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트랜스젠더, 악몽

군대에 갔다 와야 인간(남성)이 된다는 말은 참 슬픈 표현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한국 사회에 가장 적합한 인간은 군대형 인간(남성)이란 뜻이며 이것은 분노할 일이다. 하지만 다종다양한 인간성과 개성이 군대를 통해 특정 틀거리에 맞춘 인간이 된다는 뜻이라면, 무척 슬픈 일이다. 2년 남짓의 시간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몸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규격에 맞춘 생활을 견뎌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고단하고 또 힘겨운 일인가. 그 시간을 살아서 견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군대를 갔다 와서가 아니라 그 시간을 견뎌서 대단하다. 그런 공간을 견딘 사람, “빡세게” 살았다며 그 시절을 (때때로 자랑스럽게)회고하는 사람이 다시 군대에 가고 싶을까? 아니다. 제대 후 꾸는 최악의 악몽이 군생활이란 언설은 군대 경험을 상징한다. 그런데 왜 군대는 그렇게 신화가 되었을까? 여담으로, 군대 관련 악몽은 군생활이 악몽이란 뜻인지, 군생활로 억눌러야 한 이전의 인간성이 회귀하려는 몸부림이란 뜻인지 분명하지 않다. 어느 쪽일까?
어느 원고를 쓰다가 버리기로 한 구절이다. 트랜스젠더의 징병검사 관련 짧은 글인데, 나는 비트랜스젠더의 견딤을 같이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실력이 부족하여 정해진 분량에 이것을 잘 맞출 능력이 없다. 아쉽지만 버리기로 했고, 대신 이렇게 블로깅하기로 했다. 그래서 정말 궁금한데, 만약 군대 악몽이 군생활로 억누른 입대 이전의 인간성이 회귀하려는 몸부림이라면 군대는 무엇이 되는 것일까? 군대가 없어져야 한다고 믿는 나는 군대 경험이 입대 이전과 이후를 어떻게 바꾸는지 궁금하다. 물론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아예 변화가 없진 않을 테니까.

트랜스젠더 건강강좌

행사를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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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건강강좌가 열립니다!
트랜스젠더와 건강, 우리는 오랜동안 호르몬을 언제 어떻게 맞을 것인가와 수술을 언제 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생각했던게 아닐까요?
트랜스젠더와 호르몬, 서로 어떤 관계이고 어떤 작용을 하는지, 우리는 어떤것을 주의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호르몬과 관련된 내분비학 전문의 교수님께서 생생한 강의를 들려주실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FTM과 호르몬이 주제이고 다음달 쯤에는 MTF와 호르몬에 관한 강의도 진행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4월 23일 비온뒤무지개재단 3층 어울터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참가비는 무료지만, 꼭 미리 신청을 해주셔야해요 🙂
신청하기를 클릭해서 신청해주세요~~
혹시 클릭이 안되시는 분은
이 주소에서 신청이 가능하십니다

트랜스젠더 피로연

트랜스젠더 본인의 글을 모은 책이 나오면 좋겠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부모의 글을 모은 책도 나오면 좋겠다. 트랜스젠더 본인의 글보다 어쩌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내가 트랜스젠더여서 부모의 글이 더 궁금한 것일 수도 있지만. 1차로 세 종류의 책이 나오면 좋겠다. 트랜스젠더 본인의 글을 모은 책, 트랜스젠더 부모의 글을 모은 책, 트랜스젠더 애인의 글을 모은 책. 일단 이렇게 세 종류의 책이 나오면 좋겠다. 그 다음엔 또 여러 가지 주제로 다양한 사람의 글을 모으면 좋겠고.
어제 있은 트랜스젠더 피로연(티지 피로연)은 정말 멋진 자리였다. 트랜스젠더가 나와 자신의 삶을 축하하는 자리란 점에서도 좋았지만 어머니가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얘기가 정말 좋았다. 아직 정리가 다 안 되는 많은 배움이 있었다. 아이가 일반 여성이 아니라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살아가길 바란다는 말, 자식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이는 시간의 괴로움 등을 그저 피상적으로 알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좋았다. 이건 배움의 자리기도 했다.
다음엔 더 많은 사람이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기를(앞으로 두 번 관련 행사가 있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