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글을 읽었다. 게이는 끔찍하게 혐오받는 존재며 우리 트랜스젠더는 그런 게이와는 다르니까, 둘이 엮이지 않도록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커밍아웃 같은 용어는 게이의 용어며, 커밍아웃이란 용어는 자신을 동성연애자(!)로 밝힌다는 뜻이니 트랜스젠더는 커밍아웃이란 용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좀 심하게 말하는 것 같다고? 지금 이건 매우매우 순화한 표현이다.
한 명이 이런 글을 쓰고 몇 명이 댓글로 동의를 하는 구조다. 물론 모두가 이 사람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이 사람의 잘못된 지식을 비판하고 어떤 사람은 불편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의학과 관련한 어느 정도 지식을 가졌고, 그래서 커뮤니티에서 어느 정도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는 그의 말에 대체로 호의적이며 강한 반박은 없다.
처음엔 뭐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몇 번이고 같은 내용을 변주하며 게시판에 남기는 걸 읽으면서, 계속해서 댓글을 달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 계속해서 반박 댓글을 달아야 할까? 아님 그냥 무시해야 할까? 고민이다. 게시판에선 가급적 눈팅만 하고 싶기에 이럴 때마다, 그러니까 명백하게 잘못된 지식을 중요한 말처럼 얘기하는 걸 들을 때마다 눈팅 이상을 해야 할까를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고민이다. 왜 자신에게 가해지는 혐오를 줄이기 위해 다른 존재를 배제하려고 할까? 게이를, 혹은 LGB와 T를 분명하게 구분하고 LGB는 혐오의 대상이어도 T는 아니어야 한다는 믿음은 어떤 삶의 경험으로 구성된 것일까?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를 혐오하는 사람이 트랜스젠더는 혐오하지 않을까? LGB포비아에게 T는 LGB와 다르니 혐오하지 말라고 말하면 흔쾌히 그렇게 반응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째서일까? 이것은 어떤 사회적 그리고 개인적 경험이 만든 인식체계일까?
내가 트랜스젠더를 급진적 존재로 이해하길 거부하는 이유면서 보수적 존재로 이해하길 거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랜스젠더는 존재 자체로 젠더를 다시 사유하도록 하기에 급진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트랜스젠더를 추상화할 뿐 개인의 삶을 부정한다. 그냥 다양한 정치학을 가진 존재다. 그래서 진보적이다, 급진적이다, 보수적이다와 같은 평가를 범주에게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고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나는 급진적 정치학을 지속하고 싶지만 과연 이 기조를 평생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평생 급진적 정치학을 유지할 수 있을 때, 그리하여 내가 죽을 때에야 내가 진보정치학이나 급진정치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까지 나는 보수정치학일 수밖에 없다.)
아무려나 답답하다. 갑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