작업들을 하게 된다면 보수와 진보가 맨날 갈등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생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라는 질문을 하였고, 이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저는 국회 법사위 있을 때도, 성전환 하는 분들, 소수자들의 권리를 제가 옹호해온 사람인데, 국민 다수가 그렇게 성전환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는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라는 답변을 하였다.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이하 지렁이)는 노회찬 대표의 적절치 못한 비유와 성전환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곡해할 수 있는 답변에 깊은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 노회찬 대표는 답변에서 말한 바와 같이, 지난 17대 국회 의정활동 당시 성전환자성별변경관련법제정을 위한 공동연대(이하 공동연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성전환자성별변경관련 특별법안을 발의하는 등, 활발한 친성소수자 입장을 수차례 표명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긴 시간동안의 연대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날 토론에서 노회찬 대표가 발언한 내용은 성소수자, 특히 성전환자에 대하여 그 동안 그가 정당의 정치적 입장 표명으로서가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현실적 상황에서 성전환자들의 삶에 대해 얼마만큼의 감수성을 가지고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재고하게 한다. 진보와 보수에 대한 개인의 입장, 혹은 진보신당의 입장과는 별개로, 이러한 ‘국민 다수가 성전환 하는 것은 곤란’이라는 것은, 성전환/자를 희화화의 대상으로 사용한 것이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사용하였음이 너무도 명백하다.

우리는 노회찬 대표에게 다음의 두 가지 지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왜 국민 다수가 성전환을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는지, 그 이유를 묻고 싶다. 지렁이는 성전환의 수가 다수인지 소수인지에 따라 옳고 그름의 평가 기준을 달리하는 다수주의를 경계한다. 또한 지렁이는 사회의 경직된 사고가 사회적 다수 집단에서 배제된 소수를 비정상 혹은 문제적인 존재들로 낙인찍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고 본다. 노회찬 대표가 곤란하다고 본 지점이 어떤 ‘다수’인지 알 수는 없으나, 어떠한 의미였다 하더라도 그의 발언은 성전환자를 억압하는 가치관과 유사하여 ‘곤란’하다.

  둘째, 진보/보수의 논쟁과 성전환자의 전환과정은 서로 비유가 될 수 없는 매우 다른 문제 이다. 성전환 과정은 정치적 이념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는 개인의 젠더 정체성과 관련 있는 문제이며, 또한 개인의 몸의 변화, 사회적 인정, 차별, 배제 등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성전환을 정치적 이념과 비유하여 사용한 것에 대하여 지렁이는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

  오는 5월 30은 제 10회 퀴어문화축제이다. 노회찬 대표는 작년 퀴어문화축제에서 지지발언을 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그때의 지지발언을 하던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길 바라며, 지렁이는 15일의 발언과 관련하여 진보신당과 노회찬 대표 개인의 성전환자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2009년 5월 17일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