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 페이퍼를 쓰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한 사실은, 내가 트랜스젠더를 얘기할 때 팔 할은 의료적 조치를 하지 않은/않는 mtf/트랜스여성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나의 한계기도 하고 나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 사실을 확인하며 조금은 안도했다. 행여라도 내가 보편적 위치를 점하려고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현재 한국에 의료적 조치를 한 트랜스젠더(mtf건 ftm이건) 맥락에서 트랜스젠더 이론을 전개하는 논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의료적 조치를 한 입장에서 꾸준히 논의를 전개하고 글을 생산하는 트랜스젠더가 있으면 좋겠다. 그의 목소리가 의료적 조치를 겪은 트랜스젠더를 가장 잘/제대로 재현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좀 더 다양한 경험이 등장하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의료적 조치를 하지 않은/않는 트랜스젠더의 논의도 더 많이 등장하면 좋겠다.
… 결국 언제나 하는 얘기의 반복이다. 기존의 출판 형식이 블로그나 트위터보다 더 권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블로그에서 주로 글을 출판하지만, 그럼에도 기존 출판 형식으로 논의를 생산하는 트랜스젠더 이론가가 더 많이 등장하면 좋겠다. (이런 아쉬움에 어떤 사고를 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실 내가 조금만 더 활달했다면, 사람 만나는 걸 조금만 더 좋아했다면, 학제에서 공부하고 있는 트랜스젠더와 트랜스젠더 이슈로 공부하고 있는 비/트랜스젠더의 네트워크를 만들었을 듯하다. 다른 형식의 공동체는 여럿 있으니 학제라는 맥락에서 어떤 식으로건 집단을 형성하고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